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조현경 기자] 집권여당 대표가 당 윤리위로부터 중징계를 받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
국민의힘 중앙윤리위원회는 7일 오후 7시부터 이튿날 오전 2시 45분까지 장시간 회의를 연 끝에 '성 상납 증거인멸교사' 의혹을 받는 이준석 대표에 대해 품위 유지 의무 위반을 이유로 '당원권 정지 6개월'의 중징계를 결정했다. 이양희 당 윤리위원장은 8일 새벽 회의를 마치고 기자들과 만나 이 같은 의결 결과를 전하며 "당 대표 이하 당원은 윤리규칙 4조 1항에 따라 당원으로서 예의를 지키고 자리에 맞게 행동해야 하며 당의 명예를 실추시키거나 국민 정서와 동떨어진 언행을 해서는 안 된다는 것에 근거했다"고 밝혔다.
이 위원장은 이번 결정에 대해 "이준석 당원은 자신의 형사 사건 관련해 김철근 당대표 정무실장에게 사실확인서 등 증거 인멸 위조를 교사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며 "이에 대해 이 당원은 김 실장이 2022년 1월 10일 대전에서 장모씨를 만나 성상납과 관련한 사실확인서를 작성 받고 7억원 상당의 투자 유치 증서를 작성해준 사실에 대해 알지 못했다고 소명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여러 증거나 정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이런 소명을 믿을 수 없다는 게 윤리위의 판단이다. 이 위원장은 다만 "위원회는 징계심의 대상이 아닌 성상납 의혹에 대해선 판단하지 않았다"며 "그간 이 당원의 당에 대한 기여와 공로를 참작해 이와 같이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윤리위는 김 실장에 대해서는 '당원권 정지 2년'이라는 더욱 높은 수위의 중징계를 결정했다.
이에 대해 이 위원장은 "김철근 당원은 타인(이 대표)의 형사 사건에 관해 사실확인서 등의 증거를 인멸(위조)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며 "김 당원은 2022년 1월 10일 대전에서 장 모씨를 만나 '성상납이 없었다'는 취지의 사실확인서를 받았고 같은 자리에서 장씨에게 7억원 상당의 투자유치 약속증서를 작성해 준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사실확인서와 위 약속증서와의 대가 관계를 부인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나 윤리위는 이 같은 소명을 믿을 수 없다는 판단에 따라 당원권 정지 2년의 중징계를 내렸다.
이 대표에 대한 중징계 결정이 확정되면 '당대표 궐위시 원내대표, 선출직 최고위원 중 최고위원 선거 득표순으로 그 권한을 대행한다'는 당헌 29조에 따라 권성동 원내대표가 당대표 권한대행을 맡게 된다. 하지만 이 대표는 당대표 자격으로 징계 처분 자체를 보류하겠다고 밝혀 혼란이 예상된다. 또 이 대표가 재심을 청구하거나 징계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에 나설 것으로 보여 상황은 더욱 혼란스러워질 전망이다. 이 대표는 이날 아침 라디오에 나와 "수사가 시작되지도 않은 상황 속에서 6개월 당원권 정지라는 중징계가 내려졌다는 것은 윤리위의 형평에 대해 이의를 제기할 수밖에 없다"며 징계 처분 보류 의사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