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경기 하락 사이클 예상보다 짧아질 듯
삼성전자 파운드리 3나노 등 비메모리로 고성장 원년
SK하이닉스 인텔 낸드사업부 흡수하면 매출 확대
[매일일보 이재영 기자]D램 가격 하락으로 시작된 경기 하락 사이클이 예상보다 짧아져 국내 반도체 산업은 내년에도 상승세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이르면 내년 상반기 메모리 가격이 반등해 업계는 큰 타격 없이 침체기를 통과할 수도 있다. 삼성전자는 내년 파운드리 3나노 양산에 돌입해 비메모리 고성장 원년이 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SK하이닉스는 인텔 낸드플래시 사업부를 흡수한 대규모 인수합병(M&A) 투자 효과가 본격화될 전망이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4분기부터 시작된 메모리 가격 하락은 중국의 경기 둔화 및 PC 등 고객사 재고에서 기인한다. 중국의 경우 정부가 경기 부양책을 실시하면서 내년 반도체 영업환경도 개선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최근 중국 리커창 총리는 내년 새로운 경기하방 압력을 고려해 안정적인 경제성장을 우선 과제로 삼겠다고 언급했다. 그는 또한 직면한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효과적인 조치들을 취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4분기 들어 D램 고정가격이 감소하며 경기 하락 사이클이 시작됐다. 하지만 최근 스폿거래 가격이 일시적으로 반등해 예상보다 상황이 나쁘지 않다는 진단도 나오고 있다. D램 스폿거래 가격은 이후 보합세를 보인다. 빠르면 내년 1분기나 2분기에 고정거래가격도 반등할 것이란 관측이 시장에서 나왔다. 적어도 내년 하반기엔 반등할 것이란 전망이 많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국내 반도체 업계는 유리한 환율효과도 얻고 있다. 연초 1100원대 밑에서 출발했던 원달러 환율은 최근 1180원대 내외로 1200원선에 근접했다. 미국이 통화 긴축 정책 및 금리 인상을 준비하고 있어 이런 기조가 유지될 듯 보인다. 환율이 오르면 반도체 업계는 가격 하락에 따른 부정적 효과를 일부 상쇄할 수 있다.
대만의 가격조사기관 트렌드포스는 “PC OEM의 D램 재고가 몇주간 감소했다”며 내년 1분기 D램 가격 하락폭을 기존 예상치보다 낮췄다. 이 기관은 그럼에도 “D램이 여전히 내년 1분기 업황 사이클상 하락세에 진입할 것”이라며 “이 기간 동안 D램 평균 가격도 전분기 대비 8~13% 하락세를 유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트렌드포스는 이어 “가격 하락이 향후 진정될지 여부는 공급업체가 재고 압박을 얼마나 잘 관리하고 D램 구매자가 추가 가격 변동을 어떻게 예측하는지에 달려 있다”고 덧붙였다.
수요 측면에서 PC와 모바일은 다소 부침이 있다. PC는 올 1분기 역대급 수요 성장률을 보였으나 이후 둔화된 추세다. 부품 공급차질까지 더해져 4분기 역성장도 우려되고 있다. 모바일도 부품 공급 부족이 발목을 잡고 있는 상황이다. 내년 공급 병목현상이 완화될 때까지 수요는 소강상태에 접어들 가능성이 있다. 대신 대형 기술업체들의 신규 데이터센터 건설 수요는 풍족한 편인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그 속에 메모리 시장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막강한 시장지배력을 유지해 공급자 위주로 전개되고 있다. 양사는 설비 투자 및 재고 조정을 통해 수익성을 방어할 수 있다. 실제 시장조사기관 옴디아에 따르면 한국 반도체 산업의 글로벌 시장 점유율은 올해 9월 누적 기준 58.9%로 2020년 56.9%보다 증가했다. 업체별로는 삼성전자가 같은 기간 36.6%에서 37.9%로, SK하이닉스가 20.2%에서 21%로 양사 모두 시장영향력을 확대했다.
이로 인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내년 메모리 하락 사이클에도 양호한 수익성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전자의 경우 파운드리를 중심으로 비메모리 실적이 크게 개선될 가능성도 있다. 회사는 내년 상반기 3나노 게이트올어라운드(GAA) 파운드리 공정을 가동해 내년 하반기 3나노 핀펫 공정을 가동할 TSMC와 정면 승부를 벌인다. 기존 핀펫 공정을 유지해 원가 경쟁력 측면에서 앞서갈 수 있는 TSMC에 비해 삼성전자는 고성능 질적 우위를 바탕으로 점유율을 확대한다는 전략이다.
SK하이닉스는 인텔 낸드플래시 사업부가 합쳐지면서 내년 매출이 크게 성장할 것으로 예측된다. 인텔 낸드 사업부 인수 건은 중국 경쟁당국의 기업결합 승인 심사만 남겨 둔 상태다. 중국 당국이 미국과의 반도체 공급망 신경전을 벌이면서 심사가 지연되고 있지만 업계에선 M&A가 무산될 가능성은 낮다고 보고 있다.
한편, 산업연구원은 내년 반도체 산업이 지속적인 수요 증가와 국내 생산능력 확대로 수출이 전년 대비 4.2% 증가해 역대 최대 실적을 경신할 것으로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