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잿값·중대재해법·분양가 통제 '삼중고'
[매일일보 이소현 기자] 건설사들이 올들어 공사 수주 호조에도 불구하고 착공실적이 극히 부진해 비상이 걸렸다. 치솟는 원자잿값과 각종 규제가 건설사 경영의 발목을 잡는 형국이다.
15일 건설협회가 발표한 ‘월간건설경제동향’을 살펴보면 지난 3월 국내 건설 수주액은 20조4419억원이다. 전년동월 19조6000억원 대비 4.3% 증가했다.
특히 토목공사 부문이 민간 40.6%, 공공 22.1%로 모두 큰 폭으로 증가했다. 삼성전자P3증설(9900억원)과 평택오송2복선화공사(5100억원) 등 기계설치·철도궤도 관련 대형 프로젝트가 발주된 결과다. 건축 부문에서도 재건축(1조1062억원)과 학교·관공서(6872억원) 등 굵직한 사업이 신고됐다.
실제로 진행된 공사 실적을 보여주는 건설기성액은 감소세다. 물가 상승이 반영된 실질 기준으로 토목(-14.5%)과 건축(-4.2%)이 모두 줄어 7.3% 감소했다. 주택 인허가와 착공 또한 같은 기간 각각 7.1%, 32.3% 줄었다. 분양 승인은 무려 46.5% 감소했다.
건설사 ‘곳간’으로 불리는 수주는 대표적인 선행지표로 통한다. 수주가 넉넉하다는 건 나중에 공사를 하고 대금을 받을 사업장이 많다는 뜻이다. 실제 매출로 현실화되기까지 수 년이 걸리기도 한다.
건설기성은 기업이 당장 피부로 체감하는 동행지표다. 공사를 진행하며 실제로 지급되는 공사비가 기준이다. 연초 한국은행과 KDI(한국개발연구원)는 증가를 점쳤는데 좀처럼 회복되지 않고 있다. 건물 세울 곳을 많이 찾아뒀는데 정작 공사를 많이 못해 돈을 못 받고 있는 셈이다.
치솟은 원자잿값 부담과 중대재해기업처벌법, 분양가 규제가 ‘삼중고’가 됐다. 철근 가격(국산 유통가)은 지난달 초 기준으로 1년 새 35% 상승했다. 시멘트 판가는 7년간 유지되던 고시단가를 깨고 지난해 7월(5.1%), 2월(18%) 두 차례 인상됐다. 공사 기간은 늘어지고 공사비는 오르는데, 규제로 분양가를 무작정 올릴 수는 없는 노릇이다. 늦어지는 착공은 기업 실적에 악영향을 끼치고 있다.
올해 1분기 코스피에 상장된 대형 6개사(삼성물산·현대건설·GS건설·대우건설·DL이앤씨·HDC현대산업개발)의 영업이익은 약 7400억원으로 1년 새 3.51% 감소했다. 유일하게 실적이 증가한 삼성물산을 제외하면 7401억원으로 전년대비 20.90% 쪼그라들었다. '수익성 방어 시즌'이라고 불릴 만큼 이번 분기에는 원가 부담이 크게 작용했다.
해법 찾기에 나선 건설사들은 미궁에 빠졌다. 우크라이나 사태가 해결되지 않는 이상 뾰족한 수가 없다는 설명이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원가관리나 발주처 협의 등을 통해 충격이 최소화되도록 총력을 기하고 있다”라면서도 “유일한 해결책은 원자재 가격이 안정화되는 것인데 마냥 기다리기만 할 수도 없어 어려운 상황”이라고 전했다.
박선구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실장은 “지난해 건축 허가와 착공이 많이 증가해 건설 투자가 증가하는 게 당연한 시기”라면서 “그런데 자재 대란이 일어나며 공사 진행이 되지 않고 있다”라고 말했다. 박 실장은 “수주액도 물가가 반영되지 않은 명목 수치”라면서 “올라간 원가를 반영하면 수주 금액이 실질적으로 증가한 것인지도 따져볼 필요가 있다”라고도 했다.
건설업계는 새 정부의 규제 완화에 주목하고 있다. 윤석열 정부는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와 분양가상한제를 완화해 주택공급 확대를 약속했고 주택관련 금융 규제 완화도 추진하고 있다. 재건축 등 민간 정비사업이 규제완화로 활성화되면 건설사들의 경영에 숨통이 트일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