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정권 대통령 최초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
국민 분열 부른 불필요한 논란 일소 의지 보여
[매일일보 조현경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18일 보수정권 대통령으론 사상 처음으로 5.18 기념식에서 '임을 위한 행진곡'을 제창했다. 이전 보수정권인 이명박·박근혜 정부에서 국민 분열을 부추겼던 불필요한 갈등을 일소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읽힌다.
윤 대통령은 이날 오전 광주 북구 운정동 국립5.18민주묘지에서 열린 5.18 42주년 기념식에서 지선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이사장, 김형미 오월어머니집 관장, 황일봉 5.18민주화운동 부상자회장, 박해숙 5.18민주유공자 유족회장, 임종수 5.18민주화운동 공로자회장 등 관계자·유족들과 나란히 서 양 옆으로 손을 맞잡고 앞뒤로 흔들며 '임을 위한 행진곡'을 첫 소절부터 끝까지 제창했다.
기념식에 함께 참석한 한동훈 법무부 장관, 박진 외교부 장관, 이종섭 국방부 장관 등 내각인사들도 서로 손을 잡고 앞뒤로 흔들며 제창했다. 반면, 윤호중·박지현 민주당 공동비대위원장, 여영국 정의당 대표 등 야당인사들은 오른손 주먹을 들어 쥐고 흔드는 전통적인 모습으로 노래를 제창했다. 민주당 인사들 옆에 선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도 오른손 주먹을 쥐고 흔들며 함께 불렀다.
참석자들은 마스크를 쓰고 있어 정확히 확인할 수 없었지만 팔과 주먹을 흔드는 모습만으로도 제창하는 모습이 확연히 드러났다. 여당 인사들 상당수는 '임을 위한 행진곡'이 익숙한 모습이었지만 20대인 박지현 위원장은 익숙하지 않은 듯 팸플릿을 보며 따라 부르는 모습도 보였다.
정부 주관으로 치러진 5.18 기념식에 참석했던 첫 보수정권 대통령은 이명박 전 대통령이지만, '임을 위한 행진곡'을 끝 소절까지 함께 제창한 보수정권 대통령은 윤 대통령이 처음이다. 이 전 대통령은 취임 첫 해 2008년 기념식에 참석해 '임을 위한 행진곡'의 2~3소절을 따라 불렀지만 보수 성향 단체의 항의에 임기 2년 차였던 2009년 '임을 위한 행진곡'을 식순에서 제외하고 식전 행사에서 합창하는 방식으로 변경했다.
이후 박근혜 정부까지 보수정권에서 '임을 위한 행진곡'은 여러 차례 퇴출 위기를 맞았고, 퇴출 위기를 넘기고도 '모두 함께 부르는 제창'이냐, '합창단만 부르는 합창'이냐를 두고 논란이 불거지는 등 5.18 기념식은 민주화를 기리는 자리가 아닌 국민 분열과 갈등의 자리가 되곤 했다. 이날 윤 대통령은 보수정권 대통령으로 처음으로 유족들과 함께 '민주의문'으로 입장하는 등 논란 일소에 힘쓰는 모습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