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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일보]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책을 출판하는 일련의 과정은 전업 작가나 지식인, 유명인들의 전유물처럼 여겨졌다. 바야흐로 1인 미디어의 시대가 도래했다. 많은 이들이 ‘1인 미디어’하면 유튜브를 가장 먼저 떠올리겠지만 1인 출판사를 설립하고 나만의 책을 출판해 유통시키는 것은 어렵지 않다. 내가 해보았기 때문이다.
기성 출판사, 대형 서점의 시장 지배력이 절대적이던 과거의 경우 출판이란 정치인·기업인 등 퍼스널 브랜딩을 필요로 하는 특수 직군에 한하거나, 노년에 인생을 정리하는 재력가들이나 시도할 만큼 시간과 비용 대비 특별한 의미를 찾을 수는 없었다. 또 개성 있는 작가들의 상품성 있는 출판물이 빛을 보지 못하고 사라지는 경우도 많았다.
그러나 인터넷, 모바일 기기의 급격한 발달로 출판 시장은 불가항력적 변화의 요구를 받게 된다. 변화에 발맞춰 미국의 아마존, 국내 대형 서점들은 2000년대 중후반부터 e북 리더기 등을 출시했다. 덕분에 부담스러운 수준의 출판 및 재고 비용 문제가 급격하게 사라지게 되었다.
누구나 출판 전용 프로그램을 배워 e북을 출판할 수 있게 됐고, 최소 주문 수량이 수천부 이상이던 인쇄소들은 경쟁을 통해 최소 인쇄 수량을 줄여나갔다. 이때부터 ‘인터넷 시인’ 등 개성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책으로 엮이기 시작했고, 1인 출판사는 유행처럼 번져나가기 시작했다.
필자는 약 10년간 다양한 분야에서 개인사업을 해왔지만, 독서가 취미라면 모를까 딱히 출판업에는 관심이 없었다. 하지만 사회문제에 관심이 많아 나름의 목소리를 내온 지난 몇 년을 회고하고 전하고 싶은 이야기들을 정리하기 시작하며 출판에 관심이 생겼다. 원고 작성을 시작하며 현업 출판 관계자들에게 조언을 구할 겸 출판을 제안했다. 그러나 출판사마다 집중하는 분야가 따로 있었고, 특히 정치·사회 문제가 주제인 책은 그리 환대받지 못했다.
그러던 차에 1인 출판사를 운영하는 지인으로부터 차라리 출판사를 차리는 것이 좋을 것이라는 조언을 들을 수 있었다. 이에 1인 출판사 창업에 도전했다. 인터넷과 유튜브를 통해 출판 전용 프로그램을 배워 워드 프로그램에 정리해둔 원고들을 옮기기 시작했다.
출판문화산업 진흥법에 따라 구청에서 출판업을 신고하고, 세무서에서 간단하게 사업자등록 절차를 마무리할 수 있었다. 가제본을 마치고 최종 수정 후 인쇄소와 계약을 했다. 책이 나오는 보름 정도의 기간을 활용해 책을 보관하는 물류사와도 계약을 맺었고, 대형 서점과도 하나씩 계약을 처리할 수 있었다.
출간 약 한 달이 지난 지금, 대형 서점에 진열된 책을 보며 뿌듯함을 느낀다. 판매량과 함께 늘어나는 ‘정산 예정 금액’은 덤이다.
팍팍한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 청년세대는 습관처럼 '경제적 자유'를 외치곤 한다. 1인 출판과 출판사 설립도 우리의 경제적 자유를 향한 마중물이 되어줄 수 있을지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