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셰프테이너’라는 말까지 생길 정도로 몇 해 전부터 셰프들의 방송 진출이 활발해졌다. 특히 요리 경연에 스포츠 중계, 예능적 장치까지 접목시키며 대히트를 기록한 ‘냉장고를 부탁해(냉부)’는 수많은 스타 셰프들을 배출해 냈다. 그중에서도 인기 웹툰 작가 ‘기안84’가 게스트로 나온 회차는 나에게 놀라움을 주는 방송이었다. 기안84의 냉장고에는 각종 편의점 음식, 먹다 남은 족발과 보쌈 등 도저히 식재료로 쓸 수 없는 재료들뿐이었다. 하지만 냉부의 스타 셰프들은 그런 재료들을 이용해서 고급 레스토랑에서 나 볼법한 비주얼의 요리를 만들어 냈다. 유능한 셰프들은 어떤 재료든 숨은 가치를 찾아내 멋진 음식을 만들 수 있는 것이다.
숨은 가치를 찾아내는 일은 조직에서도 중요한 사항이다. 특히 관리자는 조직원의 역량을 발굴하고 발휘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우수한 인재를 영입하려는 노력도 중요하지만 현재의 조직원들이 최대한 역량을 펼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 어떤 관리자들과 일하는 직원들은 항상 좋은 결과를 보여주지만, 이전에 높은 역량을 보여줬던 직원도 상사가 누구냐에 따라 눈에 띄는 성과를 보여주지 못하기도 한다. 이러한 상황의 원인은 무엇일까? 누구나 내가 가진 것에 대한 불평은 할 수 있다. 하지만 내가 가진 것들의 가치를 끌어내는 것은 소수만 할 수 있는 일이다. 조직에서 관리자는 그런 역할을 해야 한다.
일본 타이어 회사 브리지스톤의 前 CEO 아라카와 쇼시는 저서 ‘소심해도 리더 할 수 있습니다’에서 좋은 리더가 되기 위한 조건으로 “존중하는 마음을 먼저 전달하라, 지도하지 말고 지원 하라”라고 말했다. 노자의 도덕경에도 ‘리더가 백성을 믿어야 백성도 리더를 믿는다’라는 내용이 나온다. 두 책에서 말하는 공통적인 리더의 조건은 ‘조직원 스스로 성과를 낼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능력’이다. 인센티브, 진급 등 물질적인 보상이 아니라 구성원이 자신이 조직에서 중요한 사람이라는 느낌이 들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기 위해서 관리자는 조직원 스스로가 판단하고 결정할 수 있도록 권한을 위임하고 개개인의 역량과 조직 전체의 연결을 만들어내는 것이 자신의 역할이라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정정용 감독은 2019년 U-20월드컵에서 선수들의 역량을 최대한으로 이끌어내며 대한민국 최초로 준우승을 만들어냈다. 그는 한 방송사 인터뷰에서 자신이 팀을 이끄는 방법은 “선수들이 중요한 순간에 스스로 선택을 하게끔 해주고, 그에 따른 책임은 내가 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코치들에게도 역할을 부임하고 권한을 나눔으로써, 각자가 가진 역량을 충분히 이끌어낼 수 있게 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 대회에서 뛰어난 역량을 보여주며 대회 골든볼을 수상한 이강인 선수도 이후에는 다른 팀에서 눈에 띄는 성적을 못 내고 있는 것도 어쩌면 그 가치를 제대로 발휘할 수 없는 환경 때문일지도 모른다.
어느 누구도 자신이 하찮은 사람이 되고 싶어 하지는 않는다. 20세기의 가장 탁월한 심리학자 지그문트 프로이트(Sigmund Freud)는 사람들이 어떤 행동을 하는 동기 중 가장 강력한 것은 ‘위대한 사람이 되고픈 욕망’이라고 말했다. 사람은 누구나 자신만의 강점이 있다. 만약 지금 원하는 성과를 못 내고 있다면 그건 어쩌면 아직 자신의 가치를 잘 이끌어낼 관리자를 못 만나서 일지도 모른다. 이제 사회생활을 시작하는 젊은 세대들은 이 전 세대들보다 훨씬 높은 스펙과 역량을 갖고 있다. 이제는 냉부의 스타 셰프들처럼 그들의 숨은 가치를 찾아내는 관리자들이 더욱 필요해진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