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소정 큐레이터의 #위드아트] 캔버스만이 회화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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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소정 큐레이터의 #위드아트] 캔버스만이 회화가 아니다
  • 매일일보
  • 승인 2022.04.21 1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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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에이전시 더 트리니티 박소정 대표
아트에이전시 더 트리니티 박소정 대표
‘회화’라는 작품형식을 이야기할 때 우리는 캔버스에 물감이 올려지는 페인팅을 쉽게 떠올린다. 하지만 현대미술의 세계는 이런 통념에서 벗어나 있다. 일례로 ‘시선’을 주제로 ‘부식회화’라는 자신만의 총체적 스타일을 만들어 작업하고 있는 김홍식 작가는 캔버스가 아닌 스테인리스 스틸을 주 소재로 사용한다.
작가는 철판 위에 빛에 민감한 감광제를 고루 발라 말린 후 사진 필름을 그 위에 얹는다. 필름을 얹은 금속판에는 필름의 상이 스테인리스 스틸에 그대로 얹어지게 된다. 작가는 이후 부식 작업을 통해 이미지 선과 면을 질감으로 표현한다. 이를 위해 작가는 금속 부식 전문가를 찾았고, 수차례의 시행착오를 거쳐 작품에 맞는 부식 작업 방식을 찾아냈다. 부식이 된 금속 면 위에 잉크가 잘 베이도록 발라주고 닦아내어 찍어내면 판화다. 이와 달리 작가는 판 자체를 활용하여 실크스크린, 그 위 다시 페인팅 작업을 덧칠한다.
작가는 이를 금속판 부식회화라고 명명했다. 스테인리스 스틸 위에 선명하게 표현된 디테일은 사진인지 회화인지 작업 과정에 대한 호기심을 불러일으킨다. 작업하는 과정 역시 여러 차례의 과정을 거친다. 스테인리스 스틸 자체에는 이미지를 올리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화면에 담기는 것은 작가가 카메라를 들고 전 세계 유명 미술관과 박물관에서 포착한 작품과 관람객들이다. 세계적인 미술관을 배경으로 명작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시선, 그 사람들을 바라보는 작가의 시선, 그리고 이를 또 하나의 작품으로 바라보게 될 관람객의 시선까지 작가는 무한히 이어지고 중첩되는 시선들을 스테인리스스틸을 캔버스 삼아 황금빛 프레임을 매개로 시공간을 연결시킨다. 어느 평론가는 이를 두고 “작품을 온전하게 파악하기 위해서는 시선의 변화라는 과정이 결합되어 회화의 한계를 다른 국면으로 전환시킨다”고 했다. 작가는 “나의 작품에 사용되는 모든 재료나 과정들은 그 자체로 작품의 형식이 되거나 내용이 된다. 즉 모태로서의 ‘원판’과 ‘제작과정’ 그리고 그것의 ‘결과물’이 하나로 통합되는 것이다. 말하자면 태도가 형식이 되고 그 형식이 태도가 되는 것”이라며 잠정적으로 ‘통합적 미디엄(Synthetic Medium)’이라고 명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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