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후보, 모두 "규제완화·R&D 확대" 공약
업계, 두 후보의 '종합 컨트롤타워' 설립 환영
공약 이행은 미지수…현장 특성 반영한 정책 급선무
[매일일보 이용 기자]
제20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여야 후보 모두 제약·바이오산업을 신성장 동력으로 삼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제약·바이오업계는 후보들의 공약을 일단 환영한다는 입장이지만, 이를 이행하려면 정책적 보완이 우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27일 매일일보가 각 후보의 공약집을 분석한 결과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와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 모두 제약·바이오 업계의 규제완화와 육성을 약속했다.
두 후보 모두 업계의 요구를 수용해 △코로나19 치료제 개발 지원 △백신주권 확립 △제약 연구‧개발(R&D) 확대 △심사 기관 전문 인력 확보 △분산된 규제 통합 등 공통적인 대책을 내세웠다.
이재명 후보는 ‘바이오헬스산업발전특별법’을 제정해 부처 간 칸막이를 없애 심사 창구를 단일화하겠다는 입장이다. 심사 기관을 통일해 현장 혼선을 막고 업계의 글로벌 시장 진출을 지원하겠다는 취지다.
이 후보는 민간 주도로 바이오헬스 산업을 이끌어갈 수 있도록 ‘슈퍼 클러스터’ 마련도 지원할 방침이다. 코로나19를 비롯한 신종 감염병 백신과 치료제를 국내에서 신속하게 개발할 수 있도록 원천 기술 기반도 강화할 계획이다. 또한 첨단분야 심사인력과 규제과학 전문가 양성해 정부 기관의 전문성을 강화하기로 했다.
윤석열 후보는 국무총리 직속 '제약바이오혁신위원회'를 설립하겠다고 밝혔다. 한국제약바이오협회가 요구한 청와대 직속 제약·바이오 컨트롤타워를 실현하겠다는 의지로 보인다.
여기에 재생의료, 정밀의료, 뇌과학, 노화, 유전자편집, 합성생물학 등 첨단 디지털의료분야에 국가 차원의 R&D 지원 계획도 시사했다. 고가 항암제와 중증·희귀질환 신약 신속등재제도 도입도 공약으로 내걸었다. 또 정권이 바뀌는 등 정치적 목적으로 과학 기술 정책이 뒤집히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국가 장기 연구사업 제도'를 도입키로 했다.
업계는 주요 대선 후보들의 대대적인 지원 공약에 “누가 당선 되든 업계의 환경은 나아질 것”이라며 반기는 눈치다. 다만 이들이 제시한 정책 공약들이 실제로 얼마나 이행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는 입장이다. 업계는 새 정권이 업계 특성을 먼저 파악해야 현실성 있는 정책을 반영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국제약바이오 협회에 따르면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은 심사 기관의 인력 부족과 분화된 지원으로 경쟁력 있는 혁신 신약의 신속한 개발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후보들은 이를 위해 모두 ‘심사기관 전문 인력 확보’를 약속했다. 하지만 일반적인 공무원 채용과 보직 변경 등으로는 전문 인력을 확보에 한계가 있다는 것이 업계의 설명이다.
미국 FDA의 경우, 최근 디지털 의료 전문 인력을 채용하기 위해 실리콘밸리, 시애틀, 보스턴 등 최첨단 과학 단지가 조성된 지역을 중심으로 인력 모집을 진행한 바 있다. 전문 인재 육성은 단기간에 해결될 문제가 아닌 만큼, 업계는 새 정권이 장기적인 시각으로 인적 자원 육성에 나서야 한다고 조언했다.
일부에서는 두 후보의 공통 공약인 ‘분산된 규제 통합을 위한 종합 컨트롤타워’ 설치는 제약·바이오 업계에만 특혜준다는 의혹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제약업 특성상 의학, 산업, 노동 등 여러 업종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 가령 의학계에서 위험성을 경고한 사업을 새 정권이 시장성을 이유로 임의로 승인할 경우, 업계끼리 분란이 생길 수 있을 것”이라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