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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일보]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지난 3월 16일(현지 시각)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기준금리를 0.00∼0.25%에서 0.25∼0.50%로 0.25%포인트(p) 올리면서 한국도 금리 인상 압박을 받게 됐다. 이번에 연준이 금리를 올린 것은 2018년 12월 이후 3년 4개월 만이다. 연준은 2020년 3월 코로나19에 대응하기 위해 금리를 내리며 사실상 제로(0) 금리를 2년 동안 유지해왔다. 그뿐만 아니라 연준은 코로나19 이후 지속해 온 양적 완화도 양적 긴축으로 전환하겠다는 예고와 함께 올해 안에 6차례 0.25%포인트(P)씩 금리를 더 올려 기준금리를 1.75~2.00%로 끌어올릴 계획이다. 이번 인상은 겨우 시작에 불과한데 앞으로 이에 대응하는 한국의 걱정이 클 수밖에 없다.
그런가 하면 지난 3월 17일(현지 시각)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영국 중앙은행(BOE)도 통화정책위원회(MPC)에서 기준금리를 기존 0.5%에서 0.75%로 0.25%포인트(P) 인상했다. 영국 중앙은행(BOE)이 1997년 BOE가 독립한 이래 처음으로 3회 연속 금리 인상을 하겠다고 밝혔다. 우크라이나 사태로 경기 불확실성이 커졌지만 당장 발등에 떨어진 불인 물가부터 잡아야 한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BOE는 코로나 사태가 터지자 2020년 3월 두 차례에 걸쳐 금리를 사상 최저 수준인 0.1%로 인하했다. 이후 작년 12월에 0.15%포인트(P)를 올렸고 올해 2월에 두 번째로 0.25%포인트(P) 인상한 데 이어 이번에 세 번째로 0.25%포인트(P) 올린 것이다. 무엇보다도 오는 4월 인플레이션이 한 달 전 전망치보다 1%포인트(P) 높은 8%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했다. 연말이 가까워질수록 이보다 더 높아질 수 있다고도 경고했다.
이렇듯 제로(0)금리 시대가 막을 내리고 바야흐로 긴축의 시대가 시작된 셈이다. 이러한 연준발 금리 인상 행보는 전 세계적인 금리 인상 도미노로 이어질 게 분명해 보인다. 연준이 금리를 올린 건 인플레이션을 막기 위해서다. 이날 다음 회의부터 양적 긴축을 뜻하는 대차대조표 축소 시작을 기대한다고 했는데 유동성 흡수를 위해 국채, 정부기관 채권, 정부기관 MBS(주택저당증권) 보유량을 줄인다는 뜻이다. 지난달 미국의 소비자물가지수는 7.9%나 올라 1982년 1월 이후 40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한국도 물가 상승은 발등의 불이다. 기축통화국도 아닌 우리의 금리가 미국보다 낮아지면 외국인 자금이 빠져나갈 우려가 클 수밖에 없다. 바로 이러한 이유로 인해 지난달 금리를 동결한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올해 금리를 두∼세 차례 더 올릴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한국은 기준금리가 1.25%다. 0.25%씩 3번을 올려야 미국 예상 금리 2.0%와 같아진다. 문제는 가파른 금리 인상의 충격파가 적지 않다는 데 있다. 한국경제연구원은 한국이 미국 금리를 따라가면 가계대출 이자 부담이 40조 원, 가구당 340만 원씩 늘어나고 동조하지 않으면 외국인 투자자금 31조5,000억 원이 이탈한다고 분석했다. 지난해 말 가계 빚은 1,862조 원을 기록, 사상 최대치를 경신했다. 전경련은 금리 인상 시 가계의 연간 이자 부담액은 40조 원이나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영혼까지 끌어모은 대출로 집을 산 이들은 한숨이 나올 수밖에 없다. 팬데믹 과정에서 늘어난 소상공인·자영업자 대출도 900조 원 안팎이고, 이들의 1인당 채무는 3억 원이 넘는다. 그동안 빚에 빚으로 용케 버텨 온 취약계층이 금리 인상의 직격탄을 맞아 무너지면 경제 전체가 휘청거릴 우려가 큰 만큼 정부 차원의 대책이 절실하다.
금리를 인상하면 국민이 고통받고, 올리지 않으면 투자자금이 이탈하는 게 미국 금리 인상의 후유증이다. 2월 한국 소비자물가지수는 1년 전보다 3.7%나 올랐다. 치솟는 물가를 누르면서 투자자금 이탈을 막기 위해선 금리 인상이 불가피한 측면이 있지만 이런 와중에 지난해 국내 은행 순이익은 40% 증가했는데 지난 3월 16일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2021년 국내은행 영업실적[잠정]’에 의하면 지난해 국내은행의 이자 이익은 2020년도 41조2,000억 원 대비 4조8,000억 원(11.7%)이나 증가한 46조 원에 달할 정도로 금리를 이용하여 떼돈을 벌었다. 서민은 어려운데 은행은 뼈를 깎는 혁신의 대가가 아닌 손쉬운 예대마진(예대금리차) 확대로 보너스 잔치를 벌인 것이다. 올해도 예대마진은 확대되고 있다. 지난 3월 3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2년 1월 금융기관 가중평균금리’에 따르면, 지난 1월 예금은행의 잔액 기준 예대금리차는 전월보다 0.03%포인트(p) 벌어진 2.24%포인트(p)를 기록했다. 이는 2019년 7월 이후 2년 6개월 만에 최고 수준이다. 따라서 금리인상기인 올해 수익은 더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금융의 사회적 역할과 책임이 더 절실해진 이유다.
박근종 성북구도시관리공단 이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