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조현경 박지민 기자] 정부가 연일 물가 대책을 쏟아내며 고물가 대응 총력전을 펴고 있다. 하지만 정부 카드만으로는 한계가 뚜렷해 국회 입법을 통한 뒷받침이 절실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윤석열 대통령도 “국민들이 지금 숨이 넘어가는 상황”이라며 “초당적 대응”을 호소했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20일 기자간담회에서 주거비 부담 완화와 전기요금 인상 결정 유보 등 추가적인 물가 대응 방침을 밝혔다. 앞서 정부는 전날 비상경제장관회의를 열고 내달부터 유류세 인하 폭을 법이 정한 최대한도인 37%까지 확대하고, 하반기 철도·우편·상하수도 요금은 동결하는 한편, 하반기 대중교통 신용카드 소득공제율을 현행 40%에서 80%로 높이는 등의 대책을 발표한 바 있다.
이날 추 부총리는 주거비 부담과 관련해 “월세 세액공제율을 12%에서 15%로 확대하는 방향으로 유력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21일 예정된 부동산관계장관회의에서 이 같은 내용을 포함한 임대차 시장 안정 종합대책이 발표될 전망이다.
추 부총리는 전기요금 인상 문제와 관련해서는 “한국전력이 애초부터 국민이 수용할 수 있는 수준의 방안을 제시했어야 하는데 그 부분에서 미흡했다”며 전기요금 인상 여부 결정을 연기했다. 앞서 한전은 지난 16일 정부에 3분기 연료비 조정단가를 kWh(킬로와트시)당 3원 올려달라고 정부에 요청했고, 정부는 21일 인상 여부와 인상 폭을 결정할 예정이었다.
정부가 이처럼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물가 급등세를 억제하기에는 역부족이란 평가가 지배적이다. 특히 물가 상승의 주요인 중 하나인 유가와 관련해서는 정부의 카드가 소진된 상태다. 이에 추 부총리는 “지금 정부가 할 수 있는 법상 최고 한도 수준을 했기 때문에 다음 논의는 국회에서 다른 상황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검토해야 하지 않을까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국회는 이날로 22일째 원 구성을 못한 채 공백 상태가 이어지고 있어 입법적 뒷받침을 기대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와 관련, 윤 대통령은 이날 출근길에 취재진과 만나 ‘(현행법이 정한 최대 폭으로) 유류세를 인하했지만 금리와 물가가 계속 올라가는 상황이라서 추가적인 대책을 낼 때는 법 개정이 필요하다’는 지적에 “국회가 정상 가동이 됐으면 개정 법안을 냈을 것”이라며 “국민들이 지금 숨이 넘어가는 상황이기 때문에 법 개정이 필요한 정책에 대해서는 초당적으로 대응을 해 줄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부는) 중산층·서민들의 민생물가를 어떻게든 잡기 위해 최선을 다해서 노력하고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