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장년 다중채무자, 256만1909명…전체 차주 중 26.7% 차지
청년 ‘빚쟁이’도 증가…생계비 빼면 원리금 못 갚는 차주 ‘190만명’
[매일일보 홍석경 기자] 우리나라 경제를 지탱하고 있는 40∼50대 대출자 10명 중 3명은 금융회사 3곳 이상에서 동시에 돈을 빌린 다중채무자였다. 아울러 최근 2년간 금융회사 여기저기서 돈을 빌린 30대 이하 청년층도 대폭 늘었다. 금리 인상으로 인해 대출이자 부담이 높아진 가운데, 이들에 대한 부실화 우려가 커지고 있다.
21일 더불어민주당 진선미 의원이 금융감독원에서 제출받은 ‘업권별 가계대출 현황’ 자료에 따르면 3월 말 현재 40∼50대 다중채무자는 256만1909명으로, 같은 연령대 전체 차주(960만5397명)의 26.7%를 차지했다.
전체 연령대 차주 중 다중채무자 비중이 22.6% 수준인 것과 비교하면 40∼50대의 고위험 차주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 특히 코로나19 사태 여파 등으로 40∼50대 다중채무자는 작년 한 해 동안 8만691명(3.2%)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시중은행 대비 이자 부담이 큰 2금융권 대출도 상대적으로 빠르게 늘고 있었다. 40∼50대의 은행권 대출은 2021년 한 해 동안 572조9371억원에서 3.3% 증가한 592조1018억원으로 집계됐다. 반면 2금융권 대출은 397조5965억원에서 421조8436억원으로 6.1%나 늘었다. 40∼50대 가계대출 총액은 3월 말 현재 총 114조1479억원으로 전체 가계대출의 54.3%에 달했다.
다중채무자에 대한 우려는 중·장년층뿐만이 아니다. 30대 이하의 청년 다중채무자들 역시 급증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이정문 의원실이 금융감독원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4년간 다중 채무액이 가장 많이 늘어난 세대는 30대 이하로 이들의 다중 채무액은 지난해 말 기준 159조원으로 2017년의 119조원에 비해 40조원이나 급증했다.
30대 이하 다중채무자의 저축은행 연체액은 2020년 말부터 지난 4월 말까지 52.7%나 급증해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음) 투자’로 인한 후폭풍이 우려되고 있다. 당장 치솟는 대출금리는 상황을 더 불안하게 한다. 금융시장에서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강도 높은 긴축을 이어가고 있고 최근 빅스텝(한번에 기준금리 0.50%포인트(p) 인상)을 단행한 한국은행도 계속해서 기준금리를 올릴 것으로 예상돼 시장 금리 상승도 가속할 것으로 보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최근 금리 상승이 가계대출 차주의 상환능력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해 가계대출 평균 금리가 7% 수준에 이를 경우, 소득에서 최저 생계비를 빼면 대출 원리금도 못 갚는 사람이 190만명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이중 소득에서 소득세와 건강보험료 등만 차감해도 원리금을 못 갚는 대출자 120만명으로 집계됐다.
금융위원회는 고금리로 대출을 이용하던 중·저신용자가 보다 낮은 중금리대 대출을 이용할 수 있도록 민간 중금리 금리상한 기준을 합리화한다는 방침이다. 금융위는 최근 민간 중금리 대출의 금리 상한 기준을 합리화하는 내용의 상호금융업·저축은행·여신전문금융업 감독규정 일부 개정 고시의 규정 변경을 예고한 바 있다.
이에 따라 상호금융의 경우 민간 중금리 대출의 금리 상한을 8.5%에서 10.5%로 상향 조정하기로 했다. 특히 금리가 높은 대부업, 저축은행 등 2금융권과 자영업자의 다중 채무가 급증하는 것으로 파악돼 2금융권의 민간 중금리대출 상한선을 재조정하는 등 중·저신용자 보호에 적극적으로 나설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