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주시민관공동위금성산위원회·녹색연합·장항습지지뢰폭발사고대책위 등 전국 334개 시민단체 ‘전국연대회의’ 출범 국회 기자회견
지뢰제거 전담부처 행정안전부 이관, 지뢰제거 기본법 제정 등 주요 정당 대선 후보자에 국정과제안 전달
[매일일보 김용균 기자] 서울 우면산, 전남 나주 금성산과 보성 존제산을 비롯 경기, 충청, 부산, 울산, 전북 등 37개 후방지역에서 지뢰 폭발사고가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는 가운데 전국 334개 시민단체가 ‘후방지역 지뢰 완전제거 대선 국정과제 채택 전국연대회의’를 출범하고 차기 정부의 국정과제 채택을 강력하게 촉구하고 나섰다.
전남 나주시민관공동위금성산위원회, 녹색연합, 장항습지지뢰폭발사고대책위, 6.15공동선언실천남측위원회, 사)평화나눔회, 강정평화네트워크, 시민평화포럼, 한강유역네트워크 등 전국 334개 단체로 구성된 ‘후방지역 지뢰완전제거 대선 국정과제 채택 전국연대회의’(이하 전국연대회의)는 지난 15일 국회 앞 기자회견과 국정과제안 전달식을 개최했다.
후방지역 지뢰 완전제거 대선 국정과제안 전달식엔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 정의당, 진보당 등 주요 정당 대선 중앙선대위 핵심 인사들이 참여했다.
이날 기자회견은 정규석 녹색연합 사무처장의 진행으로 후방지역 지뢰 완전제거 국정과제 채택 추진 현황 및 경과보고, 전국연대회의 의장단 인사말, 지뢰 폭발사고 피해자 발언, 윤형 철조망 설치 등 지뢰 퍼포먼스, 국정과제 채택 촉구안 발표, 정당별 대선 후보자 국정과제안 전달 순으로 진행됐다.
전국연대회의 공동의장단은 채정기 나주시민관공동위금성산위원회 공동위원장, 윤정숙 녹색연합 상임대표, 류태선 장항습지지뢰폭발사고시민대책회의 상임대표, 조재국 사)평화나눔회 상임이사, 최혜자 한강유역네트워크 공동대표 등으로 구성됐다.
조재국 공동의장은 인사말을 통해 “UN을 중심으로 지뢰 제거에 대한 국제적인 관심이 이어지고 있다”며 “우리나라도 국제지뢰행동표준을 현실에 맞게 도입해 국가표준을 마련하고 이에 따른 정책개발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조 공동의장은 이어 “국방부 단독 지뢰 제거로는 국민 안전을 담보할 수 없기 때문에 행정안전부, 국무총리실, 자치단체 등이 지뢰 문제 해결의 주체로 나서야 한다”면서 “지뢰제거에 관한 전문적인 기술을 보유한 국제 NGO 등과 협력을 통해 신속히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성우 6·15공동선언실천남측위원회 상임대표도 “오랫동안 방치돼온 후방지역 지뢰문제 해결을 위해 330여 전국 시민단체가 모였다”며 “국민 안전을 위협하는 지뢰를 완전하게 제거하라는 시민사회단체와 지뢰폭발사고 피해자들의 목소리에 각 정당 대선 후보들이 반드시 귀 기울여 주기 바란다”고 주문했다.
전국연대회의는 이날 국정과제 채택 촉구안을 발표하고, 군사적 목적이 사라진 후방지역 지뢰제거 전담부처를 국방부에서 국민재난안전 총괄부처인 행정안전부로 이관할 것을 강조했다.
또 ‘지뢰제거국제표준행동인 IMAS(International Mine Action Standards) 도입과 관련한 지뢰 완전제거 추진’, ‘후방지역 지뢰지대 37개소 정보공개 및 종합계획 수립’, ‘대통령직속 지뢰제거위원회 설치’, ‘지뢰제거기본법 제정’, 국제지뢰금지조약인 ‘오타와 협약 체결’ 등을 국정과제로 추진할 것을강력히 촉구했다.
한반도는 단위면적 당 지뢰 매설량이 세계 1위다. 6.25 전쟁과 함께 한반도 곳곳에 매설된 지뢰는 200만 발에 달하고 현재 제거하지 못한 지뢰는 100여만 발로 추정하고 있다.
