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치명률 감소…기업 코로나19 사업 방침 엇갈려
백신·치료제 수요 급감…제넥신·대웅제약 사업 축소
SK바사·일동제약·신풍제약…'국산1호' 백신·치료제 개발 박차
[매일일보 이용 기자] 정부가 코로나19의 엔데믹(풍토병화) 전환을 예고함에 따라 국내 제약·바이오 업계가 코로나19 사업을 축소 혹은 확장을 두고 선택의 기로에 섰다.
27일 제약바이오업계에 따르면 일부 국내 기업들은 코로나19 백신·치료제 개발 사업을 중단하고 있다. 국내외 코로나19 백신 접종자 증가와 오미크론 변이의 치명률 감소로 코로나19 백신·치료제 상업성이 떨어진다는 것이 업계 설명이다.
코로나19 국산 백신 개발에 가장 먼저 뛰어들었던 제넥신은 지난 11일 코로나19 백신 개발을 중단한다고 공시했다. 제넥신은 “백신 접종률이 높은 선진국을 중심으로 위드 코로나 시대로 전환되며 백신의 중요성 떨어졌다”고 중단 배경을 설명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계속되는 백신 도입으로 물량이 넘쳐나 현재 상당수 백신이 폐기될 처지에 놓인 상태”라며 “여기에 코로나19 백신 부작용 책임 문제가 지속적으로 제기되면서 백신 사업에 부담을 느끼는 기업도 있다”고 말했다.
대웅제약은 코로나19 치료제 DWJ1248의 경증 및 중등증 환자 대상 국내 임상 2·3상 시험을 중단한다고 지난 18일 공시했다. 오미크론 변이 확산 이후 코로나19 중증화 비율이 급감하고 확진자들이 빠르게 회복되면서 경증 치료제 개발의 의학적 중요성이 낮아졌다는 것이 회사 측의 설명이다.
업계는 치료제 개발 난항의 주 원인은 임상 대상자 모집이라고 지적했다. 한 제약사 관계자는 “오미크론 변이의 치명률이 계절 독감 수준으로 낮아져 중증 악화 사례를 찾기 힘들기 때문에 임상 대상자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토로했다.
이 가운데 일부 기업은 백신·치료제 사업에 박차를 가하면서 국산 1호 백신과 치료제의 상용화 시기에 대한 국민의 기대감도 커졌다.
국산 1호 코로나19 백신을 개발할 것으로 주목되는 기업은 SK바이오사이언스다. 질병관리청은 최근 SK바이오사이언스의 코로나19 합성항원 백신 ‘GBP510’의 1000만회분을 국내에 공급하로 결정했다. GBP510는 현재 글로벌 임상 3상이 진행 중으로, SK바이오사이언스는 올해 상반기 중 국내에서 승인을 받고 하반기 중 국내 공급을 시작할 계획이다.
코로나19 치료제 분야에서는 신풍제약과 일동제약이 가장 먼저 성과를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신풍제약의 ‘피라맥스정’은 국내에서 임상 3상을 진행 중이다. 일동제약도 국내에서 ‘S-217622’의 2b상과 3상을 진행하고 있으며, 2상 결과를 토대로 긴급사용승인을 검토하고 있다.
업계는 해당 기업들이 코로나19 사업 확대로 백신·치료제 주권을 확립하는데 성공하면, 엔데믹 이후에도 지속적인 수익을 창출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외국계 백신 개발사 관계자는 “코로나19는 변이될 가능성이 높은 바이러스로, 독감처럼 완벽한 퇴치는 어렵다”며 “엔데믹 이후에도 백신과 치료제가 필요한 상황이 계속 생길 수 있다”고 전했다.
특히 백신은 일단 개발에 성공하면 이를 기반으로 변이 바이러스에 바로 대비할 수 있고 지속적인 수익을 얻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고 덧붙였다.
치료제의 경우, 최근 확진자가 감소하는 단계지만 여전히 일일 확진자 수가 30만명 전후로 발생하는 것을 감안하면 사업을 중단하기 이르다는 의견도 나온다.
국내 치료제 개발사 관계자는 “현재 국내에서 사용 가능한 먹는 코로나19 치료제는 화이자의 팍스로비드와 머크의 몰루피라비드 뿐”이라며 “국내에서 팍스로비드는 물량 부족, 몰루피라비르는 부작용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국내산 치료제에 대한 업계와 국민의 관심이 그 어느 때보다 큰 상황”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