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제마진 12달러 1주만에 6달러 급등
WTI 5.8%↓ 장중 100달러도 무너져
정제마진 급락 대비 가동률 조정 검토도
[매일일보 이상래 기자] 국제 원유 가격이 높은 변동성을 보이면서 정유업계 수익성을 둘러싼 전망이 엇갈리고 있다. 일반적으로 고(高)유가가 정유업계 수익성에 긍정적 요소로 보지만, 최근 과도한 급등에 따른 인플레이션 우려와 불안정한 가격 변동성은 부정적 요소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국제 유가가 상승세가 꺾이고 연이어 급락을 보이면서 정유업계 경영 불확실성을 높이고 있다.
지난 14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4월 인도분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는 전 거래일보다 배럴당 5.8%(6.32달러) 떨어진 103.01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장중 한때 8% 이상 급락해 99.76달러를 기록해 배럴당 100달러 선이 무너지기도 했다.
국제 유가는 지난달 말 배럴당 100달러선을 넘어 최고점인 130달러를 찍기도 했다. 2008년 이후 최고치다. 하지만 러시아-우크라이나의 평화회담 개최, 중국발(發) 수요 감소, 베네수엘라발(發) 공급 증가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유가는 급락했다. 지난 9일에는 하루에만 무려 배럴당 15달러(-12.13%) 폭락하는 사태까지 벌어졌다.
정유업계는 이러한 국제 유가의 가격 변동성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유가는 정유업계 수익성을 결정하는 정제마진에 직접적인 영향을 준다. 정제마진은 최종 석유제품의 가격에서 원유 가격과 수송·운영비 등을 뺀 금액이다. 보통 4달러가 손익분기점 기준으로 본다.
일반적으로 유가가 높은 수준을 유지하면 정제마진이 올라가면서 정유업계 수익성이 개선된다. 실제 코로나19 사태로 유가가 떨어지면서 정제마진이 급락해 정유업계가 어려운 시기를 겪었다. 반면 지난해 경기 반등이 본격화되면서 유가도 올라 정제마진은 6~7달러 수준을 보였다.
최근에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유가가 폭등하면서 정제마진도 급등했다. 이달 둘째 주 정제마진은 배럴당 12.1달러로, 전주(5.7달러)보다 6.4달러나 상승했다.
문제는 원유가 최근 과도한 변동폭을 보이면서 정제마진도 급락을 반복한다는 점이다. 지난달 마지막주 배럴당 6.9달러였던 정제마진은 이달 첫째 주 5.7달러로 1.2달러 하락했다가 다시 한 주만에 6달러 이상이나 올랐다. 유가가 예상 범위를 벗어난 급격한 상승·하락은 불확실성 증대로 적절한 대응이 어려워 수익성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
특히 이러한 급격한 유가 폭등은 인플레이션 공포를 키워 경기 심리 위축에 의한 수요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 이럴 경우 정제마진은 고유가임에도 낮아진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업계에 따르면 정유사들은 국제 유가 불확실성을 대비해 가동률을 낮추는 방안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당장 이달부터 금리인상을 단행할 것이 유력한 가운데 인플레이션 압력도 적지 않아 수요 위축에 따른 정제마진 하락 가능성을 열어두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안정적인 상승세를 동반한 고유가는 정유사에 호재이지만 최근처럼 높은 불확실성을 지닌 단기간 폭등은 분석이 쉽지 않다”며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미국-이란 핵합의 등 유가 불확실성을 높이는 요소들이 적지 않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