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 서울아파트 임대거래 중 월세를 낀 거래비중이 42%로 역대 가장 높은 수준이었다. 2019년 28%, 2020년 31%에서 훌쩍 뛰어올라 증가속도도 빨라졌다. 덩달아 월세가격도 지난해와 비교하면 평균 10%가량 상승했는데 강남5.8%보다 강북이 18.1%로 더 많이 올랐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강북 아파트 월세가 더 오른 것으로 서민부담이 더 커졌다고 볼 수 있다.
이렇듯 전세에서 월세로 전환속도가 빨라진 이유는 기준금리인상, 보유세부담증가, 어설픈 임대차보호법 개정 등 복합적인 요인이다.
집주인들은 늘어난 보유세(종합부동산세) 부담을 세입자한테 전가시킬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고, 전세금을 받아도 낮은 예금금리와 다주택 규제 때문에 마땅히 굴릴 데가 없다.
세입자들은 돌려받을 수 있는 전세를 월세보다 선호하지만 전세자금대출이 일반화된 요즘 기준금리가 올라가면서 전세대출이자까지 오르자 상황이 달라졌다. 전세대출이자를 내는 것보다 월세내는 것이 더 유리해졌기 때문이다.
2020년 전세대출금리는 2%초반대였던 전세대출금리는 2년이 지난 올해 1월 3%중반에서 4%후반대까지 껑충 올랐다. 2억원 전세대출을 받으면 월 이자가 60~80만원 정도 된다.
반면, 전세에서 월세로 전환할 때 권고되는 전월세전환율은 임대차보호법이 개정되면서 3.5%+ 기준금리에서 2%+ 기준금리로 낮췄다. 올해 1월 기준 3.25%를 적용하면 2억원을 월세로 전환하면 54만원 정도 된다. 전세대출보다 월세가 더 유리해진 것이다.
전월세전환율은 권고사항으로 집주인이 더 올릴 수도 있지만 여전히 예금금리가 낮은 상황에서 세입자들의 월세지불능력을 고려한다면 집주인들도 전세금 올리듯이 월세를 올리기는 어렵다. 어설프게 임대차3법 개정하지 않았다면 4.75%가 적용됐을 것이며 대출금리와 비슷할 수 있었다.
집주인도 원하고 세입자도 원하는 월세로 가는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 물론 그렇다고 전세가 바로 소멸되지는 않는다. 여전히 전세를 원하는 수요는 많다.
하지만 기준금리인상이 이제 시작이고 앞으로 2-3%p(포인트) 더 올라가서 전세대출금리가 7%까지 상승할 수 있기 때문에 문제없다고 무시하고 넘어가서도 안 된다
전세대출이 보편화된 지금 전세대출이자가 월세보다 확실히 더 저렴하지 않는 한 월세선호현상은 점점 더 가속화될 가능성이 높다. 대출이자와 월세가 비슷한 수준이라면 월세가 낫다.
힘들게 은행에서 대출받아서 집주인한테 목돈을 맡기면서 확정일자를 받아도 혹시나 하는 불안한 마음도 생기고, 계약만기 시 반환문제로 다투는 경우도 있으며, 간헐적으로 전세사기사건도 발생한다.
또 간단한 소모품 같은 필요비에 대해서 전세는 세입자가 월세는 집주인이 해주는 관행도 있다. 생각해보면 우리가 당연하게 생각했던 전세제도가 당연하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왜 해외선진국들도 없는 전세가 우리나라에만 있을까? 세입자들은 집값의 절반정도 금액만 지불하고 어떤 세금도 내지 않고 임대기간 동안 안정적으로 거주하면서 계약이 만료되면 보증금을 그대로 돌려받을 수 있는 전세는 좋은 주거제도이다.
월세가 좋아진 것이 아니라 전세가 나빠진 것이다. 기준금리가 올라도 서민들이 거주하는 9억원 이하 전세에 대한 전세대출금리는 정부가 보호해줘야 한다. 임대인과 임차인이 함께 상생할 수 있도록 상생임대인 제도의 대상과 인센티브를 확대하는 방안도 고려해주면 좋겠다.
“안정되고 있다”, “문제없다”와 같은 립 서비스가 아닌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정책을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