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십 시험대 올라…R&D 자금 확보가 관건
[매일일보 이용 기자] 올해 초 국내 주요 제약사들의 경영자가 대거 교체됐다. 이들이 차세대 리더로서의 능력을 증명하기 위해선 R&D 확대와 리더십을 통한 성패가 좌우할 것으로 보인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동국제약, 보령제약, 일동제약, 삼일제약 등은 창업주의 2·3세를 최고경영자로 선임했다. 이 중 동국제약, 보령제약, 일동제약은 올해 모기업에 이어 자회사와 계열사의 기업공개(IPO)를 준비하고 있다. 지난해 제약업계가 신약개발과 코로나19관련 사업으로 높은 매출성장을 기록한 만큼, 새 경영자들이 올해도 성장세를 이어나갈지 주목된다.
동국제약은 다양한 사업 노하우를 가진 오너2세 권기범 회장을 필두로 지난해 수익 하락을 만회할 계획이다. 증권계에 따르면, 동국제약은 지난해 매출은 증가했지만 영업이익은 오히려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1월 회장으로 승진한 권 회장은 창업주인 고(故) 권동일 회장의 장남으로, 1994년 입사 후 2002년 대표이사 및 2010년 부회장에 올라 동국제약의 고도성장을 이끈 주역이다.
회사 안팎의 평가는 매우 긍정적이다. 동국제약 관계자는 “권 회장은 대표이사 시절부터 동국제약의 부흥을 이끈 장본인”이라며 “워낙 실무에 능통해 취임 직후부터 효율적으로 업무를 개편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권 회장은 2002년 34세 나이로 대표이사에 올라 최근 10년 동안 영업이익률을 매년 10% 이상 끌어올렸다. 일반의약품과 조영제 등 자사가 강점을 보이는 주력 사업 부문을 집중해서 공략한 것이 적중했다는 평가다.
업계는 권 회장이 이전부터 착실하게 추진해 온 전문의약품, 일반의약품, 의료기기, 화장품, 건강기능식품 등 다양한 사업이 최고경영자가 된 올해부터 빛을 볼 것으로 전망했다.
또한 상장을 앞둔 자회사 동국생명과학의 완제품 공장 가동이 2022년 2~3분기에 본격화되면 영업이익이 크게 늘어날 것으로 보고있다.
보령제약은 3월 주총 이후 오너 3세 김정균 사장이 미래 성장 동력 투자를, 장두현 대표가 수익 창출을 담당하는 투 톱 체제에 들어설 예정이다.
보령제약은 지난 4일, 창업주 김승호 회장의 손자이자 김은선 보령홀딩스 회장의 아들인 김정균 신임 사장을 선임했다.
1985년생인 김 회장은 미국 미시간대학교 산업공학과 졸업하고 중앙대학교 의약식품대학원에서 석사학위를 취득한 후 2014년 이사대우로 취임, 전략기획팀, 생산관리팀, 인사팀을 거쳐 2017년부터 보령제약그룹 지주사 보령홀딩스 경영총괄 임원과 대표이사를 맡는 등 실무에 잔뼈가 굵은 인물이다.
김정균 사장이 대표이사직에 오르면 장두현 대표와 업무를 분담해 회사 내·외부를 동시에 안정시킬 계획이다. 젊은 김 회장에게 전면 경영은 오히려 활발한 신사업 추진에 부담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회사 내외부의 의견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김 사장은 ‘젊은 리더’답게 보령홀딩스의 조직문화 혁신과 투명한 경영체계 정립, 신사업 역량 강화, 국내외 투자 활동 등 보령제약에서 새로운 수익기반 창출에 집중할 방침이다. 또한 장두현 대표는 내실경영을 통한 수익성 극대화에 초점을 맞출 예정이다.
일동제약은 지난해 11월 부회장으로 승진한 윤웅섭 대표를 중심으로 신약 연구개발, 신사업 발굴 등에 주력할 방침이다. 기업공개를 준비하고 있는 일동바이오사이언스의 이사이기도 한 윤 부회장은 R&D 분야에서 주목할 만한 성과를 내고 있는 전문가로 알려졌다.
일동제약 관계자에 따르면, 대사질환, 암 등과 관련한 유망 신약 파이프라인 연구개발 등은 윤 대표의 진두지휘 아래 순조롭게 진행하고 있으며, 먹는 코로나19 치료제 개발에도 박차를 가해 긴급사용승인 신청을 눈앞에 두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반려동물용 프로바이오틱스 및 관절 건강 영양제 등의 신제품을 출시, 성장 가치가 높은 미래 산업에도 발빠르게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올해 초 삼일제약 회장으로 승진한 허승범 회장은 지난해 부진한 실적으로 리더십 논란에 휩싸였다. 앞서 삼일제약은 지난해 3월 허강 회장이 사임하면서 당시 부회장이었던 허승범 회장과 김상진 사장이 각자 대표 체제를 구축한 바 있다.
업계에 따르면 실적부진의 원인은 단기적 성과 내기에만 급급한 허 회장의 경영방침이란 지적이다. 연구개발비를 소폭 줄이고 타사제품 의존도를 크게 늘린 것이 증거로 지목됐다.
한 관계자는 “기존 주력 사업의 비중을 줄이고 타사제품유통 매출로 수익을 내려 해서 내부에서도 불만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올해 삼일제약은 베트남에 생산공장을 설립하고 주력인 안과 사업부를 더욱 강화해 위기를 돌파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