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탑승객 대한항공 넘겼음에도 실적은 ‘적자’ 여전
오미크론 확산 속 유가 90달러선 , 환율 1200원 넘어
고용지원금도 3월부터 끊겨 대규모 무급휴직 불가피
[매일일보 김아라 기자] 저비용항공사(LCC)들이 고사 위기에 빠져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장기화로 실적이 암울한 가운데 국내 하루 신규 확진자가 처음으로 2만명을 넘기는 등 최근 오미크론 변이 확산세가 급등하고, 고유가와 원달러 환율 상승 악재까지 겹쳤기 때문이다.
3일 업계에 따르면 LCC 대표주자 제주항공과 진에어는 지난해 탑승객 수에서 대한항공을 제치고 각각 1,2위를 차지했다. 하지만 이러한 기록이 실적으로 이어지진 못했다.
제주항공의 경우 적자 폭이 약간 감소했지만 여전히 3000억원이 넘는 영업손실을 냈다. 지난해 연결 기준 영업손실 컨센서스는 3169억원으로 예상된다. 매출은 2647억원으로 전년(3770억원) 대비 29.8% 줄었을 것으로 전망된다.
진에어의 경우 지난해 별도 기준 영업손실 컨센서스는 1950억원으로 전년(1847억원)보다 적자 폭이 증가하고, 매출은 2310억원으로 전년(2718억원) 대비 15.0% 감소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항공사의 주 수입원이 국제선 항공권 판매라, LCC들이 국내선을 중심으로 총 탑승객 수가 늘었음에도 수익성은 개선되지 못한 것으로 분석된다. 아울러 국제선 운항 중단 여파로 LCC들이 국내선 운항을 확대하고 공급 좌석을 늘리면서 항공사 간 출혈경쟁이 심화한 점도 수익성을 개선하지 못한 요인으로 꼽힌다.
이러한 가운데 최근 고유가와 원·달러화 강세까지 겹치면서 LCC들은 울상을 짓고 있다.
2일(미 동부시각) 뉴욕상업거래소에서 3월물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전장 대비 0.06달러(0.07%) 오른 배럴당 88.26달러에 거래돼 90달러 선에 바짝 다가섰다. 이는 2014년 10월 이후 약 7년 만에 가장 높은 수치다.
LCC들은 고정비용 지출 중 유류비가 최대 30%를 차지하므로 비용부담이 더욱 커질 수 밖에 없다. 더욱이 국제선 유류할증료가 인상되면 탑승객이 부담하는 항공운임 총액이 늘어나기 때문에 여행 심리가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높아진 원·달러 환율도 항공사의 수익 반등에 걸림돌이 될 전망이다. 지난해 1월 1082.1원 수준이었던 원·달러 환율은 지난달 말 1200원을 넘었다.
항공기 리스비와 기름값 등을 달러로 결제하는데, 환율 상승에 따른 원화 약세가 이어질 경우 영업비용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 제주항공은 환율이 5% 상승하면 185억원의 손실을 볼 것으로 추정된다.
설상가상 다음 달부터는 정부의 고용지원금도 끊긴다. 당초 고용지원금은 1년에 최대 6개월까지 지급될 예정이었지만 코로나19 장기화로 두 차례나 연장됐다. 2020년 3월부터 항공 업계의 휴직이 시작돼 3년째에 접어든 올 3월부터는 이마저도 제한된다. 올해 고용지원금 예산도 지난해 보다 3분의1 줄었다.
이에 대규모 무급휴직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현재 제주항공·티웨이항공·에어부산 등 LCC들은 무급휴직을 검토 중이다. 일부 업체는 고용노동부에 제출하기 위한 무급휴직 동의서를 직원들로부터 받고 있다.
이러한 악재 속 LCC들은 울며 겨자먹기로 운항 가능 지역을 중심으로 노선을 늘리며 조금이라도 수익을 내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화물 사업 부진, 유가·환율 상승 등 충격을 최소화하려면 해외 여행객이 늘어야 한다는 게 업계 설명이다. 실제로 LCC들은 전체 수익에서 90% 이상이 국제선 여객에서 나온다.
제주항공은 다음 달 5일부터 해외골프 여행객을 공략한 인천~태국 치앙마이 노선을 선보인다. 에어서울은 700일 만에 인천~괌 노선을 재개한다. 티웨이항공은 중대형 항공기 A330-300 기종을 도입하고 운영 훈련을 시작하는 등 국제선 재개에 대비한 준비에 돌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