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문수 지사 “광교신도시에 신청사를 짓는 것은 욕먹을 짓"
[매일일보 강세근 기자] 경기도가 내년 계획한 광교 신청사 착공을 보류하기로 했다. 재정난 탓인데 광교 입주민들의 반발이 우려된다.
김문수 지사도 지난달 30일 오전 경기중소기업종합지원센터에서 열린 도내 단체·기관장 모임인 기우회에서 "사실 지금 청사에 문제가 없는데 4000억원 이상을 들여 신청사를 짓는 것은 맞지 않다"며 "세금이 들어오지 않는 상황에서 광교신도시에 신청사를 짓는 것은 욕먹을 짓"이라고 말했다.
그는 "일체의 관공서 건립을 모두 멈추고 공무원 봉급도 깎고(해야 한다고 본다). 왜 이렇게 하느냐면 출산율이 낮고 노인이 급증하는 상황에서 빚을 내면 나중에는 갚을 수 없게 될 것(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광교 행정타운 내 5만9000㎡에 들어설 신청사는 지상 25층, 연면적 10만1000여㎡ 규모로 계획된 상태다.
도는 104억원을 들여 내년 2월까지 설계·감리를 끝낸 뒤 이르면 9~10월 공사에 들어가 2017년 완공할 예정이었다.
사업을 예정대로 추진하려면 내년 250억원 등 공사비만 모두 2160억원이 필요하다. 설계·감리비 가운데 31억원도 확보되지 않아 내년 본예산에 반영해야 한다.
하지만 도가 재정난으로 공사비 반영이 어려운 처지에 놓이면서 청사 준공도 최소 1~2년 늦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신청사의 조속한 추진을 주장해온 광교신도시 입주민들의 반발이 예상된다.
도는 지난해 4월에도 재정악화 등을 이유로 신청사 설계를 보류했다가 7개월여 만에 재개했다.
이 과정에서 광교신도시 입주민으로 구성된 '경기도청 광교신도시 이전 추진 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는 김 지사를 직무유기 및 사기 혐의로 검찰에 고소하는 등 강하게 반발했다.
앞서 도는 지난 22일 부동산 경기 침체 등으로 1조원 이상의 재정결함이 예상된다며 3875억원을 실감액 한 제1회 추가경정예산안을 편성해 도의회에 냈다. 감액 추경은 외환위기 때였던 1998년 이후 15년 만이다.
또 내년에는 무상급식비 874억원 등 세출예산 5000억원을 구조조정 하겠다고 발표했다.
도 관계자는 "신청사 설계는 예정대로 진행할 것이기 때문에 건립을 중단하는 것은 아니다"며 "재정상황이 풀릴 때까지 추이를 지켜보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