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익명의 가면 뒤 활개치는 악플 살인마들, 두고만 볼 것인가
상태바
[칼럼] 익명의 가면 뒤 활개치는 악플 살인마들, 두고만 볼 것인가
  • 박근종 작가·칼럼니스트
  • 승인 2022.02.17 09:5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박근종 작가·칼럼니스트
박근종 작가·칼럼니스트
[매일일보] 디지털 시대 인터넷 없이는 잠시도 생활을 영위할 수 없을 정도로 우리 사회는 온라인 사이버의 심연(深淵)에 깊이 빠져들어 있다. 창조도시(Creative city)가 되기 위해서는 관용(Tolerance), 인재(Talent), 기술(Technology)의 세 요소가 골고루 갖춰져야 하고, 이들의 경합과 상호 융합을 통해 창조성이 높아진다는 미국의 경제학자 리처드 플로리다(Richard Florida) 교수의 ‘3T 이론’이 유튜브에도 적용되고 있다. 특히, “관용(포용)을 바탕으로 한 개방적인 도시는 혁신적인 인재들이 성장하는 토양이 되고, 외부 인구가 유입되는 동기를 마련한다며, 다양성에 대한 열린 문화가 도시성장의 밑거름이 된다.”라는 주장이다. 누구든지 시간과 공간의 제약 없이 영상을 업로드(Upload)할 수 있는 시스템은 자신의 장기나 특기를 펼치고 싶은 대다수 끼 있는 인재들을 유튜브로 유입시켰고 이는 유튜브가 빠르게 성장하는 기반이 됐다. 조회수가 높을수록 더 큰 수익을 올리는 플랫폼 구조도 한몫을 했다.  그러나 잘못 사용하는 사람들이 늘면서 사이버공간은 판도라의 상자로 변했다. 익명의 가면 뒤에 숨어서 활개를 치는 악플(악성 댓글) 살인마들의 준동으로 소중한 생명을 앗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프로 배구선수 김인혁씨와 1인 방송 진행자 BJ잼미(본명 조장미)가 잇따라 극단적 선택을 했다는 슬픈 소식이 가슴을 아프게 한다. 숨진 조장미 씨는 2019년 7월 방송에서 ‘남성비하 제스처’를 취했다는 논란에 휩싸였고, 이후 ‘남성혐오자’라는 비난과 함께 각종 루머(Rumor)에 시달리며, 지속적인 ‘악플’ 공격을 받게 되자 가족들에게 심적 괴로움을 토로해온 것으로 알려졌고, 김인혁 씨는 “남자가 화장을 왜 하냐”는 등의 인신공격성 댓글에 상처를 받고 비관해왔다는 내용의 메모가 발견됐다. 그는 지난해 8월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악플은 이제 그만해 달라. 버티기 힘들다”라는 글도 올렸었다. 도를 넘는 ‘악플’과 루머가 비수가 돼 꽃다운 스물일곱 나이에 이들이 유명을 달리했음을 알리는 분명한 정황이다.
‘악플’로 인한 비극도 계속되어왔다. 2019년 가수 설리와 구하라가 ‘악플’로 극단적인 선택을 한 아픈 기억이 채 지워지지도 않았다. 그때도 사회적 파장을 일으키며 자성을 촉구하는 분위기가 매우 컸었지만, 인터넷상에 만연한 ‘악플’은 줄어들 기미가 전혀 보이지 않고 있다. 2020년 유튜버 BJ박소은, 배구선수 고유민의 죽음도 마찬가지다. 모두 ‘악플’로 인한 우울증 등 심각한 고통을 겪었던 것으로 알려져 더욱 가슴이 아프다. 이러한 ‘악플’ 피해는 심지어 일반인에게까지 번졌다. ‘악플러’에게 자성을 촉구하고 윤리의식을 기대는 정도로 이 문제를 해결하기에는 한없이 멀고 요원해 보인다.  당연히, ‘악플’ 문제를 가볍게 묵과해서는 안 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고, ‘사이버불링(Cyber Bullying | 사이버상에서 특정인을 괴롭히는 행위)’을 규제해야 한다는 여론도 비등하고 있다. 익명의 가면 뒤에 숨어 활개를 치는 ‘악플’ 살인마들 더는 두고 볼 수 없다. 