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김정인 기자] 국정농단 사건으로 탄핵 당한 후 5년간 옥고를 치른 박근혜 전 대통령이 24일 다시 국민 앞에 섰다. 지난해 12월31일 특별사면 이후 83일 만이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을 향한 메시지가 나올 지 주목받는 상황에서 박 전 대통령은 "제가 못 이룬 꿈들은 이제 또 다른 이들의 몫"이라면서도 "작은 힘을 보태겠다"고 말했다. 5년만에 나온 첫 육성 메시지다.
박 전 대통령은 이날 오전 8시30분 서울 강남구 일원동 삼성서울병원에서 퇴원한 뒤 곧장 국립서울현충원을 찾아 아버지인 고(故) 박정희 전 대통령 내외 묘역을 참배하고 이어 과거 국회의원 시절 지역구이자 정치적 고향인 대구시 달성군에 마련된 사저로 향했다. 박 전 대통령의 대국민 메시지는 사저 앞에서 나왔다.
박 전 대통령은 "제가 대통령으로 있으면서 국가와 국민을 위해 열심히 일한다고 했지만 이루지 못한 많은 꿈들이 있다"며 "제가 못 이룬 꿈들은 이제 또 다른 이들의 몫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좋은 인재들이 저의 고향인 대구의 도약을 이루고 대한민국의 발전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작은 힘을 보태겠다"고 했다. 그는 또 "앞으로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좋은 이웃으로서 여러분의 성원에 조금이나마 보답해 나가겠다"고도 했다.
박 전 대통령은 24년 전인 1998년 대구 달성에서 당선되며 시작된 자신의 정치인생이 탄핵이란 비극적 종말을 맞은 데 대한 회한도 드러냈다. 그는 "돌아보면 지난 5년의 시간은 저에게 무척 견디기 힘든 그런 시간들이었다"며 "힘들 때마다 저의 정치적 고향이자 마음의 고향인 달성으로 돌아갈 날을 생각하며 견뎌냈다"고 했다. 그는 또 "돌아갈 수 있다면 그때(24년 전)로 돌아갈 만큼 그 시절이 참 그립다"고 했다.
한편, 이날 윤 당선인은 박 전 대통령을 취임식에 초청하고 사저도 찾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그는 "박 전 대통령의 건강이 회복돼 사저로 가시게 돼 다행"이라며 "나도 다음 주부터 지방을 가볼까 했는데 (박 전 대통령이) 퇴원했다니 찾아뵐 계획"이라고 했다. 또 박 전 대통령의 취임식 초청 여부에 대해선 "원래 전직 대통령이 다 오시게 돼 있지않나. 당연히(초청할 것)"이라고 했다. 박 전 대통령을 사면한 문 대통령도 이날 박 전 대통령에게 퇴원을 축하하는 난을 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