흩어진 금융 정보 모았더니 ‘중·저신용자’ 금리↓ 신용점수↑
‘자산관리·보험진단·연말정산’ 등으로 영역 확장
‘금산분리’ 완화 전망에 개인 맞춤형 금융서비스 탄력
[매일일보 홍석경 기자] 금융권에 ‘본인신용관리업’(마이데이터)이 개방된 지 2년 만에 성과가 가시화하고 있다. 마이데이터는 각 은행과 카드사, 보험사 등 여러 금융사에 흩어진 개인 신용정보를 한곳에 모아 보여주고 재무 현황, 소비 습관 등을 분석해 맞춤형 금융상품을 제공한다. 기존 신용점수 외에 다양한 금융정보가 대출 심사 등에 새롭게 반영하면서 자금 융통에 어려움을 겪었던 중·저신용자에게도 ‘단비’가 되고 있다. 아울러 금융회사가 고객의 금융성향이나 소비패턴 등 파악이 가능해지면서 자산관리 서비스 역시 한층 더 고도화하고 있다.
24일 웰컴저축은행에 따르면 자사 ‘웰컴마이데이터 맞춤대출 서비스’를 통해 고객들에게 평균 연 2%포인트(p)의 금리인하 효과를 제공했다고 밝혔다. 지난 4월부터 서비스한 웰컴마이데이터 맞춤대출은 저축은행을 포함해 캐피탈, P2P, 금융위원회 선정 우수 대부회사의 대출 상품이 제공되는 대출 비교 서비스다. CB스코어(신용점수)외에 웰컴저축은행의 대안정보 평가시스템으로 고객을 평가하기 때문에 높은 확률로 대출 실행 여부를 확인할 수 있다.
이 서비스를 이용한 고객 중 마이데이터에 자산을 연계한 신규대출자의 무려 72.58%가 금리인하 효과를 경험했다. 이들은 평균 연 2.07%p의 금리를 인하 받았고, 최고 금리인하 기록은 연 12.01%p에 달했다. 기존 소득정보와 신용점수 외에 보험금, 4대 공과급, 통신료 등 다양한 납입 실적을 바탕으로 상환능력이 재평가한 영향으로 해석된다. 이용자의 평균 실행금액은 1600만원으로 평균 금리는 연 14%다. 신용점수는 평균 739점이며 이용자의 65%가 530~830점대로 확인됐다.
마이데이터의 위력은 주로 대출에서 증명했다. 핀테크 기업 핀다의 ‘나의 대출관리’ 서비스를 이용한 10명 가운데 9명의 신용도가 유지 또는 개선했다. 이 서비스는 흩어진 고객 금융데이터를 대출관리 목적으로 한 데 모아 보여주고, 연체 방지 알림 서비스와 대환대출 진단 서비스 등 다양한 기능을 제공한다.
소비자들에게 가장 친숙한 시중은행의 경우 마이데이터를 활용한 맞춤형 ‘자산관리 서비스’를 내놨다. 하나은행의 ‘하나 합’은 개인 자산관리 스타일을 분석하고 지출 진단 및 맞춤 혜택을 제공한다. 또래와 비교해 목돈마련이 부족한지, 대출을 많이 쓰고 있는지 비교도 가능하다. NH농협은행 역시 ‘NH 마이데이터’를 통해 ‘NH자산+’ ‘금융플래너’ ‘연말정산컨설팅’ ‘내차관리’ ‘맞춤정부혜택’ 등 5개 서비스로 구성됐다. 금융플래너는 금융사의 보유 상품 만기일과 자동이체, 대출원리금 상환 등의 날짜를 푸시 알림으로 알려준다.
마이데이터는 보험 영역으로도 영토를 확장하고 있다. 카카오페이는 마이데이터 정보를 기반으로 개인화된 맞춤형 보험 분석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내 보험 리포트’를 통해 사용자에게 비슷한 연령대나 동일 보험 가입자, 동일 보장 가입자 등의 비교 정보를 제공하고, 발생 빈도가 높은 질병이나 치료비에 대한 정보 등을 알려준다. 이를 통해 사용자 스스로 본인 보험의 보장 상태나 가입상태에 대해 판단해 볼 수 있고, 추가로 가입한 보험과 관련된 보험정보를 얻을 수 있다.
규제 등으로 인해 데이터 접근이 제한적이던 카드사에서도 조만간 소비자들이 체감할 수 있는 서비스를 내놓을 것으로 기대된다. 금융당국은 최근 금융자본과 산업자본이 서로의 업종을 소유·지배하는 것을 금지하는 원칙인 ‘금산분리’를 완화하기로 했다. 카드업계에선 유망한 IT 스타트업이나 가상자산(암호화폐) 기업 등 비금융 회사를 인수할 가능성이 열려 환영하는 분위기다. 금융당국은 카드사의 데이터 활용 규제도 개선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