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기고] '온더'의 고려대학교 기부...'톤'에 투자한 투자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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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기고] '온더'의 고려대학교 기부...'톤'에 투자한 투자자는?
  • 김형석 칼럼니스트
  • 승인 2022.03.02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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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속되는 가상자산의 폭락세...투자자 보호 우선
김형석 칼럼니스트
[매일일보] “너 어렸을 적, 네가 나에게 맺힌 듯이 물었었다. 이장 집 잔치 마당에서 일 돕던 다른 여편네들은 제 새끼들 불러 전 나부랭이며 유밀과 부스러기를 주섬주섬 챙겨 먹일 때 엄마는 왜 못 본 척 나를 외면했느냐고 내게 따져 물었다. 나는 여태 대답하지 않았다” -임태주 시인 ‘어머니의 편지' 좋은 일은 아무리 하더라도 부족함이 없다. 그것은 만고의 진리며 우리가 살아가는데 있어 항상 가슴속에 담고 있어야 할 최소한의 양심이다. 기부도 마찬가지다. 나의 것을 나누어줌으로써 필요한 곳에 좋게 쓰일 수 있다면 얼마나 좋겠는가. 다만 좋은 일에는 꼭 지켜야 할 전제가 있다. 좋은 일을 하겠다고 남을 힘들게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아무리 어딘가에 굶어가는 이가 있다 하더라도, 배고픈 내 자식 입에 밥 한 숟갈이라도 더 떠 넣어주는 게 사람의 마음이다. 이러한 마음 또한 우리는 양심이라 부르기로 약속했다. 2022년 1월, 업비트에서 거래중인 가상자산 ‘톤'의 운영재단 ‘온더'에서 고려대학교에 25억원을 기부한다는 소식에 투자자들은 분개했다. ‘톤'은 상장 이후 최고 3만5000원까지 상승한 이후 꾸준한 하락을 거쳐 1월 약 6000원, 2월 현재 약 4300원을 기록하고 있다. 비트코인의 하락은 차치하더라도 기본적인 가격 방어가 없으며 한술 더 떠 대표가 시장에서 ‘톤'을 매도해 기부를 했다는 사실을 투자자들은 이해하지 못하는 분위기이다. 대표는 “고려대에서 우수 대학원생을 양성하고 우리가 채용하는 구조다. 1명당 5000만원 정도인데 이 과정을 1년만 할 수 없으니 5년 교육할 비용을 기부하는 것이다. 10명이 장학금을 받고 졸업 후 온더에서 2년 동안 일하는 조건이다. 이 정도면 인재 확보를 위한 좋은 투자라고 생각한다”라고 반박했다. 또 “기부하고 싶다고 톤을 갑자기 팔아서 내는 게 아니다. 백서에 나온 대로 운영비로 쓸 만큼만 시장에 충격이 없도록 일정한 양을 순차적으로 현금화한다. 그 양도 많은 게 아니다. 기부를 한 배경은 일차적으로는 우수 인재 확보지만 이런 의심을 불식시키고 싶은 이유도 있다”며 투자자의 불만에 해명하기도 했다. 이날 “개발 등 본질적인 부분 외에는 비용을 쓰기 꺼린다”던 대표는 어째서인지 사람에 대한 투자는 아끼지 않는 모양새다. 역시, 사람이 먼저다. 물론 개발자를 미리 확보하는 차원에서 기부를 하는 것은 굉장히 좋은 투자라 할 수 있다. 다만 필자가 묻고 싶은 것은 이것이다.
“그렇다면 지금의 가치 하락은 ‘개발이 부족했기 때문'이며, 고점 대비 8분의 1로 가격이 하락한 상황에 가상자산의 매도 금액이 투자자가 아닌 다른 곳에 기부 되었다는 점은 전혀 문제가 없다고 생각하는가, 투자자도 그렇게 생각한다고 믿는가?” 재단 내부의, 그것도 운영진의 지엄한 생각과 계획을 필자는 감히 이해할 수 없고, 알 수도 없다. 확실한 것은 재단이고 거래소고 투자자의 원성을 제대로 듣지 않는 곳은 오래 가지 못했다는 사실이다. 가상자산 자체의 기술로 승부하고, 가격이 계속해서 오르는 등 모두가 행복한 상황에서 기부까지 한다면 그보다 좋은 일이 어디 있을까. 가격이 하락하고 그 하락폭이 걷잡을 수 없을 때는 투자적인 측면에서도 가만히 있는 것 또한 방법이다. 하물며 재단은 가격의 하락에 대해 투자자의 피해를 최소화 하고 가상자산 자체의 온전한 가치를 통해 가격을 방어하는 것이 의무라 할 수 있다. 특히 위메이드의 위믹스 매도, 카카오 대표의 지분 매각 등, 워낙에 회사와 대표의 매각 소식이 많이 들려오다 보니 이러한 점에 대해서도 금융당국의 조치가 필요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생각할수록 두고두고 잘못한 일이 됐다. 내 도리의 값어치보다 네 입에 들어가는 떡 한 점이 더 지엄하고 존귀하다는 걸 어미로서 너무 늦게 알았다” -임태주 시인 '어머니의 편지' 가산(왠지 가상자산 같다, 집안의 재산을 뜻하는 말이다)을 팔아 굶어 죽어가는 이를 살리는 것과 집안의 배고파하는 내 자식 입에 밥 한 숟갈 떠 넣는 것, 이 중 어떤 것이 더 가치 있는 일이라고 이야기하기에는 다소 애매한 감이 있다. 둘 중 어느 것이 더 의미 있고 옳은 일인지에 대해 판단을 내리기에는 아마 필자는 더 철이 들어야 알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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