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김경렬 기자] 암호화폐 시장이 얼어붙고 있다. 국내 대표 블록체인 프로젝트 테라의 암호화폐 ‘루나(LUNA)’와 스테이블(달러 등 법정화폐에 연동하도록 설계된 암호화폐) 코인 ‘테라USD(UST)’ 값이 추락했다. 해외에선 리먼 사태 데자뷔라며 상황을 짚었다.
12일 암호화폐 가격정보사이트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루나는 1달러대, 테라는 60센트 수준으로 떨어졌다. 이날 오전 9시 기준 루나 가격은 1.1달러를 기록했다. 전일 동시간 대비 94%(17.9달러) 하락했다. 지난달 119달러까지 오르며 시가총액 순위 10위권 내에 들었던 아성은 순식간에 무너졌다.
테라는 60센트 수준으로 지난 5일(87달러) 대비 약 98% 내렸다. 일주일 새 헐값이 된 셈이다. 시총 기준 한 때 3위(180억달러)에 오르기도 했지만 지금은 반토막 났다.
해외통신인 블룸버그는 “모든 것이 무너졌다”며 “테라가 디파이(탈중앙화 금융) 세계에서 애정의 대상이었으나 죽음의 소용돌이로 향하고 있다”고 전했다. 경제 전문 매체 비즈니스 인사이더 역시 “죽음의 소용돌이(death spiral) 현상을 피하지 못하면서 테라가 폭락하고 루나도 97% 추락했다”고 전했다.
루나·테라 충격으로 이날 비트코인 가격은 3만 달러선마저 무너졌다. 가상화폐 아발란체, 솔라나, 에이브의 가격도 20%~30% 내렸다.
암호화폐 거래소 mgnr는 “다른 가상화폐 업체들이 테라폼랩스에 (구제금융을) 지원할 리스크를 떠안을 것으로 생각하지 않는다”며 “알고리즘의 안전성은 일종의 신뢰 게임인데, 그 신뢰가 무너지면 끝난 게임”이라고 설명했다.
CNBC 방송은 “가상화폐 매도 압박에 테라 가격이 무너졌고 시장에 더 큰 패닉을 초래하고 있다”고 했다.
이번 파장을 일부 외신에서는 리먼브러더스 사태(2008년 금융위기 촉발 계기)와 비교하고 있다.
블룸버그 통신은 “이번 사태가 2008년 금융위기와 비교되기 시작했다”며 “극단적으로 높은 레버리지와 물고 물리는 순환적 메커니즘 등 그림자 금융(건전성 규제를 받는 않는 금융기관)의 특징을 테라 생태계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고 밝혔다.
영국 일간 가디언 역시 “테라의 추락이 가상화폐 시장에서 리먼브러더스 모멘텀이 되는가”라며 “많은 투자자가 이제 거의 모든 돈을 잃었다는 것을 깨달았고 일부는 권 대표의 구제 패키지를 기다리지만, 다른 사람은 이 프로젝트에 전적으로 신뢰를 잃었다”고 보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