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대한항공-아시아나 합병 승인, 국제선26개·국내선14개 노선 반납 조건
LCC, 기대했던 일본·중국·동남아 등 김포발 ‘알짜노선’은 없어 큰 파장 미지수
신규 취항해도 장거리 노선서 중대형기로 수익창출까지 오래 걸려 실효성 의문
[매일일보 김아라 기자] 공정거래위원회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기업결합에 대해 조건부 승인했다. 하지만 LCC(저비용항공사)업계는 실망한 기색이 역력하다. 국내 항공업계에 돌아올 파장은 미미할 것이란 전망이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공정위는 지난 22일 대한항공이 아시아나항공 주식 63.88%를 취득하는 기업결합을 최종 승인했다. 다만, 경쟁제한성이 큰 국제선 여객 26개 노선과 국내선 여객 8개 노선에 대해 향후 10년 내 슬롯과 운수권을 이전하는 구조적 조치를 부과했다.
하지만 LCC는 이번 조치에 대해 오히려 실효성에 대한 강한 의문을 표하고 있다. 공정위가 슬롯· 운수권 반납으로 LCC의 시장 진입을 통해 경쟁 시장을 구축한단 방침이나 현실적으로 쉽지 않아서다.
대표적으로 LCC들이 기대했던 일본·중국·동남아 등 ‘알짜 노선’은 이번 공정위의 조건에 포함되지 않았다. 해당 노선들은 중·대형기를 도입해야 취항이 가능한 서유럽이나 일부 미주 노선 대신, 현재 운항 중인 기종을 활용할 수 있고 수요도 높아 ‘알짜노선’으로 꼽힌다.
일본 도쿄 노선의 경우 김포~하네다 노선은 비즈니스 수요가, 인천~나리타는 여행·관광 수요가 상대적으로 높은 서로 다른 특성을 지닌다. 그러나 공정위는 김포공항과 인천공항을 하나로 묶어 서울로 보고, 나리타와 하네다 공항을 하나로 묶어 경쟁제한성을 판단했다.
LCC업계 관계자는 “김포~하네다의 경우 김포공항이 도심과 가까운데다 비즈니스 수요 중심으로 수익성이 높은데 공정위는 LCC 대부분이 인천~나리타 노선에 취항한다는 이유로 일본 노선 경쟁 제한 우려가 크지 않다고 판단했다”며 “김포와 인천이 지리적으로는 가깝지만 실제론 서로 대체 가능성이 낮은데 아쉽다”고 말했다.
인천~몽골 울란바토르 노선의 경우에는 연간 40만명이 이용하는 노선으로, 여행 수요 대비 공급이 턱없이 부족해 비슷한 거리의 노선 대비 운임이 2.5배에 달할 정도로 수익성이 높다.
이 노선은 약 25년 동안 대한항공이 독점해오다 아시아나항공이 2019년 운수권을 추가로 받게 됐다. 두 항공사가 통합되면 독점 노선이 되지만 공정위는 경쟁제한성이 없다고 봤다. 몽골항공이 1위 사업자이며 통합항공사 점유율이 50% 미만으로 비교적 높지 않단 이유에서다.
인천~뉴욕·로스앤젤레스(LA)·시애틀, 인천~런던(영국)·파리(프랑스) 등 장거리 국제선 노선에서는 일부 기대감을 나타내곤 있지만, 장거리 국제선 운항을 위한 운수권과 슬롯을 확보하더라도 실질적인 경쟁력을 갖출 수 있을지에 대해선 우려의 시선이 크다.
최근 티웨이항공과 에어프레미아는 중대형 항공기를 도입했다. 티웨이항공은 에어버스사의 중형기 ‘A330-300’ 항공기를 도입해 올 상반기까지 총 3대로 늘린다는 계획이다. 에어프레미아는 보잉사의 중형 항공기 ‘B787-9’를 올해 4대, 오는 2024년에는 10대까지 확대할 방침이다.
하지만 재배분 노선에 대응하기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운영 경험이 없어 당장 취항이 어렵다. 또한, 장거리 국제선 노선에서 운항 경쟁력을 갖추려면 전반적인 사업 모델 전환과 운항 노하우 확보가 필요한데, 이는 절대적인 시간이 필요하다. 무엇보다 코로나19로 인한 재무적·영업적 타격이 큰 상황에서 경영에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이윤철 한국항공대 경영학부 교수는 “기본적으로 LCC의 사업 모델은 중단거리에 최적화돼 있다”며 “장·단거리 2가지 기종을 같이 운용하면 정비 비용이나 조종사 교육비 등 모든 면에서 원가적인 압박이 돼 기업 경쟁력을 떨어뜨릴 수 있다”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는 “단거리 노선에서는 통합 항공사의 독과점이 심화되고 장거리 노선에서는 LCC 대신 외항사가 진입해 국가 항공 경쟁력이 약화되는 부작용이 발생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