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약품·SK바이오팜·셀라토즈, 희귀약 개발·임상 성과
업계, '희귀약 신속등재제도'·'위험분담제' 빠른 적용 기대
기업 연구 개발 지원 통해 치료제 가격 인하 예상
[매일일보 이용 기자] 희귀질환 치료제 개발에 대한 국내 기업들의 성과 소식이 속속 전해지는 가운데,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희귀약에 대한 지원 의지를 밝혀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17일 제약·바이오업계에 따르면, 과거 시장규모가 작아 기업들의 기피 대상이던 희귀질환 치료제 개발 산업이 최근 국내외에서 성과를 보이고 있다. 2015년 ‘희귀질환 관리법’이 시행되며 희귀질환이 사회적 문제로 대두됐고, 제약기업들이 윤리경영 일환으로 개발에 착수한 결과가 지금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 업계 설명이다.
현재 가장 인상적인 활약을 보이고 있는 국내 기업은 한미약품이다. 지난 10일 유럽 EMA는 원발 담즙성 담관 치료를 위한 한미약품의 ‘랩스트리플아고니스트’를 희귀의약품으로 추가 지정했다. 한미약품이 개발 중인 혁신신약들 중 19번째 희귀의약품 지정이다. 원발 담즙성 담관염은 담관이 점진적으로 파괴돼 담관 폐쇄 및 간조직 손상을 유발하는 희귀병이다.
SK바이오팜의 레녹스-가스토 증후군 치료제 ‘카리스바메이트’는 글로벌 임상 3상에 돌입했다. 레녹스-가스토 증후군은 여러 종류의 발작 증상이 나타나는 희귀 난치성 소아 뇌전증으로 발달 장애와 행동 장애를 동반한다.
국내 바이오벤처인 셀라토즈 테라퓨틱스는 유전성 운동 및 신경병증 세포치료제로 지난달 18일 미국 FDA에게서 희귀의약품 지정을 받는 성과를 거뒀다. 샤르코 마리투스 질환은 인간의 염색체에서 일어난 유전자 중복 등으로 인해 생기는 유전성 질환이다.
이같은 성과에도 제약·바이오업계는 “치료제가 개발 되더라도 신속한 상용화는 제도상 무리”라며 정부의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높은 개발비용과 정부의 까다로운 규제가 치료제에 대한 환자의 접근성을 떨어뜨린다는 것이다.
한 제약사 관계자는 “희귀질환 치료제는 천문학적인 개발 비용이 소요돼 약가가 비싸고 임상 모집도 어려워 의료기관의 허가도 쉽게 나지 않는다”며 “기업은 손해를 감수할 수 없기 때문에 일정기간 주어진 독점권을 행사해 약가를 높게 책정할 수밖에 없다. 일반 환자들은 그 비용을 감당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규제로 심사 과정이 길어지는 바람에 치료 적기를 놓쳤던 환자도 있다”고 토로했다.
이 가운데, 새 정부가 고가 항암·희귀질환 치료제 건강보험 급여 적용 확대 공약을 이행할 것으로 전망돼 희귀약 개발 기업과 환자 모두 수혜를 입을 것으로 보인다.
윤 당선인은 대선 후보시절 고가의 항암제, 중증·희귀질환 신약에 대해 '신속등재제도' 도입을 추진하겠다는 공약을 내세웠다. '신속등재제도'는 항암제, 희귀질환 등 중증질환 치료제 등의 건강보험 등재과정을 단축하는 제도다. 심평원이 선평가를 마친 후 조건을 충족한 경우, 심평원 후평가와 건보공단 약가 협상을 병행하도록 해 등재 일수를 대폭 감소하겠다는 계획이다.
윤 당선인의 '위험분담제'에 대한 기대도 크다. 이 제도는 필요한 고가 치료제를 제약사와 공단이 일부 재정을 부담하는 조건으로 계약을 맺고 등재하는 제도다. 약에 대한 불확실성이 있지만 환자 생존을 위해 제약사와 공단이 위험을 같이 부담한다는 내용도 포함된다.
업계는 윤 당선인의 신속한 공약 실천을 원하고 있다. 규제 허들이 낮아지고 부작용에 대한 책임 부담이 줄어들면 희귀약 개발·활용에 대한 리스크를 줄일 수 있어 사업 확장에 가속도를 붙일 수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희귀질환자의 치료비용을 낮추는 현실적인 방법은 윤 당선인이 약속했던 ‘바이오 분야 연구 개발 사업 지원’이라는 게 공통된 의견이다.
업계 관계자는 “미국의 경우 개발 중인 신약물질이 희귀약으로 지정되면 임상단계에서 비용지원과 세금감면, 신약 허가심사 기간 단축 등 여러 혜택을 지원받을 수 있다”며 “국가 지원을 통해 기업의 신약 연구 개발 비용 부담을 낮추면 경제원리에 따라 치료제 가격도 낮아진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