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이보라 기자] “달러 투자는 수익률은 낮은 데 비해 리스크가 커서 좋은 투자처는 아닙니다. 미국 주식이나 미국채 관련 자산 등 달러 관련 자산 투자를 추천합니다.”
백석현 신한은행 S&T센터 이코노미스트는 22일 매일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달러 자산과 국내 주식 등 원화 자산을 같은 비중으로 보유하는 것을 추천한다. 달러 자산은 원화 자산과 움직임이 달라 보유했을 때 보완 효과가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백석현 이코노미스트는 2011년부터 신한은행 S&T센터에서 환율 전문 이코노미스트로 재직 중이다. 외환시장 분석과 전망에 그치지 않고, 회계적 지식과 기업들의 사례에 대한 노하우를 바탕으로 환위험 관리 컨설팅도 다수 수행했다. 저서로는 ‘경제의 99%는 환율이다’와 ‘환율 모르면 주식투자 절대로 하지 마라’가 있다.
올해 들어 강달러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원·달러 환율은 올초 1190원에서 이달 1290원대까지 상승하며 상승률이 7%가 넘었다. 그는 “당분간 원·달러 환율은 1300원선을 지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최근 글로벌 외환시장은 원화뿐만 아니라 위안화 엔화 유로화가 모두 약세이며 원화약세가 아닌 모든 통화 대비 달러가 오르는 달러강세가 지배적”이라며 “달러강세 상황에서는 기준선 자체가 중요하지 않기에 계속 올라갈 수도 있다”고 말했다.
달러강세 원인으로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유가 상승, 미국 연방준비위원회의 긴축 정책, 중국의 코로나 봉쇄령이 꼽히고 있다. 그는 “대체적으로 세계 경제 전망이 악화될 때 달러가 상승하는 경향이 있다”며 “중국의 코로나 봉쇄령이 단기적으로 해결되지 않고, 미국이 고물가‧고금리 속에서 경기침체 전망에 더 힘이 실리면 글로벌 자산가격은 조정받을 수 있다”고 진단했다.
백 이코노미스트는 조정받은 자산을 저가에 매수할 수 있는 기회라고 진단했다. 그는 “증시가 전반적으로 하락하는 시기에는 좋은 자산들도 함께 하락하기 때문에 투자하고 싶었던 자산을 적절한 가격에서 분할매수하는 게 제일 적절한 대처”라고 권했다. 이어 “주식을 투자할 때는 해당 기업의 경영자만큼 잘 알아야 한다. 여러 조건을 세심하게 분석하고 보수적으로 매수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반면 달러화나 엔화 투자는 비추천했다. 그는 “대부분 강달러 시기에 달러화 투자 관심을 갖지만 이미 늦었고 증시 호조일 때가 달러 매수 적기”라고 전했다. 이어 “엔화 역시 크게 하락한 상황이지만 금리도 마이너스인 데다가 기대수익률도 높지 않다”며 “미국 금리가 상승하면 엔화가 하락하는 경향이 있어 미국 금리 상승 여력이 아직 남은 만큼 엔화는 더 하락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최근 위안화의 기축통화 가능성이 거론되면서 달러의 지위가 흔들린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와 인도·러시아에서 원유 거래에 대해 위안화 결제를 도입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나면서다. 그는 “달러는 아직 건재하다”고 일축했다. 백 이코노미스트는 “경제가 부정적으로 전망되면서 시장이 달러화를 사들이고 있는 현재 상황이 그 반증”이라고 전했다. 그는 “중국이 위안화 활용도를 높이려고 노력하고 있으나 근시일 내 국제 통화 기축통화의 지위를 가져오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한국 기준금리는 연말까지 2.25%까지 인상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이달 한국은행에서 기준금리를 인상하고 두 번 정도 더 올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빅스텝(한 번에 0.5%포인트 금리 인상) 발언한 데 대해서는 “원론적인 발언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현실적으로 가능성이 높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일각에서는 한미 기준금리 역전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원·달러 환율이 상승하고, 외국인들이 한국 증시에서 대거 빠져나갈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는 “한미 기준금리 역전은 과거에도 있었던 현상”이라며 “원화는 내외 금리 차에 상대적으로 둔감한 통화이므로 크게 우려할 일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이어 “한미 기준금리 역전은 물론 외환시장에서 중요하지만 그보다 중국 경제 전망이 더 중요한 변수”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