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속에 대한 새로운 인식과 현행상속제도의 문제점을 중심으로
[매일일보] 현재 우리 사회를 대표하는 특징 중 하나는 고령사회다. 지난해 통계청이 발표한 <2021년 고령자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급속한 고령화로 인하여 2021년 65세 이상 고령인구가 16.5%, 2025년 20.3%, 2060년 43.9%가 될 것이라고 한다. 현대 사회는 이미 핵가족을 넘어 해체 시대에 이르렀다. 사람은 누구나 죽는다. 부자이든 가난한 사람이든 상속은 누구에게나 발생한다. 이렇게 초고령 사회 진입을 앞두고 상속은 또 하나의 사회적 문제가 될 수 있다.
상속으로 얻는 재산은 불로소득이다. 피상속인의 사망으로 어느 날 갑자기 상속인이 되는 것이다. 심한 경우 평생 한 번도 본적 없는 할아버지의 사망으로 거액의 재산을 상속받거나 생면부지 혈족의 사망으로 하루아침에 빚 폭탄을 맞기도 한다. 이처럼 상속인의 의지나 인지여부와 상관없이 저절로 상속권이 주어진다는 점에서 상속에 대해 새롭게 인식 전환할 필요가 있다.
현대 각국은 시민사회를 가늠할 수 있는 척도로 기부문화를 들곤 한다. 선진국의 경우 많은 재산가들이 재산을 사회에 기부하는 것을 흔히 볼 수 있다. 세계 최고의 부자이자 미국 전기차 제조업체 테슬라의 CEO 일론 머스크는 지난해 11월 테슬라 주식 약 6조8천억원을 기부했고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 빌게이츠도 기부액이 약 41조7천억 원을 돌파했다고 한다. 영국에서도‘레거시 10(Legacy 10)’운동으로 영국인의 10%가 자발적 유산으로 유산 10%를 기부하는 캠페인이 진행됐다고 한다. (포브스, 202204호, 2022.03.23.)
프랑스도 기부문화가 활발한 나라다. 노블레스 오블리주(noblesse oblige)란 말이 프랑스어에서 온 것에서 알 수 있듯 기부문화가 전통이 되어 있고 후원자나 기증자의 이름을 딴 공원과 건물들이 거의 모든 마을마다 있을 만큼 흔하다고 한다. 이처럼 해외 선진국에서는 부호들이 유산 나눔을 선도하고 있을 뿐 아니라 일반인들 사이에서도 사회를 위해 베풀고 봉사하는 것을 당연하다고 생각하며 재산을 사회에 환원하는 기부문화가 정착되어 있다.
이제 우리나라도 사회 문화 경제적으로 당당한 선진국이다. 2021년 7월 유엔무역개발회의(UNCTAD)에서 한국을 아시아·아프리카 등 주로 개발도상국이 포함된 그룹 A에서 선진국 그룹 B로 지위를 변경했다. 이로써 국제사회에서 한국이 선진국이라는 사실이 공식적으로 인정된 것이다. 국가가 선진국이라면 국민의 의식도 선진화되어야 한다. 영국의 자선지원재단(CAF)과 미국의 여론조사회사 갤럽의 조사에 의한 2017년 발표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세계기부지수(World Giving Index)가 62위라고 한다.
우리 모두는 사회공동체의 구성원이다. 사회안전망 구축과 부의 재분배는 사회 자체의 존속을 위해서 필수적이다. 사회적 기부는 이를 위한 중요한 수단이 될 수 있다. 핵가족을 넘어 가족이 해체되어 가는 시대에 사회활동으로 축적하고 보유한 재산을 후손에게 물려주려는 상속만을 고집해야 할까?
우리나라도 상속의 대안으로서 사회적 기부를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상속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변화되어 유산기부가 늘어나면 상속을 둘러싼 문제들 또한 저절로 줄어들 수 있을 것이다. 나아가 그러한 기부문화야말로 우리 사회공동체를 존속시키는 기반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한편 현행 상속제도 내에서도 문제점은 여러 가지 있다. 민법에 따르면 상속이 발생하면 돌아가신 분의 모든 권리의무는 상속인에게 승계된다. 상속이 개시된 때로부터 상속인은 피상속인의 재산에 관한 포괄적 권리의무를 승계 받는다.(「민법」제1005조) 상속인들은 상속개시 있음을 안 날로부터 3월내에 한정승인 또는 포기를 하지 않으면 단순승인으로 간주되어 제한 없이 피상속인의 권리의무를 상속받도록 되어있다.(「민법」제1026조) 민법에서 규정하는 상속권을 보면 1순위 피상속인의 직계비속, 2순위 직계존속, 3순위 형제자매, 4순위 4촌 이내의 방계혈족까지 명시되어 있다.(「민법」제1000조, 1990.1.13.개정)저작권자 © 매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