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율 문제 겪던 BOE, 패널 설계 임시 변경 탓 애플과 불협화음
애플, 미중 갈등 영향 더해져 삼성D·LGD 패널 추가 발주 가능성
[매일일보 여이레 기자] 넉 달 이상 애플 아이폰용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패널 생산에 차질을 빚고 있던 중국 업체 BOE가 디스플레이 패널 설계를 임시 변경한 것이 밝혀지면서 애플과의 사이가 벌어졌다. 이에 오는 9월 출시 예정인 아이폰14 OLED패널 수주에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가 반사이익을 얻을 수 있다는 전망이다.
1일 업계에 따르면 BOE가 수율을 높이기 위해 아이폰13용 OLED 박막트랜지스터(TFT) 회로 폭을 임의로 넓힌 것이 적발됐다. 애플은 부품 공급사가 사전 승인 없이 설계를 바꾸는 것을 엄격히 금하고 있다.
애플은 중소형 OLED 패널 시장 수요의 ‘큰 손’ 역할을 하고 있다. BOE는 2020년 아이폰12 교체품 패널 공급사로 애플 공급망에 첫 진입했다. 이어 지난해부터 아이폰13 신제품의 패널을 소량 납품해왔다. 여기에 아이폰14 패널 공급 계약을 체결하면서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가 양분해왔던 애플 디스플레이 패널 공급망의 대항마로 부상한 바 있다.
하지만 BOE는 올해 초부터 디스플레이 드라이버 IC(DDI) 칩 부족을 겪어왔다. 애플은 안정적인 공급을 최우선시하며 BOE 주문 물량을 줄였다. 또 미중 무역 분쟁을 의식한 탓으로 애플 역시 중국측 공급망 의존도를 점차 줄여나가는 모양새다.
업계는 애플이 올해 BOE에 선주문한 아이폰14용 패널 3000만장을 회수하고 다시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에 양분할 가능성을 점치고 있다. 양 사는 지난해 아이폰13용 패널을 각각 73%, 27% 공급했다.
올해 삼성디스플레이의 아이폰용 OLED 출하 예상량은 1억4000만대로 지난해보다 70%이상 증가했다. LG디스플레이는 올해 출하 예상량을 지난해의 2배 수준인 4000만대로 잡고 있다.
다만 애플이 BOE를 완전히 배제하기는 어렵다는 관측도 뒤따른다. 중국은 여전히 애플의 최대 시장이다. 올해 1분기 중국 스마트폰 시장에서 애플은 1200만대의 판매고를 기록했다. 업계 관계자는 “국수주의가 강한 중국 시장에서 애플이 인기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중국 디스플레이 패널 공급사를 완전히 배제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전했다.
이어 애플이 인도 등 다른 납품 시장을 찾고 있으나 단일 납품업체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납품 업체를 나눠 패널을 공급 받는 애플의 전략상 한 업체를 완전히 배제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게 업계 전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