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추진 민자사업’에 솔깃, 합동출자해 인천공항에너지(주) 설립…문 열자마자 ‘적자’ 행진
소문난 ‘금광’에 ‘지뢰’만 잔뜩…자본금 모두 잠식되고 부채 1400억
인천공항공사가 인수할 가능성 높아…‘정책실패 공기업 전가’ 논란
사업 손 떼려 협약 해지신청 했지만 반려…부채액만 눈덩이 불 듯
[매일일보=류세나 기자] 돈방석에 앉게 될 것이라는 기대에 부풀어 정부가 추진한 ‘민자유치 발전소’ 사업에 공동으로 뛰어들었던 아시아나항공, 인천공항공사, 현대중공업 등 3개사가 남몰래 속앓이를 하고 있다. 아시아나항공 등은 지난 97년 ‘국가추진 사업’이라는 든든한 배후(?)에 힘입어 수천억원에 달하는 자금을 공동투자해 인천공항에너지(주)를 설립했다. 그런데 당초 예상과 달리 인천공항에너지는 전력공급을 개시한 2000년부터 현재까지 단 한 번도 이익을 내지 못했다. 자본금이 완전히 잠식된 것은 물론이고 9월 현재 1400억원에 달하는 부채까지 안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정부가 민자사업으로 추진한 사업 중 대표적인 실패작으로 꼽히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출자사들은 지난 6월말 정부에 민간투자시설 실시협약 해지신청을 하는 등 뒤늦게 ‘사업 손 떼기’에 나섰지만 “협약해지 사유에 해당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반려돼 사업을 그만 둘 수도, 지속하기도 난감한 ‘진퇴양난’의 상황에 처하게 됐다.
인천공항에너지(주)는 아시아나항공(35%), 인천공항공사(34%), 현대중공업(31%)이 1917억원을 공동투자해 설립한 민자 발전소로 자체 열병합발전소에서 생산한 전기 및 열에너지를 인천공항과 공항신도시 일대에 공급해왔다.단 한 차례도 흑자 없던 이상한(?) 기업
정부는 설립초기 인천공항에너지가 들어서는 영종도 지역을 청정구역으로 지정하면서 이 지역에서는 청정연료인 LNG만 사용할 수 있도록 에너지 원료의 선택 폭을 제한했다. 투자비용이 높아지더라도 친환경적인 방법으로 에너지를 생산하자는 취지에서였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인천공항에너지는 환경적인 부분에서는 1등 기업이었지만 기업이 사업을 벌이는 궁극적인 목표인 ‘이윤추구’ 부분에서는 꼴찌 신세를 면하지 못했다. 인천공항에 전기를 공급하는 독점업체임에도 불구하고 설립이후 단 한 차례도 흑자를 낸 적이 없는 것. 사업초기 이에 대한 문제점으로 에너지 주공급원인 인천공항의 전력수요 예측을 잘못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일었다. 인천공항의 전기사용량이 당초 예상했던 양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나면서 수요에 비해 지나치게 큰 규모의 발전시설을 유지하는데 과도한 비용이 들어가기 때문이라는 게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국토해양부(당시 건설교통부)는 인천공항에너지가 상업 전력공급을 시작한 지 한 달 만인 2001년 3월, 한국전력공사와 비슷한 수준이던 전력사용료를 kWh당 72.04원에서 116.69원으로 인상시켰다. 정부는 공항 입주업체들이 이 같은 결정에 대해 불만을 제기하자 2010년까지 토지임대료 등 사용료를 감면해주는 방안을 채택하기도 했다.하지만 ‘진짜’ 문제는 과도한 수요예측보다 정부가 에너지 원료로 청정연료인 LNG만을 사용할 것을 지정했다는 데에 있었다. 국제유가가 급등하면서 발전원가의 83%를 차지하는 LNG의 가격이 정부와 협약을 체결했던 97년 당시보다 약 4배가량 오르면서 생산원가도 높아진 것. 그러나 인천공항에너지는 값비싼 LNG 대신 석탄 등 값싼 화석연료를 사용하거나 회사가 자의적으로 전력사용료를 인상시킬 수도 없는 민자사업의 취약구조를 갖고 있어 결과적으로 만성적인 적자를 야기 시키게 된 것이다. 실제로 인천공항에너지의 전기료는 2001년부터 현재까지 kWh당 116.69원으로 동결돼 왔다. LNG 가격 고공행진이 계속되자 최근 인천공항에너지는 아예 발전기 가동을 중단하고 한전에서 1㎾h당 79.7원에 전기를 구입해 소비자들에게 116.69원으로 재판매하기도 했다. 인천공항에너지의 이러한 영업방식을 지켜본 관련업계 종사자들은 인천공항에너지를 ‘봉이 김선달’이라고 비난하기도 했다.한전에서 전기구입해 재판매하기도
출자3社 적자행진 언제 끝날까
하지만 정부측에서 인천공항공사에 인수명령을 내리게 될 경우, 정부 스스로가 정책예상 실패를 인정하는 모양새가 되기 때문에 인천공항에너지를 둘러싼 M&A 문제는 쉽게 끝나지 않을 전망이다. 이 경우 인천공항에너지에 투자한 아시아나항공, 인천공항공사, 현대중공업 등 3개의 출자사들은 ‘밑 빠진 독에 물붓기’식으로 지속적인 적자행진을 이어나가게 될 것이라는 게 업계 전문가들의 중론이다.저작권자 © 매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