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ㆍ기업 합친 민간부채 GDP 2.2배…尹정부 '발등에 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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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계ㆍ기업 합친 민간부채 GDP 2.2배…尹정부 '발등에 불'
  • 이광표 기자
  • 승인 2022.04.04 15: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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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간이 짊어진 빚 4500조..."IMF·금융위기때보다 심각"
규제 푸는 차기정부..."영끌 부활 등 잘못된 신호 줄수도"
가계와 기업이 진 빚이 4500조원를 넘어서는 등 민간부채가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사진은 한 시중은행 앞에 걸린 대출 안내문. 사진=연합뉴스
가계와 기업이 진 빚이 4500조원를 넘어서는 등 민간부채가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사진은 한 시중은행 앞에 걸린 대출 안내문. 사진=연합뉴스
[매일일보 이광표 기자] 가계와 자영업자, 기업 등 민간부문이 짊어진 4500조 원의 빚이 한국 경제의 최대 위험요인으로 떠올랐다. 대출 금리 상승과 자산시장 부진과 맞물려 가계와 기업을 쓰러뜨릴 수 있는 부메랑으로 돌아오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위기를 거치며 실물경제에 비해 민간의 빚이 과도하게 늘면서 한국 경제에 전방위 영향을 줄 수 있는 취약 고리가 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그 결과 민간부채는 지난해말 GDP의 2.2배를 넘어섰고, 차기 정부에게도 경고등이 켜진 민간부채는 중대한 과제로 부상하게 됐다.
4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코로나19 위기가 본격화된 2020년부터 지난해까지 국내총생산(GDP) 대비 민간부채 비율은 24.6%포인트 뛰었다. 외환위기(13.4%포인트), 신용카드 사태(8.9%포인트), 글로벌 금융위기(21.6%포인트) 때보다 상승 폭이 크다. 과거 경제 위기 때보다 대내외 충격이 발생할 경우 위기로 이어질 수 있는 금융 취약성이 더 커졌다는 뜻이다.  은행 가계대출 가운데 금리 상승의 영향을 고스란히 받는 변동금리 대출 비중은 2월 현재 76.5%(잔액 기준)로 8년 만에 가장 높다. 본격적인 금리 상승기를 맞아 빚을 늘려온 가계와 자영업자, 한계 기업 등이 줄도산할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특히 가계가 진 빚은 작년 말 기준 1년 전보다 7.8% 늘어난 1862조1000억 원까지 불어났다. 1인당 빚이 3600만 원 수준이 됐다. 자영업자들이 진 빚도 909조2000억 원으로 전년 대비 13.2%나 급증했다. 최근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후보자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가장 빠른 속도로 올라가는 가계부채를 잡을 수 있도록 한은이 분명한 신호를 주고, 역할을 해야 한다”고 한 이유다. 최근엔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최고 6%를 넘어서면서 이자부담이 커지고 있다.  한국경제연구원은 국내 기준금리가 1%포인트 오르면 가계의 연간 이자 부담은 18조4000억 원 늘어나는 거라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최근 보고서를 통해 “한국의 가계신용(가계 빚) 급증과 주택가격 상승을 엄중히 경계해야 할 수준으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문제는 최근 차기 정부가 추진하는 부동산 대출규제 완화, 자영업자 지원을 위한 50조 원 추경 등의 정책이 유동성을 늘려 자산 거품을 키우고 부채 문제를 심화시킬 수 있다는 점이다. 
실제 최근까지 대통령직 인수위원회는 대출 규제 완화 밑그림을 그리고 있다. 투기과열지구 등 규제 여부에 따라 차등 적용되는 LTV를 지역에 상관없이 70%로 통일해 완화하겠다는 게 주요 부동산 공약중 하나다. 여기에 대출 규제 완화 실효성을 높이기 위한 DSR 적용 완화 등도 거론되고 있다. 특히 LTV 규제 개편은 행정지도 사항으로, 금융위원장 고시 변경을 통해 쉽게 추진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여러 공약중 상대적으로 조기에 시행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점쳐진다.  이를 통해 서민들의 내 집 마련 기회를 늘려준다는 계획이지만 코로나19 기간중 급증한 가계부채가 걸림돌이다. 이미 위험 수준의 가계부채가 대출규제 완화시 더 늘어날 가능성이 높은 까닭이다. 이와 함께 최근 하향 안정화 추세를 보이려던 집값이 다시 상승세로 전환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도 부담이다. 특히 차기 정부가 지향하는 대출규제 완화는 ‘대출 규제를 강화하라’는 국제통화기금(IMF) 권고와도 반대 방향이다. 청년층은 이 대책을 “다시 빚내서 집 사라”는 신호로 받아들일 수도 있다. 실제 IMF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가계부채 문제 해결을 위한 문재인 정부의 LTV 규제 강화와 DSR 적용 등 거시건전성 조치를 환영하며 더욱 강화해야 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일각에선 차기 정부의 대출규제 완화가 주택공급이 아닌 내 집 마련 수요를 충족시키기 위한 공약이라는 점에서 집값 불안을 다시 야기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한다. 인수위가 금융당국에 요청해 9월 말까지 6개월 연장한 자영업자 대출 만기연장 조치도 금융부실이 드러날 시기를 늦추는 ‘폭탄 돌리기’란 비판이 나온다. 자영업자 손실보상은 필요하지만 코로나 이전부터 한계선상에 있던 자영업자들에게 사업을 정리할 퇴로는 열어주지 않고 현금, 금융 지원만 늘릴 경우 부실을 더 키울 수 있다. 한국은행도 "향후 대출금리 상승과 금융지원 종료 등으로 가계의 채무상환부담이 크게 늘어나면 소득여건 개선이 더딘 취약차주를 중심으로 누적된 부실위험이 현재화될 가능성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평가했다. 선진국들이 서둘러 정부 지출을 줄이면서 긴축에 나서는 건 과잉유동성을 방치할 경우 부동산, 증시 등 자산시장의 거품이 불어나고 비효율적 투자가 이어져 해결해야 할 구조적 부실이 커지기 때문이다. 증시가 침체되고, 집값이 떨어지자 벌써 ‘영끌’ ‘빚투’에 나섰던 청년들이 개인파산으로 내몰리고 있다. 인수위가 6·1지방선거 등을 의식해 잠재된 위험을 계속 뒤로 미루다간 정부 출범 후 더 큰 부메랑을 맞게 될 것이다. 이필상 서울대학교 교수는 "1997년 외환위기를 겪을 때 기업부채는 많았지만, 가계부채가 적어 공적자금을 조성해 국가부도 위기를 막을 수 있었다"며 "2008년 금융위기를 겪을 때는 정부부채가 적어 구조조정이 용이하고 높은 국가신인도를 바탕으로 미국과 통화스와프를 체결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의 우리 경제 상황은 다르다. 앞으로 정부, 기업, 가계 모든 부문의 부채가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어 경제가 위기에 처할 때 대응이 어려워 정부의 역할이 어느때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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