[매일일보] 서대문구는 ‘100가정 보듬기 사업’이 20일 200번째 가정 결연의 결실을 맺는다.
지난 2011년 1월 1호 가정, 그해 12월 30일 100번째 가정 결연에 이은 성과다. 구는 20일 오후 4시 구청장실에서 197호, 198호, 199호, 200호 가정과 결연식을 갖는다.
문석진 서대문구청장, 박동열 후원자, 결연가족들이 참가하며 조촐하게 200호 가정 결연을 자축하는 자리도 마련된다.
‘100가정 보듬기’란 도움이 절실히 필요하지만 법적요건 결여로 공적부조 수혜 대상이 되지 못하는 한부모 조손 청소년 다문화, 홀몸노인 가정을 위한 사업이다.저소득 가정들을 종교단체나 기업, 개인독지가와 결연을 하고 매월 후원금 지원과 종합적인 케어를 받는다.문석진 서대문구청장이 ‘한정된 예산으로는 늘어나는 복지수요를 감당하기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으므로 민간 참여를 유도해 선진국형 기부문화 정착의 틀을 마련하자’는 취지로 2011년 1월 시작했다.문 구청장은 “어려움을 이겨낸 사람이 어려운 이웃을 헤아려 도울 수 있고 이것이 선순환 고리가 될 것”이라며 ‘100가정 보듬기 사업’을 제안했다.이후 지속적으로 후원자와 복지 사각지대에 놓여있는 가정을 발굴해온 결과, 구는 2011년 1월 1호를 시작으로 그해 12월 100가정을 보듬고 이번에 200번째 가족과 결연을 하게 됐다.동주민센터, 복지기관, 서대문구 사회복지협의회, 동 지역사회복지협의체, 이웃주민 등 누구나 주변의 어려운 이웃을 발견해 추천하면 자격 심사를 거쳐 ‘100가정 보듬기 사업’ 대상이 될 수 있다.현재까지 196가정에 누적액 8억3700만 원 후원이 이뤄졌다. 1회성이 아닌 매월 지속적 후원이어서 신선한 시도로 평가된다.이번 200호 가정 결연 후원자는 6.25전쟁 때 단신으로 월남한 박동열 씨다. 박 후원자는 2011년 11월부터도 3가정을 지원하고 있지만 이번에 추가로 197ㆍ200호 4가정 후원자가 되기로 했다.박 후원자는" 자신이 이북에서 월남해 의지할 수 있는 사람이나 따뜻하게 손 내밀어 주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며 “소도 비빌 언덕이 있어야 일어나듯 일어서려는 누군가에게 조금이라도 기댈 수 있는 언덕이 돼주고 싶다”고 말했다.또 "자신의 후원은 어렵고 힘든 사람을 돕는 것이 아니라 미래를 위해 준비해 나가는 사람에게 기회를 주는 것"이라고 추가 결연을 결심하게 된 동기를 밝혔다. 사업이 2년 8개월을 지나며 흐뭇한 소식도 잇따르고 있다.◆생활고로 항공정비사 꿈을 접어야했던 한 청년, 꿈 결실 눈앞에서대문구에 사는 박모군(20)군은 2살 때 부모가 이혼하고 17년 전 아버지가 간암으로 사망하자 청소용역회사에 다니며 생계를 유지하던 할머니(68)에게 맡겨졌다.할머니는 고령으로 30년간 다니던 청소용역회사를 다닐 수 없게 되자 무릎관절염으로 불편한 다리와 굽은 허리를 갖고도 동주민센터 희망근로를 하며 박 군을 뒷바라지 하고 생계를 유지했다.박 군은 항공정비사 꿈을 키우며 항공전문학교 진학을 착실히 준비해 가고 있었다. 하지만 할머니는 점점 쇠약해지고 기대했던 기초생활보장 신청은 기준부적합으로 제외됐으며 입학금 마련조차 어렵게 되자 꿈을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이에 동주민센터가 박 군 가정을 ‘100가정 보듬기 사업’에 추천, 구청은 후원자 연계를 위해 이 사연을 기업체 단체 교회 사찰 등에 알렸다. 