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외환보유액 4382억8000만달러…전월比 94억3000만달러↓
원화 가치가 떨어지면서 보유액 감소 지속
[매일일보 홍석경 기자] 우리나라 외환보유액이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대 감소폭을 기록했다. 최근 원·달러 환율이 급등하자 외환당국이 외환보유액을 동원한 환율 방어에 나선 영향이다.
24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외환보유액 통계에 따르면 6월 말 기준 우리나라 외환보유액은 4382억8000만달러로 전월 말(4477억1000만달러)보다 94억3000만달러 줄었다.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가 닥쳤던 2008년 11월(117억5000만달러) 이후 13년 7개월 만에 최대 기록이다.
한은은 “기타통화 외화자산의 미국 달러화 환산액과 금융기관의 예수금 감소와 더불어 외환시장 변동성을 완화하기 위한 조치 등에 기인했다”고 설명했다.
지난달 원·달러 환율이 치솟으며 2009년 7월 이후 13년 만에 처음으로 1300원을 넘어서자 외환 당국이 환율 조정을 위해 시장에 달러를 푼 것으로 추정된다. 6월뿐 아니라 올해 들어 전반적으로 빠르게 원화 가치가 떨어지면서(원·달러 환율 상승) 외환보유액도 계속 줄어드는 추세다.
한국의 외환보유액 규모는 5월 말 기준 세계 9위다. 중국이 3조1278억달러로 가장 많았고, 일본(1조3297억달러)과 스위스(1조411억달러) 등이 뒤를 이었다. 러시아는 56억달러 줄어든 5874억달러를 보유해 세계 5위를 유지했다.
한편 신흥국은 선진국의 통화 긴축 여파로 차입 비용이 늘어나는 등 자금 조달 환경이 나빠지고 외채 상환 부담이 커지는 이중고에 직면했다. 국제금융협회(IIF)가 20개 신흥국을 조사한 결과 국내총생산(GDP) 대비 달러 표시 부채 비율은 올해 1분기 평균 24.6%로 2019년 말보다 1.1% 포인트 상승했다. 또 신흥국 채권·주식시장에서는 6월에 40억 달러가 순유출되는 등 넉 달 연속 외국인 자금이 빠져나갔다.
우리나라의 경우 미국과의 정책금리 역전이 미칠 영향이 주목된다. 한국의 기준금리는 한국은행이 지난 13일 0.5%포인트 올리는 ‘빅 스텝’을 밟아 2.25%가 됐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이달 말 기준금리를 2.5%로 0.75포인트 올리는 ‘자이언트 스텝’을 밟으면 한국 기준금리보다 높아진다.
다만 김용준 국제금융센터 시장모니터링본부장은 관련 보고서에서 “일각에선 대규모 외국인 자금 유출 가능성을 우려하지만, 실제 한미 정책금리가 역전돼도 큰 폭의 자금 유출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