지난 20여 년 간 224억의 예산을 들여 지뢰 제거 작업을 추진해온 국방부는 현재와 같은 방식으로 지뢰 제거를 실행할 경우 500여 년 정도가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발표한 바 있다.
전국연대회의는 “국방부는 전략적 필요가 없어진 후방지역 지뢰 제거를 두 차례에 걸쳐 약속했으나 지금까지 지켜지지 않고 있다”면서 “철저히 관리 되고 완전하게 제거되어야 할 지뢰가 후방지역에 방치돼 사상자가 끊임없이 발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국방부는 지금까지 지뢰 정보와 제거, 처리 권한을 독점하며 지뢰와 관련된 사회적 문제를 외면해 왔다”며 “막대한 예산을 투입하고도 그동안해제된 지뢰지대는 한 곳도 없다”고 국방부 단독의 지뢰제거 방식에 대한 문제를 집중 제기했다.
전국연대회의는 “지난해까지 지뢰 폭발로 6,500여 명의 국민들이 목숨을 잃거나 치명적인 부상을 당했다. 지뢰폭발 피해자 가운데 어린이와 청소년들의 비율이 전체 63%에 이른다”면서 “비인도적이고 잔혹한 살상 무기인지뢰 제거에 대한 정부 차원의 통합적인 대책 마련 없이는 국민의 안전을보장할 수 없다”고도 했다.
지난 해 6월 한강유역에 위치한 경기 고양 장항습지에서 발생한 지뢰 폭발 사고로 한쪽 다리를 잃은 피해 당사자인 김철기 전)민족문제연구소 고양파주지부장은 사고 당시 상황 설명과 함께 지뢰폭발 사고의 심각성과 후방지역 지뢰제거 방안과 실질적인 필요성을 언급해 기자회견장을 숙연하게 했다.
전국연대회의는 촉구안 발표 후 국정과제안을 기자회견장에 참석한 각 정당 대선 후보 캠프 핵심 관계자들에게 전달했다.
이규의 더불어민주당 후보직속 총괄특보단 총괄상임부단장은 “6·25 전쟁의 상흔인 지뢰가 국민의 안전을 해치지 않도록 국가가 책임을 방기하지 않아야 한다”며 “과거의 문제가 반복되지 않고 국민 곁에서 지뢰가 사라질 수 있도록 국가과제 채택을 위해 노력 하겠다”고 말했다.
신광조 국민의힘 중앙선대위 균형발전 특보는 “국민안전을 위협하는 지뢰 문제해결을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하겠다”며 “어떤 예산 순위보다 우선적으로 반영될 수 있도록 대선 캠프에 전달하겠다”고 언급했다.
이헌석 정의당 기후정의 선대위원장은 “안타까운 사고가 끊임없이 발생하고 있는 지뢰 문제는 국민 안전과 직결된 문제”라며 “시민사회의 국정과제안을 적극적으로 공약에 반영해 실현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윤희숙 진보당 공동선대위원장은 “지난해 장항습지 지뢰 사고를 통해 지뢰 폭발사고는 국민들의 일상적인 환경에서 발생할 수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며 “전국연대회의의 대선 국정과제안을 적극 수용하고 더불어 시민사회와 함께 국정과제로 채택될 수 있도록 노력 하겠다”고 답했다.
박규견 전국연대회의 집행위원장은 “후방지역 지뢰문제는 이념적인 판단대상이 아닌 안전권과 인권 등 시민들의 기본적인 삶의 조건”이라고 전제한 뒤 “후방지역에 매설된 지뢰가 완전하게 제거되기 위해서는 차기 정부의 국정과제로 채택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또 “후방지역 지뢰 문제는 지금까지 안보 문제라는 금기의 영역으로 대상화된 경향성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면서 “지뢰문제를 군의 업무로 당연하게 간주하는 일선 자치단체의 인식개선과 함께 행정체계의 제도적 변화도 요구 된다”고 강조했다.
박 집행위원장은 이어 “제20대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출범하면 후방지역지뢰 완전제거 국정과제 채택을 위해 전국연대회의 차원의 적극적인 대응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