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대 은행 미뤄준 원금·이자만 139兆
[매일일보 김경렬 기자] 오는 3월 말 금융권의 대출 만기 연장 및 이자 상환 유예 종료를 앞두고 업계가 “상환유예 추가 연장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지난달 중소기업 10곳 중 8곳은 추가 연장의 필요성을 호소했다.
7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달 26일 323개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실시한 ‘대출만기연장 및 이자상환유예 관련 중소기업 의견조사‘에서 응답한 중소기업 중 87%가 추가 연장을 희망했다. 대출만기연장 및 이자상환유예 조치를 이용한 중소기업 중 10곳 중 8곳(78.3%)은 “도움이 됐다”고도 답했다.
추가연장이 필요한 이유(복수응답)로는 ‘코로나 재확산으로 인한 매출감소(64.1%)’가 가장 높았다. 이어 ‘대출금리 인상 우려(55.2%)’, ‘대출상환 및 이자납부를 위한 자금여력 부족(43.8%)’ 등 의견이 나왔다.
중소기업들은 지원대책으로 ‘저금리 대환대출 프로그램 지원(67.8%)’, ‘대출만기금 장기분할 상환제도 마련(50.8%)’, ‘유동성 해소를 위한 특별 정책자금 공급(25.4%)’ 등을 바랐다.
추문갑 중기중앙회 경제정책본부장은 “최근 오미크론으로 인한 코로나 재확산이 심각한 상황인데다가, 기준금리마저 6개월 만에 세 차례나 인상되어 코로나 이전수준(1.25%)으로 돌아갔다”며 “소상공인·중소기업 부담이 점점 심화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3월 종료 예정인 대출만기연장 조치를 추가 연장하고, 금리인상 속도 조절과 적극적인 금융지원 정책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최근 대출 잠재부실에 대한 우려가 쏟아지면서 이러한 목소리에는 힘이 실리고 있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의 ‘코로나19 금융 지원 실적’ 자료에 따르면 이들 은행이 지난 2년 간 코로나19 지원책으로 상환 등을 미룬 소상공인·중소기업의 대출 원금과 이자만 139조4494억원에 달한다. 만기가 연장된 대출(재약정 포함) 잔액은 모두 129조6943억원으로 집계됐다. 대출 원금을 나눠 갚고 있는 기업의 ‘분할 납부액’은 9조6887억원, 이자는 664억원 유예됐다.
은행권은 지난 2020년 초부터 금융당국의 코로나19 지원 정책에 따라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의 대출 길을 터줬다. 대출 원금 만기를 연장하거나 이자 상황을 유예했다. 당초 2020년 9월까지 연장할 방침이었지만 코로나가 일파만파 퍼지면서 지원 종료 시점은 6개월씩 연장돼 지금에 이르렀다.
금융권과 당국은 지원 종료에 따른 연착륙을 준비한다는 입장이다.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7일 KB국민은행·신한은행·기업은행·신한카드·신용보증기금·서민금융진흥원 등 금융기관의 고위 중소기업 담당자들과 ‘소상공인 비(非)금융 지원 방안’을 주제로 비공개 간담회를 진행한다. 이 자리에서 은행은 지원 종료에 대한 의견을 밝히고 유예 종료 시점부터 연착륙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