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창덕 특별기고] 인간의 본성과 조직이 공정하다는 착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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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창덕 특별기고] 인간의 본성과 조직이 공정하다는 착각
  • 김동환 기자
  • 승인 2022.03.14 13: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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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열린사이버대학교 연구교수 임창덕
한국열린사이버대학교 연구교수 임창덕
[매일일보] 인간의 역사는 전쟁의 역사다. 역사에 기록된 시기 중 7.8%만이 전쟁이 없었다고 한다.

인간이 원래 폭력적일까 아니면 그 반대일까.

버클리대 심리학과 교수, 대커 켈트너의 연구 결과 사유재산과 농업의 발달로 전쟁이 잦아졌다고 하면서 인간의 본성이 악하지 않고 긍정적 감정이 진화했다고 했지만, 지금도 전쟁이 일어나는 것을 보면 인간은 천성적으로 선량하며 그가 사악해지는 것은 제도 탓이라고 주장하는 장 자크 루소의 의견보다는 인간은 투쟁적이고 사회를 만인에 대한 만인의 투쟁으로 본 토머스 홉스의 의견이 더 맞는다고 판단된다.

네덜란드 저널리스트, 뤼트허르 브레흐만은 그의 저서, 휴먼카인드에서 인간은 폭력에 대해 뿌리 깊은 혐오감을 가지고 있어서 인간은 생각보다 착하다고 했다. 하지만 이스라엘 역사학자인 유발 하라리는 호모 사피엔스가 네안데르탈인과 만났을 때 그 결과는 아마도 역사상 최초이자 가장 중요한 인종 청소 캠페인이 일어났을 것이라고 하면서 인간의 폭력성을 강조했다. 유전학적으로 인간은 폭력성이 제거되는 방향으로 진화해왔다는 주장이 있다. 폭력적인 사람끼리는 결혼할 확률이 낮아져서 여러 세대를 거치면서 온순해졌다는 것이다. 가장 친화성 있고 성품 좋은 사람들이 더 많은 자식을 갖는 현상이 수만 년 동안 지속되었기 때문에 우호적인 자만이 생존해왔다는 것인데, 이를 온순한 인간을 뜻하는 호모 퍼피(Homo Puppy)라고 부른다. 이를 입증하는 동물 실험이 있다. 러시아의 유전학자인 드미트리 벨야에프는 인간이 기르는 가축이 되기까지 어떤 성질이 필요한지 시베리아 여우를 대상으로 실험을 했다. 처음부터 온순한 성격을 가진 30마리의 수컷과 100마리의 암컷을 선별하여 교배한 결과, 10세대가 지나자 18퍼센트가 집에서 기르는 개와 같이 꼬리를 흔들고, 만지는 것에 호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그리고 20세대까지 실험을 반복하자 2배에 가까운 35퍼센트까지 온순함을 보였다. 인간에 의해 길들여진 동물은 외부 자극에 대한 반응 역치도 낮았다.
한편 우리 사회는 공익제보자나 내부고발자에 대한 보호장치를 마련하고 있지만, 그들을 보호하는 제도의 실효성에는 의문이 많다. 신고 단계에서부터 익명성을 유지하고 신변 보호가 이루어진다는데 이에 대해 보호장치가 충분하다고 느끼지는 않을 것이다. 직장의 경우 내부 고발자가 오히려 승진에서 밀리고, 인사이동에서 불이익을 많이 받는다. 심지어 낙인을 찍어 해당 기록을 다음 인사 담당자에게 고스란히 인계하여 퇴직까지 불이익을 받게 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다 보니 조직 내의 불합리한 면이나 개선할 것을 알면서도 쉽사리 나서지 않는다. 조직의 잘못을 지적한들 바뀌겠냐는 냉소적인 생각을 많이 갖는다. 오히려 인사 담당자들은 인사상 차별하고 관리하는 것이 더 공정하다고 착각한다. 앞서 말한 여우 실험을 보면 길들여진 결과 온순해지고 외부의 위협과 자극에 대한 반응과 호르몬 활성화를 담당하는 변연계가 축소되었고, 뇌의 크기가 감소했다. 또한 길들여진 여우의 번식력은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8세대만 지나면 번식력이 64퍼센트 증가하였다. 25세대 지난 뒤에는 94퍼센트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조직의 사례에 대입하면 순응하는 직원들만 조직의 상위층으로 이동하게 되고, 그런 부류의 성격을 지닌 직원들이 직장 내에서 대우받고 그런 부류의 성격 소유자들만이 넘쳐나게 된다. 결과적으로 조직 활동의 투명성과 책임성을 확보하지 못하게 되고, 위험한 상황 또는 비윤리적 행위에 대한 예방 기능을 갖지 못하게 된다. 부패가 발생하기 전에 내부적으로 인식을 할 수 있는 필터효과(filtereffect)를 사전에 차단하게 된다. 지구 공동체 안에서 벌어지고 있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략은 폭력이다. 또한 인간의 본성이 착한지 많은 질문을 던진다. 인류의 탄생부터 수많은 진화를 거쳐 온순해져 왔다는 호모 퍼피는 과연 맞는 얘기일지 의문도 든다. 마치 사회 전체가 만인에 대한 만인의 투쟁과도 같다는 생각이다. 조직에서 내부 고발은 불가항력을 상대로 하는 전쟁과도 같다. 조직에서 긍정적인 기능을 하는 내부 고발자에 대한 인사 불이익은 폭력이다. 조직 스스로 공정하다고 착각을 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담당업무 : 경기동부권 취재본부장
좌우명 : 늘 깨어있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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