마침내 2011년12월 100가정 보듬기 95호 가정으로 결연이 되면서 매월 일정액을 후원받게 됐다.100가정 결연으로 박 군은 소중한 꿈을 향해 첫발을 내디딜 수 있었으며, 할머니는 손자가 항공전문학교에 입학할 수 있다는 희망에 웃음과 기력을 되찾았다. 박 군은 2012년 아세아 항공전문학교에 입학했고, 2013년 공군부사관시험에 합격, 월 현재 최종체력검사만 남겨 놓고 있다.박 군은 "일하며 돈도 벌고 기술도 익힐 수 있는 현재의 선택에 조금도 후회가 없다"고 말했다.◆전기요금 체납가구 100가정 보듬기 결연으로 자활의지 다져지난 겨울 서대문구는 제한송전에 따른 화재 방지를 위해 전기요금 3개월 이상 체납가구에 대한 실태조사를 실시했다.당시 서대문구에 사는 한 쌍둥이 엄마는 갑상선암수술 후유증으로 건강상태가 좋지 않았으며 IMF때 사업에 실패한 남편은 10년 이상을 빚쟁이들을 피해 집을 나가 소식도 없이 지내다 1년 전에야 집에 돌아와 설비 일을 하고 있었다.남편은 수입의 절반을 남아 있는 빚 상환에 사용하면서 보이지 않는 미래에 대한 스트레스로 밖으로 나돌고 있었다. 월세보증금 700만 원은 그동안 밀린 월세로 충당되고도 2년 정도 내지 못하고 있었고 전기요금과 도시가스요금도 체납된 상태였다.그나마 재봉틀을 이용해 가내수공업을 하면서 열심히 살고 있는 엄마의 사정을 알고 있는 집주인 배려로 쫓겨나지 않고 살고 있었다. 초등학교 때까지 전교 부회장을 할 정도로 공부 잘하고 똑똑했던 쌍둥이들은 중학교에 진학한 뒤 불량친구들과 어울려 방황하다가 다시 마음을 잡고 열심히 공부하고 있었다.이런 상황에서 지난해 6월 쌍둥이 엄마가 갑상선암 수술을 하게 되자 전기요금이 3개월 이상 체납된 것이었다. 구는 급한 대로 긴급생계비 지원을 통해 체납된 공과금을 지원했고 학구열이 강한 쌍둥이에게는 학습멘토링을 연계해주었다.또 교육비 지원을 위해 ‘100가정보듬기 사업’에 추천했고 딱한 사정을 알게 된 한 단체에서 매월 일정액을 지원해주게 됐다. 엄마는 당장의 생활이 어렵지만 자신의 가정에 도움을 주는 후원자의 뜻을 소중히 여겨 후원금 전액을 쌍둥이 학원비로 사용하며 안정을 찾아가고 있다.현재 쌍둥이 중 큰아들은 전교 5등 안에 든다는 목표를, 작은 아들은 우리나라 최고의 자동차정비사가 되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열심히 공부하고 있다.◆힘들어도 미래를 준비하는 사람에게 기회를 주는 100가정 보듬기100가정 보듬기 결연서 끝에는 '나는 결코 대중을 구원하려 하지 않습니다. 나는 한 번에 단지 한 사람만 껴안을 수 있습니다. 한 번에 한 사람씩... '이라는 마더테레사의 명언이 기록돼 있다.이처럼 한 번에 한 사람씩, 100가정만 보듬어 보자고 시작했던 사업이 200호 가정까지 이어지게 된 것이다. 구는 “이 모든 것은 이웃과 함께하려는 마음으로 사회적 책무를 다하려 한 후원자들이 있어 가능했다”고 강조했다.문석진 서대문구청장은 “가족은 가화만사성, 서대문 구민은 구화만사성(區和萬事成)이라는 생각을 갖고 ‘다 함께 행복한 따뜻한 서대문구’를 만들고자 ‘100가정 보듬기’을 제안했다”고 말했다구는 후원자의 명예가 존중받는 사회적 분위기를 조성하고 후원자들의 고귀한 뜻을 영구히 기리기 위해 특정 장소에 예우를 갖추는 전당을 내달에 마련할 예정이다.아울러 올 연말에는 후원자들과 결연가족이 함께 모여 서로 격려와 위로를 하는‘100가정 보듬기 프리허그 행사’도 열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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