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위변제금, 2020년 4억5800만원→ 작년 160억원…무려 35배 ‘껑충’
‘모럴 해저드’ 우려 불구 금융위 지원대상 만 39세로 확대 검토
금융권, “회수율 제고할 수 있는 방안 마련해야” 강조
[매일일보 홍석경 기자] 청년 전용 대출인 ‘햇살론유스’를 이용하고, 제때 빚을 갚지 못해 나라에서 대신 상환해주는 사례가 늘고 있다. 저소득 청년들을 지원하자는 취지에서 나온 정책금융 상품이지만, 낮은 이자 부담에, 채무부담마저 적다 보니, 되레 ‘모럴해저드’(도덕적해이) 우려만 키우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17일 서민금융진흥원에 따르면 작년 햇살론유스 대출건수는 9만1222건으로 집계됐다. 시행 초였던 2020년 5만7868건에서 1년 만에 57.6%(3만3354건) 급증했다. 햇살론유스는 대학생과 청년의 자금애로 해소를 위해 만든 서민금융상품이다. 만 34세 이하면서 연소득이 3500만원 이하인 자가 대상이다.
취업준비생이거나 사회초년생(중소기업 1년 이하)인 경우에만 빌릴 수 있다. 최장 15년간 연 3.5% 금리로 1인당 최대 1200만원까지 자금을 제공한다. 대출 규모 역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54.5% 확대한 3452억으로 나타났다.
햇살론유스는 청년들을 지원하기 위한 정책금융형 상품이지만, 저렴한 금리에도 불구하고, 원리금을 상환하지 못하는 차주가 많다. 지난 2020년 햇살론유스의 대위변제금은 4억5800만원에 불과지만, 2021년 160억원까지 올랐다. 무려 35배에 급증했다. 같은 기간 대위변제율도 2020년 0.2%에서 2.9%로 올랐다.
상황이 이런데도 금융당국은 저소득 청년층을 지원하기 위한 ‘햇살론 유스’ 지원 대상을 만 34세에서 39세로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위원회는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소득감소, 경기상황 악화 등으로 청년층의 대출 수요가 증가할 가능성이 있어 이번 햇살론 유스 대상 연령 확대를 검토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이번 추경에서 햇살론 유스 예산을 150억원 증액해 총 1000억원 규모로 청년층 지원에 나설 계획이다. 특히 고용여건 악화로 청년층의 취업이 지연되며 기준 연령이 넘더라도 햇살론 유스에 대한 수요가 있을 것이라는 점도 이번 연령 확대를 검토하는 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안정적 소득기반과 신용거래 이력이 부족한 청년층은 제도권 금융기관 이용이 어려워 긴급자금 필요시 고금리 대부업·불법 사금융 시장에 노출될 수 있다.
대위변제 건수가 빠르게 늘면서 도덕적 해이 가능성도 제기된다. 정책금융자금 성격이 짙고 상대적으로 금리가 싸다보니 일부 소득·상환능력이 있는 대출 차주가 고의적으로 갚지 않을 수 있다는 우려다.
담당기관은 건전성을 높이고 부실률을 낮추기 위해 중장기적인 집중관리에 돌입한다는 방침이다. 서금원은 ‘2021~2025년 재무관리계획’의 기본방향을 ‘지속가능한 정책서민금융 공급확대를 위한 재원확충 및 자산건전성 관리’로 정했다. 아울러 자구노력에는 대출채권이나 구상채권의 안정적인 회수 계획을 담았고, 보증지원 사후관리 부문에는 25년까지 총 82억원을 투자할 방침이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청년계층의 부채부담을 줄이기 위한 정책적 노력이 필요하다는 조언이 제기됐다. 짧은 기간 대출을 상환하기 어려우니 금리가 싼 대환대출을 활성화하고 원금분할상환 기간을 늘려줘야 한다는 주장이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회수율을 더욱 제고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고 시행함으로써 앞으로 더 많은 금융 취약층을 대상으로 채무분담 기능을 할 수 있어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