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김경렬 기자] 자국의 통화가치를 높이려는 역환율전쟁이 일어나고 있다. 물가를 잡기 위해서다. 과거 세계 각국은 수출을 위해 통화가치를 낮추는 환율전쟁을 치렀다. 역환율전쟁은 이와 반대로 수입 물가를 잡기 위한 조치다. 치솟는 물가 잡기에 나선 각국 중앙은행들의 빅스텝 소식이 전해지고 있다.
24일 금융권에 따르면 유럽중앙은행은 지난 21일(현지 시각) 기준금리를 0.5%포인트(p) 인상하는 빅스텝을 밟았다. ECB의 예치금리는 마이너스(-)0.5%에서 0%로 올라갔다. 2011년 이후 11년 만에 금리가 오르면서 8년 동안 지속됐던 마이너스 금리 시대도 막을 내렸다.
세계 55개국 중앙은행은 지난 4월부터 3개월간 62번 0.5%p 금리 인상을 결정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처럼 큰 폭으로 금리를 인상한 것은 100년 사이 처음이다. 금리를 올리지 않은 곳은 디플레이션으로 경기침체를 겪고 있는 일본정도만 꼽을 수 있다.
각국이 금리 인상에 나서는 이유는 물가 때문이다. 유로존의 인플레이션은 8.6%로 사상 최고로 치솟았다. ECB는 빅스텝을 단행하면서도 “향후 회의를 통해 금리를 더 올릴 수 있다”며 추가 인상을 시사했다.
우리나라 역시 상황은 마찬가지다. 6월 잠정 생산자물가지수는 5월보다 0.5% 오른 120.04로 집계됐다. 1년 전과 비교하면 9.9% 높다. 6개월 연속 상승세로 역대 최고치다. 공산품과 농림수산품이 전월대비 모두 0.7%씩 올랐다.
당장 미국이 다음주 자이언트 스텝(한 번에 0.75% 인상)을 밟으면 한국과 미국의 금리 역전 현상이 일어난다. 국내 기준금리가 2.25%지만 다음주면 미국이 2.5%로 국내 금리를 넘어서게 되는 셈이다.
미국의 추가 자이언트 스텝 가능성은 높다. 지난 6월 미국의 소비자물가지수(CPI)는 9.1%까지 올랐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공격적 금리인상 정책을 연거푸 시연했다. 올 들어 이미 세 차례 금리를 인상했다. 지난 6월에는 이미 0.75%p 금리를 인상하기도 했다.
미국이 환율을 급격히 올리면 수출입을 차지하고도 자금 흐름이 막힐 수 있다. 미국 채권 금리가 높아지면 국내 채권 경쟁력이 떨어진다. 미국 채권 금리가 국내 채권금리보다 상대적 안전 자산으로 꼽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