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최지혜 기자] 국민연금 기금이 고갈 위기에 처했다는 분석이 나오는 가운데 새정부가 보험료율을 올리는 방안을 골자로 연금개혁을 추진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지난 대통령선거에서 모든 후보자들이 ‘국민연금 개혁’에 동의한 만큼 새 정부가 어떻게 개혁을 이끌어나갈지 주목된다.
27일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 따르면 새정부는 보험료율 인상을 골자로 국민연금 개혁을 추진할 계획이다. 보험료율은 소득 중 국민연금으로 내는 돈의 비율을 의미한다. 우리나라 보험료율은 1998년 이후 24년째 9%를 유지 중이다. 이와 함께 기초연금 인상으로 노후 소득 보장을 강화하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국민연금의 기금 고갈 문제 해결을 위해 △세대별 수급·부담 균형 △국민연금·직역연금 재정 건전성 확보 △대통령 직속 공적연금개혁위 설치 △다층연금화 △1인1연금화 △기초연금 30만원에서 40만원으로 인상 등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최근 대통령직인수위원회는 이와관련 ‘연금개혁위원회’의 확대판 격인 ‘노후소득보장제도 개혁위원회’ 출범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위원회는 대통령 직속 기관으로서 국민연금 개혁을 논의하게 된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는 최근 국민연금 개혁 필요성에 대한 견해를 밝히며 연금 개혁 추진에 힘을 실었다.
추 후보자는 지난 25일 국회에 제출한 서면 답변에서 “저출산·고령화 등 인구구조를 볼 때 연금 개혁이 없으면 연금의 재정 안정성이 훼손되고 청년 세대의 부담이 크게 증가한다”며 “연금 개혁을 위해 보험료율과 연금 지급 연령, 가입 기간, 적정 소득대체율, 기금운용체계 등 다양한 변수를 종합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그는 이어 “앞으로 공적연금개혁위원회를 설치해 국민연금뿐 아니라 공적연금 전반에 걸쳐 개혁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강성호 보험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이달 ‘연금 개혁기 사적연금 대응 방향’ 보고서에서 새 정부의 국민연금 개혁 논의는 보험료율 상향에 초점이 맞춰질 것으로 전망했다. 강 연구원은 “보험료율을 상향하되 과거와 같이 20년 정도의 기간을 두고 점진적으로 조정하면 제도 변화의 충격을 완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기초연금을 확대하는 방안에 대해서는 인수위 내에서도 갑론을박이 나오고 있다. 과거 월 10만원으로 시작한 기초연금은 박근혜 정부 20만원, 문재인 정부 30만원 등 대선을 치를 때마다 10만원씩 올랐다. 그러나 윤 당선인의 공약대로 기초연금 수령액을 10만원 인상하게 되면 연간 6조7000억원의 예산이 추가로 필요한 것으로 추산된다. 이후 인구의 고령화에 따라 추가 재원 규모도 계속 불어나게 된다.
기초연금 보장이 강화되면 국민연금의 가입 동기가 저하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기초연금이 기존 30만원에서 40만원으로 오르게 되면 부부 가구의 월 수령액은 감액 20%를 적용받아 64만원이 된다. 이는 국민연금 평균 지급액인 월 55만원 대비 높은 수준이다.
기초연금 지급액이 높아지면 의무가입기간 10년을 채워 국민연금을 가입할 유인이 사라지게 된다. 이같은 경우 당초 국민연금에 가입하지 못하는 이들을 지원하기 위해 마련된 기초연금의 취지가 역전되는 상황이다.
실제로 국민연금연구원의 '기초연금 수준과 국민연금 가입 유인의 관계'란 연구보고서(최옥금 연구위원)를 보면, 2020년 4월 1~16일 국민연금 가입자 1000명을 대상으로 기초연금 수준에 따른 국민연금 가입 의향을 설문 조사한 결과, 기초연금액이 오를수록 국민연금 가입 거부 의향도 더 강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초연금 기준연금액이 40만원까지 인상될 경우 국민연금 장기가입 의향을 묻는 질문에서는 전체 응답자의 33.4%가 국민연금 가입을 중단할 의향이 있다고 했다.
최옥금 연구위원은 해당 보고서에서 “기초연금액이 올라가면 이론적으로 국민연금 장기가입 유인을 저하할 수 있는 요인이 분명히 존재하는 만큼, 기초연금 인상을 논의할 때 국민연금 제도에 미치는 영향을 신중히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