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이광표 기자] 올 상반기 역대급 실적을 거둘 것으로 예상되는 금융지주들이 정작 표정은 어둡다. 경기침체 가능성이 커지면서 은행의 여신 건전성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는데다, 거센 ‘이자 장사’ 비판 여론과 정부의 ‘고통 분담’ 요구에 대출 가산금리 축소로 이어질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20일 금융권에 따르면 KB·신한·하나·우리금융 등 4대 금융지주는 올해 2분기(4~6월) 실적을 이번주 줄줄이 발표한다. KB금융은 21일, 신한·하나·우리금융은 22일로 예정돼 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이들 4대 금융지주의 2분기 당기순이익 컨센서스(최근 3개월간 증권사 추정치 평균)는 4조5366억원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4조2366억원)보다 7.0% 늘어난 규모다. KB금융이 1조3602억원으로 가장 많은 순이익을 거둔 것으로 추산됐다. 신한금융은 1조3585억원으로 KB금융을 바짝 추격하는 모양새다. 하나금융과 우리금융은 각각 9376억원, 8803억원을 기록한 것으로 추정된다.
4대 금융지주의 지난 1분기 당기순익(4조6720억원)에 2분기 컨센서스를 더한 상반기 순이익 추정치는 9조2086억원에 달한다. 작년 상반기 올린 사상 최대 순익(8조904억원)을 웃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증권사 등 비은행 부문 실적이 부진했는데도 순이자이익이 많이 늘었다”며 “2분기에도 좋은 실적을 거둔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다만 금융지주의 역대급 실적이 예고되면서 금융당국은 취약계층 연착륙 프로그램 가동 등 압박 수위를 높여가고 있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취약층에 대한 정부의 금융지원 대책 중 빠진 부분에 대해선 금융사가 답을 줘야 한다"고 했고,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금융권이 자율적으로 취약차주 보호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앞서 정부는 지난 14일 제2차 비상경제민생대책회의에서 금융취약층의 부채 부담을 덜어주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125조원+α' 규모의 채무부담 경감 프로그램을 내놓은 바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지주들의 수익을 견인하는 국내 은행들의 순이익은 글로벌 은행들과 견주면 사실 그리 많지 않은 규모다"며 "정부 방침에 따라 취약계층 지원에 나서는 분위기에 하반기 실적은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이다"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