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제재로 국내 조선사 러시아 계약 프로젝트 약 7조원 결제대금 불안
EU 천연가스 수입처 다변화 시 LNG선 수요 ↑, 해양플랜트 수주도 기대
[매일일보 김아라 기자]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현실화되면서 국내 조선업계에는 위기와 기회가 공존하는 모습이다. 당장 러시아가 발주한 선박들이 자칫 부실자산으로 전락할 가능성과 유럽연합 국가들의 천연가스 운반선 신규 발주 가능성이 공존하는 것이다.
1일 업계에 따르면 미국을 비롯한 서방 국가가 러시아를 국제은행 간 통신협회(SWIFT·스위프트) 결제망에서 배제하기로 하면서 러시아로부터 선박을 수주한 국내 조선사들의 피해가 우려된다. SWIFT는 전 세계 은행 간 송금이 가능한 결제망으로, 국내 기업이 러시아와 수출입 대금을 주고받을 때 주로 사용한다. SWIFT가 막히면 국내 조선사들은 선박 건조를 완료해도 대금 상당 부분을 받는 데 차질이 생긴다.
국내 조선 3사가 러시아와 체결한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및 관련 프로젝트의 금액은 약 7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LNG 운반선 7척을 인도해야 하는 계약과 러시아 LNG 프로젝트에 선박과 각종 기자재를 공급하는 계약 등이다.
한국조선해양·대우조선해양·삼성중공업이 러시아에서 수주한 LNG 운반선은 총 7척 정도로 금액 기준으로는 1조8270억원 규모다. 최근 LNG 운반선의 1척당 수주값은 2억1700만달러(약 2610억원)다. 별개로 삼성중공업의 경우 러시아 LNG 프로젝트의 선박 블록 등 기자재 공급계약을 약 43억 달러(약 5조1700억원)에 체결했다.
반면, 이번 위기가 국내 조선업계에 기회로 작용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세계 최대 천연가스 수출국인 러시아가 전쟁을 감행하면서 유럽으로 가는 가스 공급망이 끊겨 대체 운송수단으로 액화천연가스(LNG)선 발주가 늘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또한 세계 3위 원유 수출국인 러시아가 도발한 전쟁에 국제유가가 급등해 해양플랜트 수주 전망도 밝게 한다.
현재 유럽연합(EU)는 천연가스 수요의 40%가량을 러시아에 의존하고 있다. 이번 사태로 EU가 천연가스 수입국을 다변화할 것으로 관측된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에너지 수입국 다변화 등 대책을 모색해 소비자 가격 부담을 완화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또 독일은 지난 22일(현지시간) 러시아와 독일을 잇는 가스관 ‘노르트스트림-2’ 사업을 중단키로 했다.
유럽이 천연가스 수입처 다변화에 나서면 전 세계 LNG 운반선 시장에서 높은 점유율을 차지하는 국내 조선업계가 반사이익을 볼 수 있다. LNG 운반선 발주가 늘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LNG 운반선은 영하의 극저온에서 천연가스를 저장하는 초대형 탱크의 강도와 연료 효율성이 요구되는데, 국내 조선사들이 높은 기술력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김용민 케이프투자증권 연구원은 “주요 국가들의 에너지 공급선 다변화에 대한 필요성을 일깨운 것만으로도 발주 수요가 확대될 가능성이 충분하다”며 “한국조선해양·대우조선해양·삼성중공업 등 국내 대형 조선 3사의 중장기적 수혜가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국제유가가 치솟으면서 해양플랜트 수주 기대감도 높아지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유럽의 LNG 수급 차질 우려가 현실화되면 석유 개발에 대한 프로젝트가 확대돼 해양플랜트 발주 가능성이 있다”며 “국제 정세가 급변하는 만큼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