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최근 교육계에서 메타인지에 대한 관심이 높다. 메타인지는 자신의 인지 과정을 한 발자국 떨어져 객관적으로 살펴보면서 내가 아는 것과 모르는 것을 구분할 줄 아는 능력이다. 학습에서 메타인지의 역할은 매우 큰데, 자신의 현 상태를 정확히 파악하는 것은 학습의 효율성을 높이는 데 아주 중요하기 때문이다.
학습에서만 메타인지가 중요한 것이 아니다. 아이들 생활 전반에서 메타인지는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으며, 학교생활에서도 남다른 모습을 보인다는 것에 주목해야 한다.
아이들은 저학년의 자기중심적인 면에서 벗어나 점차 관계를 맺으며 사회화되어 간다. 관계에 대한 고민은 아이들 사이에서 큰 고민거리다. 관계 속에서 크고 작은 문제가 발생하기 마련인데,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느냐가 관건이다. 문제를 해결하는 경험이 축적되어 앞으로의 삶에서 관계를 맺는 기준이 된다.
여기에서 아이들은 두 부류로 나뉜다. 한 부류는 결과를 보고 반성적 사고를 통해 자신의 태도와 행동을 고쳐가는 그룹이고, 다른 한 부류는 결과를 분석하지 않고 다른 사람과 상황 탓으로 마무리하는 그룹이다.
후자의 경우 원인을 다른 곳에서 찾기 때문에 어떤 노력을 기울이기 어렵다. 결과에 대한 감정적인 반응을 할 뿐 상황을 바꾸기 위한 노력은 하지 않는다. 반면 전자는 결과를 면밀히 분석하고 결과의 원인을 자신에게서 찾는다.
이러한 아이들은 인간관계에서 지속적인 시도와 피드백을 반복하므로 사회 적응 능력과 융통성이 발달하게 된다. 시행착오를 하더라도 내 행동에 따라 결과가 변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기 때문에 자신감을 가질 수 있게 된다. 자신감은 도전해볼 수 있는 용기를 주는 일이기에 갖춰야 하는 요소다.
행동에 있어서도 메타인지는 중요하다. 메타인지가 뛰어난 아이는 자기 주도적 성장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아이들이 자신의 상황을 객관화할 수 있는 가장 쉽고 효과적인 방법은 아웃풋을 해보는 것인데, 말과 글을 통해 밖으로 꺼내 보면 머릿속에 두루뭉술하게 있던 생각들이 구체적으로 보이게 된다.
글쓰기는 게임을 취미로 하고 스마트폰을 많이 사용하는 아이들 세대에 잠깐 멈추고 생각할 기회를 주는 활동이다. 내가 어떤 말과 행동을 했는지 생각해보고 왜 그런 결과가 나왔는지에 대해 글로 쓰면서 아이들은 천천히 생각하게 된다. 그리고 스스로 어떻게 하면 좋을지에 대해 고민하고 앞으로의 계획을 자연스럽게 세우게 된다.
그냥 생각하는 것보다 실제 글로 쓴 다짐과 계획은 실행 가능성이 매우 높다. 교실에서 문제 행동이 있는 아이들이 이 과정을 거치면서 사회적인 면에서 메타인지가 발달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몇 년 전 학급에 인상적인 아이가 있었다. 성적이나 체육 기능, 미술 실력에서 눈에 띈 것이 아니라 태도가 돋보였다. 아이는 부모에게 혼났을 때 왜 혼났는지, 자신이 어떤 생각과 행동을 했는지, 앞으로 어떻게 해야 좋을지에 대해서 일기에 자세히 기록하고 있었다. 그리고 계획을 실천한 뒤 다시 피드백하고 추가 계획을 세우는 활동을 반복했다. 이 과정에서 아이는 자신에 대한 데이터, 상황 판단에 대한 노하우가 쌓이게 될 것이다. 실제 아이의 부모에게서 행동이 많이 변했고, 가족과의 갈등도 줄었다는 말을 들을 수 있었다.
교실에서 글쓰기라는 똑같은 활동을 하고 있지만, 효과는 아이들마다 다르다. 일회성에서 끝내는 것이 아니라 결과에 따라 다시 반복하고 또 반복하면서 결과의 변화를 경험하는 것이 중요하다. 아이들 스스로 모든 걸 해내기는 어려울 것이다. 처음에는 옆에서 교사나 부모가 그 과정을 함께 살펴보면서 피드백을 해주고 변화에 대해 칭찬과 격려를 해주는 것이 필요하다.
메타인지 자체는 학습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다. 아이들의 생활 전반의 인지를 운영하는 상위의 인지 체계라고 할 수 있다. 좀 더 넓은 범위에서 메타인지에 대해 접근한다면 아이들의 성적뿐만 아니라 행동적인 측면에서 메타인지를 키워줄 수 있을 것이다.
특히 메타인지가 활성화된 아이일수록 자기조절력이 뛰어나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 자신을 스스로 컨트롤 할 수 있다는 믿음과 경험은 아이들이 무언가에 도전하는 데 자신감이라는 큰 밑거름이 되어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