도가 지나치고 악의적이며 상습적인 ‘악플’이나 ‘사이버불링’을 줄이려면 강력한 처벌법을 두고, 엄하게 처벌해야 하며, 자칫 처벌받을 수도 있다는 인식이 사회 저변에 깊고 무겁게 뿌리내리도록 하는 강력하고 준엄한 제도 정비가 시급하다. 특정인을 겨냥한 혐오와 차별 게시물이 넘쳐나는데도, 플랫폼 운영업체들은 ‘혐오 장사’를 방치하고 있다. 따라서 플랫폼 사업자의 혐오 콘텐츠 방조를 법적으로 제한하는 방안도 적극적으로 추진할 필요가 있다. 일부 누리꾼은 혐오를 조장하고 괴롭힘을 확대 재생산해 온 이른바 ‘사이버레커(Cyber Wrecker | 온라인 이슈를 짜깁기한 영상을 만들어 조회 수를 올리는 유튜버)’들을 방치해 이번처럼 사태를 키운 유튜브 채널의 책임이 크다고 지적하고 있음도 결단코 가볍게 여길 수 없기 때문이다. 포털 사이트는 ‘악플’의 진원지로 지목됐던 연예·스포츠 기사의 댓글 서비스를 서둘러 중단했다. 댓글창이 막히자 악플러들은 개인 SNS나 유튜브 등 더 사적인 공간으로 화살을 겨누고 총구를 조준했다. 최근엔 공격 대상도 넓혔다. 과거엔 주로 연예인·스포츠인 등 유명인이 ‘악플’을 겪었다면, 이제는 ‘1인 방송’ 대중화로 누구나 ‘괴롭힘’에 노출되는 환경에 놓였다. 최근 ‘가품’ 사용 논란에 섰던 유튜버 겸 인플루언서 프리지아도 외모 비하와 가족에 대한 루머에 시달렸다고 한다. 방송통신위원회가 지난 2월 4일 발표한 ' 2020년 사이버폭력 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성인의 사이버폭력 경험률은 2019년 54.7%보다 11.1%포인트 늘어난 65.8%에 달했다, 실제 경찰청 통계를 보면 사이버 명예훼손·모욕 사건 발생 수는 2014년 8,880건이던 것이 2017년 1만3,348건, 2018년 1만5,926건, 2019년 1만6,633건, 2020년 1만9,338건으로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에 있다. 현실이 이런데도 불구하고 대책 논의는 수년째 공전하고 있다. 20대 국회에서 2019년 연예인들의 극단적 선택이 이어지자 복수의 악플방지법이 발의됐지만 모두 폐기됐다. 21대 국회 들어 제기된 관련법도 소관 상임위에서 낮잠을 자고 있다. 그러는 사이 ‘악플’은 익명이라는 가면 뒤에 숨어 활개를 치고 있다. 인격을 짓밟고 끝내는 목숨까지 앗아가고 있다. ‘악플’은 비열하고 비겁한 언어폭력이자 중대한 범죄다. 결코 표현의 자유 대상으로 보아 보호할 사안이 아니다. 의당 제지하고 막아야 마땅하다. 더 이상의 피해를 막기 위해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개정을 서둘러 처리해야 할 때다. 독일은 이용자 200만 명이 넘는 SNS에 특정 대상에 대한 혐오 콘텐츠가 올라오면 플랫폼 사업자가 24시간 안에 차단하도록 의무화하고 있음은 좋은 본보기다. 공적 기관이 아닌 민간 기업에 콘텐츠 관리권을 맡기게 되면 자의적인 법해석으로 물의를 야기하고 또 다른 논란을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와 비판도 없지 않으나 사람 목숨보다 더 소중한 건 없다. 시민의식 개선이 화급하고 중요한 이유다. 무엇보다도 ‘악플’이나 악성 루머를 퍼뜨리는 이른바 ‘사이버레커’들이 ‘사이버불링’을 하는 근원적인 이유는 돈이 되기 때문이다. 혐오와 차별에 대한 잘못된 욕망의 강도에 비례하여 크면 클수록 조회수가 늘고 그에 따라서 돈이 불어나는 현재의 구조와 시스템은 많은 문제점을 안고 있다. 이를 과감히 바꿔야만 한다. ESG 경영의 핵심은 지속가능성이며 비재무적 요소가 중시되고 있다. 기업의 책임과 사회적 가치가 무엇인지 이제는 유튜브나 페이스북 등 플랫폼 기업들이 심각한 고민과 함께 혐오나 차별을 조장하는 콘텐츠 관리에 직접 나설 때다.    박근종 작가·칼럼니스트(現 성북구도시관리공단 이사장)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