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나광국 기자] 설 연후 후 전세시장에서 전세의 월세화가 더 가속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기준금리 인상 등으로 전세자금대출 금리가 가파르게 오르면서 서울 지역에서 전세자금 이자 비용이 월세보다 비싼 이례적인 현상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업계에선 전세 매물이 부족한 가운데 전세대출 이자가 급등하면서 어쩔 수 없이 전세에서 월세로 이동하는 수요가 더 늘어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2일 업계에 따르면 전문가들은 이번 설 연휴 이후 전세의 월세화 흐름이 가속화될 것으로 예상했다. 세금 증가와 금리 인상 등으로 주택 보유 부담이 커지고 있지만 전셋값 인상은 5%로 묶이면서 임대인들이 월세를 선호하는 현상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여기에 오는 7월 계약갱신이 만료되는 전세 매물의 전세보증금이 늘어날 경우 이를 감당하지 못한 세입자들이 반전세(보증부 월세)나 월세로 밀려나는 등 주거비 부담이 현실화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김인만 부동산경제연구소 소장은 “설 연휴 이전과 이후 전셋값과 전세 매물에는 큰 차이가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주택 매매의 경우 대선 이후 정책 변화에 따라 불확실성이 제거되면 관망하던 사람들이 움직이면서 일시적 반등이 발생할 수 있지만 전세시장의 경우 이와는 다르다”고 설명했다. 이어 “전세시장은 7월 이전까진 큰 변화가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여경희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도 설 연휴가 지나고 한동안 전셋값과 전세 물량이 이전과 비슷한 수준을 이어갈 것으로 분석했다. 여 수석연구원은 “최근 전셋값이 보합으로 전환됐는데 설 이후에도 큰 변동 없이 비슷한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면서 “올해 서울 기준으로 입주 물량이 부족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시장에 반전세, 월세 물량이 많기 때문에 전세 물량은 넉넉하지 않고, 전셋값도 크게 오르지 않는 흐름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전세의 월세화와 관련해선 전문가들 모두 연휴 이후 이런 현상이 더 심화될 것으로 입을 모았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 “집주인은 보유세 부담으로 전세보다 월세로 받기를 원하고 세입자들은 대출금리 상승으로 목돈 마련이 여의치 않아서 일부 전세금을 월세로 돌리는 측면이 있어서 월세비중은 더 늘어나고 그 속도도 빨라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인만 소장과 여경희 수석연구원도 전세의 월세화가 더 빨라질 것으로 내다봤다. 이들은 “전세의 월세화 현상은 올해 계속될 것으로 보이고 이는 7월 계약갱신청구권 만료와 DSR 3단계로 대출규제가 강화되면서 하반기로 갈수록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이어 “올해 기준금리가 추가로 오를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월세를 찾는 수요도 늘어날 것이다”고 말했다.
한편, 최근 월세 공급 확대와 금리 인상으로 전세대출 금리가 전월세전환율보다 높은 이례적인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가운데, 이런 현상이 지속될지에 대해선 전문가들의 의견이 갈렸다.
박 위원과 김 소장은 “전세보증금을 월세로 돌릴 때 적용하는 이자율을 의미하는 전월세전환율은 당분간 전세대출금리보다 낮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집주인이 그동안 전셋값 상승분을 월세로 돌릴 것으로 예상되고, 아울러 올해 기준금리가 추가로 인상될 예정이라 정부가 전월세전환율을 높이는 방안을 내놓기 전까지는 현 상황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반면,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지금은 종전보다 대출금리가 높게 적용돼 전세대출금리가 전월세전환율보다 높은 상황이다”면서도 “이와 같은 현상은 상식적인 상황이라도 보기 어려워 한동안 지속되더라도 향후로의 추세가 계속될 것으로 보긴 어렵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