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김경렬 기자] 금융당국이 규제 완화 작업에 착수했다. 금융위원회는 은행‧보험사 등 금융사의 비금융업을 제한한 금산분리 규제 완화를 본격적으로 추진한다. 금융사들의 숙원사업인 비금융 자회사 확대가 현실로 다가온 셈이다. 그간 노크한 유통, 통신업계 뿐만 아니라 사업영역은 더욱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21일 오전 금융위는 은행에 고금리 쇼크에 따른 고통을 분담해줄 것을 요구했다. 은행의 산업진출 영역 확대에 대한 견해를 밝힌지 사흘 만이다. 은행이 사업영역을 넓힐 수 있도록 도와주는 대신 대가를 요구한 것으로 분석된다. 부실 차주에 대한 은행의 현금 투입이 예상되면서 당분간 눈에 띄는 실적 변화는 확인하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은행업 확장을 위한 장기적인 밑그림은 그려졌다. 금융위는 지난 19일 서울 중구 은행연합회에서 ‘제1차 금융규제혁신위원회’에서 금융과 산업의 결합을 억제하는 금산분리 규제 완화를 약속했다.
금산분리란 은행 등 금융자본과 제조업 등 산업자본이 서로 업종을 지배하지 못하도록 막는 원칙이다. 은행의 경우 금융업을 하지 않는 회사에 지분 15% 이상을 취득할 수 없다. 증권사 등에 20% 이상을 투자할 경우에는 당국의 승인이 필요하다. 위험요소를 억제하고 이해상충을 방지한다는 취지다.
금융위는 금융규제혁신위원회에서 36개 금융혁신 세부 우선 과제를 선정했다. 과제에는 금산분리 규제 완화가 포함됐다. 구체적으로 금융회사의 IT·플랫폼 관련 영업과 신기술 투자 활성화를 위한 업무범위, 자회사 투자 범위 개선 등이 검토된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온‧오프라인에 상관없이 글로벌 금융회사로 발돋움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금융회사와 빅테크 모두 디지털 혁신을 추진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하고, 글로벌 금융회사가 할 수 있는 것은 국내 금융회사도 할 수 있도록 허용할 것”이라며 “이러한 세 가지 원칙에 따라 기존 제도와 관행을 재검토하겠다”고 전했다.
이어 김 위원장은 금산분리 완화 자체가 목적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했다. 산업자본의 금융업 확장보다 금융업의 혁신에 방점을 찍겠다는 얘기다. 김 위원장은 “금융규제 혁신은 금산분리 완화 자체가 목적이 아니다. 빅테크, 가상자산 등 새로운 산업이 나오고 있는 만큼 우리 금융회사, 빅테크들을 위해 관련 규제를 고치겠다는 것이다”고 못 박았다.
금융권의 사업은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그간 금융권에서는 빅테크의 금융업 진출로 경쟁이 심화되고 있지만 규제가 발목을 잡는다는 볼멘소리를 내놓았다. 금융사가 자회사로 들일 수 있는 업종은 은행, 금융투자, 보험, 상호저축은행, 여신금융 등 15개 업종으로 제한돼 있다.
은행들은 생활서비스나 비금융 정보기술(IT) 등 신사업 진출을 위해 업종제한 없이 자기자본 1% 이내 투자를 허용해달라는 입장을 지속적으로 밝혔다. 20조원 안팎의 은행 자기자본을 고려하면 회사당 2000억원에 달하는 지분 투자가 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