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 협의회장, “민간인 사찰과 다름없는 정보 취합 단호히 거부”
[매일일보 백중현 기자] 서울시구청장협의회는 7일 오후 2시 서울시 브리핑룸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서울시를 비판하는 입장문을 발표했다.
협의회는 이날 회견에서 서울시는 최근 자치구에 그동안 추진했던 혁신교육지구 사업에 관한 자료를 요구하며, 사업에 참여한 모든 단체의 명단과 프로필, 강사의 명단과 약력, 강의록까지 제출하도록 했다는 것이다.
입장문에서는 시민 안전을 위해 개인정보 보호 의무가 있는 서울시가 ‘개인정보보호법’이나 ‘저작권법’ 위반 소지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학생 명단이나 강의록까지 요구를 해왔다는 점, 심지어 공문 형식조차 취하지 않고 담당자 이메일로 불쑥 제출 요구를 해왔다는 점을 들어, 과거 군사독재 시절의 민간인 사찰과 다를 바 없다고 비판했다.
이성 협의회장은 “오세훈 시장과 서울시는 방과후 동아리활동, 취미활동, 진로탐색, 환경보전활동에 참여하는 학생이나 학부모의 인적사항이 왜 필요한가?”라며“협의회에서는 과거 정보기관에서도 대놓고 수집하지 않던 사찰형식의 자료 요구를 단호하게 거부하겠다”고 밝혔다.
- 다음은 입장문 전문이다.
권위주의 시대로 돌아가는 서울시에 대한 서울시구청장 일동의 입장
서울시는 과거 권위주의적 행정 운영을 당장 멈추어야 합니다.
최근 서울시는 각 자치구 교육담당 부서에 그동안 추진했던 혁신교육지구 사업에 관한 자료 제출을 요구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혁신교육에 참여한 모든 단체와 분과별 대표 명단, 참여 강사의 이름과 약력, 강의안이나 교재는 물론이고, 심지어 분과에 참여한 학부모나 학생의 명단까지 요구했습니다. 서울시의 이같은 행태는 과거 군사독재 시절의 민간인 사찰과 다를 바가 없다는 점에서 깊은 우려를 표합니다.
「개인정보보호법」이나「저작권법」위반 소지 여부는 차치하더라도, 시민들의 안전을 위해 최소한의 정보 보호 의무를 준수해야 할 공공기관에서, 더구나 공문 형식도 취하지 않고 담당자 이메일로 자료 제출을 당당히 요구하는 모습에서 과연 우리가 21세기 대한민국에 살고 있는가를 의심하게 합니다.
서울형 혁신교육지구 사업은 미래의 주역인 아이들을 위해 교육만큼은 정당과 정파를 떠나 민-관-학이 협력하여 지원하자는 취지로 지난 2015년부터 시행된 정책입니다. 여기에는 서울시교육청과 25개 자치구뿐만 아니라 서울시도 공동주체로서 협약을 맺어 운영해왔습니다.
혁신교육지구 사업이 수범사례로 평가받아 전국적인 확산을 주도하고 있음에도, 서울시는 내년도 관련 예산을 절반 가까이 삭감하겠다고 합니다. 결과적으로 예산 삭감의 명분을 찾아내기 위해 무분별하게 민간인 사찰까지 나서는 게 아니냐는 우려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혁신교육지구 사업을 통해 방과후 동아리활동, 취미활동 진로탐색, 환경보전활동, 독서동아리 등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학생이나 학부모의인적사항이 왜 필요합니까?
혁신교육지구 사업을 통해 활동하는 마을교사, 문예체 보조교사들은 전업화가, 음악가, 체육인 등 각자 자기의 전공을 가지고 작은 강사료를 받으며 재능기부를 하고있는 주민들입니다. 이들의 명단이 왜 필요합니까?저작권자 © 매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