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올해의 시작은 아쉽게도 오스템임플란트의 대규모 횡령 사건을 접하며 씁쓸하게 시작됐다.
횡령 금액은 무려 2215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밝혀졌는데 재무팀장 한 사람의 횡령이라고 보기엔 어마어마했던 규모였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엔가이드의 전망치에 의하면 지난해 자기자본이익률(ROE)이 43% 이상일만큼 자기자본 대비 높은 이익률을 냈던 회사에서 이렇게 허술하게 자금 관리가 되리라는 생각은 개인투자자 입장에선 예상치 못한 변수다.
주변에서만 봐도 오스템임플란트의 수익성과 미래가치를 높게 판단해 투자를 결정, 주가가 매수 시점보다 3배 이상 뛰어 투자의 안목에 감탄했던 경험이 있었다.
그 투자자는 '주식'이라는 분야에 전문성을 인정받은 분석가였지만 그 역시 '횡령'이라는 변수는 예측 못 한, 아니 예측할 수도 없는 사건이었을 것이다. '코로나19'와 같이 예고 없이 들이닥친 악재다.
결국, 이 사건에 대해 회사는 바로 공시했고 석 달째 오스템임플란트 주식은 코스닥 시장에서 관리종목에 편입돼 거래정지 상태다.
그런데 문제는 횡령·배임 공시가 단발성에 그치지 않고 속출되고 있다는 것이다. 올해 2월 들어서도 상장사의 횡령·배임 공시는 계속돼 투자자들은 주가 폭락 및 거래정지의 리스크를 받아들여야만 했다.
계양전기의 재무팀 직원 김 모씨는 245억원을 횡령해 결국 회사는 한국거래소로부터 상장 적격성 실질심사를 받게 됐다.
같은 달 18일 세영디앤씨는 임직원 3인이 130억원 규모로 업무상 배임을 저질러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 고소장을 제출하고, 19일 공시했다.
휴센텍은 최대주주와 전 경영지배인이 고소인으로 나서 강시철, 이주석 각자 대표와 부회장, 전·현직 사내이사와, 전 사외이사, 현 감사까지 259억원 규모의 업무상 배임이 발생했다고 알렸다.
계양전기, 세영디앤씨, 휴센텍 등의 횡령·배임 공시로 얼룩졌던 2월을 보낸 뒤 코스닥 상장사 한프에서도 횡령·배임 사실을 전했다.
무려 자기자본 대비 109%가 넘는 769억원을 전 대표이사와 전 사내이사 4인이 횡령·배임을 저질러 회사로부터 고소당했다. 이 사실은 지난 4일 공시됐다.
이미 감사보고서 의견 거절로 상장폐지 사유가 발생했던 한프는 전 대표이사와 임원의 횡령·배임 혐의까지 적발되며, 상장적격성 실질심사 사유가 추가됐다. 이 사건은 서울남부지방검찰청에 접수된 상태다.
이처럼 올해에만 수차례 상장사들의 횡령·배임 공시 릴레이가 이어지고 있다.
개인투자자가 회사에 대한 신뢰와 미래 성장성을 보고 투자했던 자금은 상장사 대표와 임직원의 탐욕으로 얼룩지고 있어 자금 관리에 대한 철저한 감시와 내부 통제 시스템의 마련이 시급해 보인다.
상장사의 부실한 투자자금 관리는 단순히 개인의 횡령·배임을 넘어 옵티머스·라임 등 부실 펀드 사기에 이르기까지도 연관된 바 있어 생각해 볼 문제다.
내부 통제 시스템의 부실로 수백억에서 수천억에 이르기까지 회사의 자금이 너무나 쉽게 이동한다.
건전하고 투명한 경영을 바라는 개인의 투자자금이 철저한 내부통제 없이 일부 경영진의 재량으로 너무나 쉽게 쓰인다.
이를 두고 기업 컨설팅 전문가들은 "기업 경영에서 외부 영업활동도 중요하지만, 내부 관리가 반드시 이루어져야 한다"고 한다. 재무 위험을 내버려두거나 문제 처리를 미룬다면 언제든 기업에 심각한 위험을 초래한다는 것이다.
소액주주들의 건전한 자금이 상장사 일원의 탐욕을 위해 쓰이지 않길 간절히 소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