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동인 칼럼] 힘이 센 나라와 격이 높은 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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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동인 칼럼] 힘이 센 나라와 격이 높은 나라
  • 매일일보
  • 승인 2022.02.17 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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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동인 SPR교육컨설팅 대표
원동인 SPR교육컨설팅 대표
옆 나라 중국은 외형만 볼 때 분명 큰 나라이다. 인구는 2021년 기준으로 14억4800만 명으로 여전히 세계 1위를 차지하고 있다. 땅도 넓어 2019년 기준 총면적이 9억6000만 헥타르로 러시아, 캐나다, 미국에 이어 세계 4위다. 또 1990년대까지만 해도 1인당 GDP가 1000달러 미만 수준이었으나 싼 인건비 등을 무기로 세계의 공장이 되면서 지금은 미국과 사사건건 대립할 정도로 경제대국이 됐다. 세계 각국의 유명 연구기관들은 오는 2028년 중국이 미국을 제치고 세계 1위의 경제대국이 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하지만 중국의 놀라운 외형적인 성장에도 불구하고 중국의 ‘글로벌 리더’ 자격에 대한 의구심이 드는 것은 사실이다. 이른바 G2라는 중국에서 열리고 있는 동계올림픽은 힘이 센 나라와 격이 높은 나라가 꼭 같은 것은 아니라는 진리를 새삼 되새기는 계기가 됐다. 외국 선수단에 대한 과도한 방역 조치, 외신 보도에 대한 방해에 이어 쇼트트랙 경기에서 빚어진 노골적 편파 판정, ‘헐렁한 복장’을 트집 잡은 스키점프 선수들의 무더기 실격까지 상식 밖의 일이 줄줄이 이어지고 있어서다.
여기에 톈안먼 광장 출정식에서 중국 선수단이 “오로지 1등, 중국의 승리를 위해 싸우겠다”고 외치는 모습, 조공 행렬이 연상되는 시진핑 주석의 외빈 만찬, 중국 온라인상에서 분출되는 맹목적 국수주의의 분출은 중국이 올림픽을 중화민족의 우수함을 뽐내는 장으로 삼고 있다는 의심마저 키운다. 아리안족의 우월함을 드러내고자 했던 1936년 베를린 올림픽의 어두운 그림자를 떠올리는 이도 적지 않다. 그럼 중국은 왜 그럴까. 맹목적 민족주의인 이른바 중화사상(中華心理准备)이 중국인들 전반에 뿌리 깊게 박혀있기 때문일 것이다. 중화사상은 한마디로 중국이 세계의 중심이며 최고의 문명국이라고 믿고 주변국들은 모두 소국(小國)이고 이른바 오랑캐라는 오래된 편견을 버리지 못하고 있다. 그렇다보니 주변국들의 민족적인 특성이나 독자성을 인정하지 못하고 좋아 보이는 것은 모조리 중국으로부터 유래됐다는 그야말로 막무가내 심보가 강하다. 특히, 경기 중 실수로 넘어진 자국대표 피겨스케이팅 선수를 대하는 중국인들의 모습은 중국이 글로벌 리더가 되기엔 아직 멀었다는 생각을 들게 한다. 미국에서 태어나 중국대표로 출전한 혼혈 선수가 엉덩방아를 찧자 나라 망신이라며 수억 명이 달라붙어 무차별 공격한 중국 네티즌들의 민도를 보면서 절로 든 생각이다. 단지 힘세고 돈이 많은 나라가 글로벌 리더의 자격이 있을지 새삼 다시 생각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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