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조현경 김정인 조민교 기자] 역대 대선 최소 표차로 탄생한 보수정권에서 여당 국회의원 전원이 참석한 가운데 역대 최대 규모의 5.18 기념식이 열렸다. 신군부에 맞선 광주시민들이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피를 흘린지 42년만에야 기념식장은 한국의 진보와 보수가 한데 어울려 '임을 위한 행진곡'을 제창하는 통합의 자리가 됐다. 이를 주도한 윤석열 대통령은 "오월정신은 자유민주주의 헌법정신 그 자체"이자 "국민통합의 주춧돌"이라며 오월정신으로 한국이 직면한 위기를 극복하겠다고 선언했다.
윤 대통령은 18일 내각 장관들과 참모진은 물론 거의 모든 여당 의원들을 대동한 채 KTX를 타고 광주를 찾아 5.18 42주년 기념식에 참석했다. 100명 가까운 국민의힘 의원들과 100명이 넘는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참석한 기념식은 코로나 사태가 진정된 것과 맞물려 역대 최대 규모의 행사가 됐다. 보수정당 의원들이 대거 5·18 기념식에 참석한 것은 지난 1997년 김영삼 정부 당시 5.18이 국가기념일로 승격한 이후 이번이 처음이다.
이날 윤 대통령 기념사로 42주년 기념식은 더욱 특별한 의미가 부여됐다. 윤 대통령 기념사는 "오월 정신은 보편적 가치의 회복이고, 자유민주주의 헌법 정신 그 자체"라는 메시지로 시작해 "자유민주주의를 피로써 지켜낸 오월 정신은 바로 국민 통합의 주춧돌"이라는 메시지로 끝났다. 지난 10일 취임사가 '자유'의 가치를 전면에 내세웠다면, '자유'는 물론이고 '통합'의 가치도 함께 담아 오월정신을 강조한 것이다.
윤 대통령은 "오월 정신은 지금도 자유와 인권을 위협하는 일체의 불법 행위에 대해 강력하게 저항할 것을 우리에게 명령하고 있다. 그 정신은 우리 모두의 것이고, 대한민국의 귀중한 자산"이라고 했고, "오월의 정신이 우리 국민을 단결하게 하고 위기와 도전에서 우리를 지켜줄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했다. 5.18은 더 이상 특정 진영의 전유물일 수 없으며 국민 모두가 공유해야할 보편가치이자 위기극복의 힘을 주는 통합의 가치라는 메시지다. 윤 대통령은 이 같은 메시지를 담기 위해 직접 쓴 초안을 7차례에 걸쳐 퇴고했다고 한다.
윤 대통령은 이어진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으로 이 같은 메시지를 재확인했다. 이명박·박근혜 보수정권에서 '임을 위한 행진곡'은 여러 차례 퇴출 위기를 맞았고, 퇴출 위기를 넘기고도 '모두 함께 부르는 제창'이냐, '합창단만 부르는 합창'이냐를 두고 논란이 불거지는 등 5.18 기념식은 민주화를 기리는 자리가 아닌 국민 분열과 갈등의 자리가 되곤 했다. 하지만 이번 기념식에 국민의힘은 소속의원 거의 전원이 참석했고, 당 지도부는 악보를 사전 배포하는 등 노래 제창을 독려했다. 이준석 대표는 "감개무량하다"며 "저희의 변화가 절대 퇴행하지 않는 불가역적 변화였으면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