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바이오 기업, ‘연구개발’ 전문 인재 부족
정부 심사 당국, ‘의사’ 출신 인재 시급
이공계 기피·의사의 공공기관 기피 현상으로 인력 가뭄 심화
[매일일보 이용 기자] 제약·바이오 기업과 정부 심사 당국이 전문 인력 모집에 난항을 겪으며 차세대 사업 확대에 제동이 걸렸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가 도래함에 따라 현·신 정부는 ‘바이오 헬스’ 분야를 미래 산업으로 정해 규제를 완화하고, 기업들은 차세대 신약·의료기기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그러나 각 기관에 핵심 인력 부족 현상이 지속 돼 업계는 산업 추진 동력이 소실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1일 업계에 따르면 기업은 ‘연구개발’ 전문 인재를, 심사 당국은 ‘의사’ 출신 인재의 수급이 시급한 상황이다.
보통 기업이 신약을 개발할 때 필요한 인재는 약학, 한약학, 화학, 생화학, 생물 계열 등 관련 분야의 석·박사 학위자다. 문제는 국내의 이공계 기피 현상이 수년째 이어지고 있어 관련 인재를 구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한국교육개발원에 따르면 2021년 화학·의료·의료공학·약학 졸업자는 전체 이공계열의 14% 수준이다.
한양대학교 공학 석사 A씨는 ”이공계가 취업이 잘 되는 것은 사실이다. 다만 개개인의 기술 숙련도에 따라 연봉이 천차만별이며, 기업이 원하는 성과를 내지 못하면 계약 해지될 위험이 크다“며 ”최근 안정적인 직업을 찾기 위해 타 전공으로 옮기는 학부생이 많아졌다“고 말했다.
실제로 기업에서는 관련 학과의 박사 과정을 수료해도 연구개발 분야의 취업 조건을 갖춘 것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한 제약사의 인사 담당자는 ”정부의 다중 규제가 적용되는 제약산업 특성상 개발 단계부터 인허가와 임상 경험 등 학교에서 배운 것 이상의 전문 지식이 요구된다“며 ”최소한 5~6년 이상의 관련 분야 경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업계는 현재 과도한 최저임금 인상이 인재 양성에 발목을 잡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 대형 제약사 관계자는 “과거에는 기업이 인턴 제도와 대학교 산학 협력을 통해 대학원생의 경력 양성 프로그램을 진행했지만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원을 대폭 줄이거나 보류했다”며 “정부는 경력직을 고용하는 것이 인재 양성보다 훨씬 비용이 적게 드는 현상을 먼저 해결해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정부 심사 당국은 신약·의료기기의 심사·규제를 담당할 의료계 출신 인재를 모집하고 있다. 다만 이들이 정부 기관 취업을 기피하며 공공성·시장성 높은 사업의 상용화에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산업계는 국내에서 진행 중인 제약바이오 산업의 심사·상용화를 담당할 규제 당국의 전문 인력이 부족하다는 의견을 지속적으로 제기해 왔다.
식품의약품안전처도 이를 인지하고 임상 현장 경험이 있는 ‘의사 출신’을 매년 민간경력채용 및 자체채용을 통해 모집하고 있지만 급여 수준이 낮고 업무량이 많다는 이유로 지원자를 찾기 어려운 상황이다.
성남의 한 의료기기 기업 관계자는 ”인건비 상승으로 전문 인재를 채용하기 어려운 벤처 기업은 규제 당국의 전문가 의견을 듣고 사업 계획을 세운다”며 “정작 심사 기관도 관련 인재가 부족해 매번 대답이 늦어져 사업 계획이 지연되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