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상공인 가맹점주에 부담 전가된 구조 개선해야
[매일일보 김민주 기자] 말 많던 ‘일회용컵 보증금제도’ 시행이 결국 6개월 연기됐다.
당초 이 제도는 내달 10일 시행 예정이었다. 그러나 사전 홍보 부족 및 프랜차이즈 본사들의 준비 미흡, 가맹점주들의 반발 등으로 현실적인 어려움에 부딪혔다. 실제로 보증금제 시행에 앞서 매장 수 100개 이상인 브랜드 105개 사업장 중 판매정보관리시스템 구축을 완료한 업체는 3곳에 불과했다.
자영업자인 프랜차이즈 카페의 점주들은 라벨 부착 및 컵 세척‧보관에 따른 추가 인건비가 부담스러운 상황이다. 이 외에도 오염 컵 수거 거부로 인한 손님과의 마찰, 허술한 반환 시스템, 다양화된 업계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컵 표준 규격 지정’ 등이 문제점으로 꼽힌다.
정부와 관련 부처의 비현실적인 제도 추진으로 시장의 혼란 및 분란만 가중시켰단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
23일 일회용 컵 보증금제 전담 관리기구인 자원순환보증금관리센터 게시판은 일회용컵 보증금제도 비판 글이 끈임없이 올라왔다. 보증금 환불 및 제도 폐지를 촉구하는 글이 주를 이뤘다.
다수의 점주들은 라벨 제공이 선급금 지급 후 3주 이상 소요된다는 점을 고려해, 지난달~이달 초 라벨을 대량 구매했다. 환경부는 시행을 3주 앞둔 지난 20일 돌연 ‘6개월 유예’를 결정했고, 라벨 사전 주문자들은 헛돈을 날렸다며 보상을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다.
제도 개선책에 대한 건의도 다수 게재됐다. 특히 가맹 카페 운영자들은 ‘무인 회수기’ 도입에 입을 모았다. 무인수거기를 지하철역, 버스정거장 등에 설치하고, 환경부가 수거‧세척 등 전반적 관리를 책임지는 방식이다. 현 제도상, 프랜차이즈 가맹점주들이 라벨 구입‧부착부터 컵 세척‧수거‧보관, 보증금 반환 등 전 과정에서 발생하는 노동력과 비용을 감당해야한다.
커피전문 브랜드 가맹점주 A씨는 “보증금제가 시행된다는 소식을 듣고 최근 알바생 2명이 동시에 관뒀다”며 “음료 주문받고 제조 하는 것도 힘든데 라벨을 일일이 붙이고, 반환 일회용품을 세척해 보관하는 것은 소규모 영업장이 감당하기 버겁다”고 토로했다.
형평성 논란도 불거지고 있다. 코로나 기간 동안 비대면 수요의 증가로 점포가 많아진 ‘무인 카페’는 해당 대상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 외에도 배달 외식업체 등 플라스틱을 다량 사용하는 모든 업종에 적용해야 한단 비판이 거세다.
프랜차이즈 카페 본사 관계자는 “일회용품 사용 최소화는 분명 필요한 일이고 정부의 취지에도 공감하지만, 제도 시행에 따라 발생하는 모든 노동력과 비용을 가맹점주들에게 떠넘기는 구조가 문제”라며 “거리두기 해제로 매출 정상화를 기대하던 업계에 심리적‧제도적 압박이 가해지고 있으며, 소비자들 또한 시스템 이해 부족 및 비위생적 관리 등으로 불편함을 겪을 것으로 우려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