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홍석경 기자] 최근 정부가 내놓은 금융 취약층 채무조정 지원대책과 관련해 ‘주식·가상자산 투자실패자 지원책’이라는 비판이 쏟아지는 가운데, 빚을 내 주식을 사는 신용거래융자 잔고가 재차 늘고 있다. 코스피가 2400대까지 오르면서 주식시장 회복에 대한 기대가 커진 영향이다.
25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전날 기준 신용거래융자 잔고는 18조1470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달 28일 17조원대로 떨어졌던 신용거래융자 잔고는 16거래일 만인 이달 19일 18조50억원으로 다시 18조원대에 진입해 3거래일째 상승하고 있다.
신용거래융자 잔고는 국내 증시가 하락을 거듭하는 상황에서도 지난해 2월 이후 줄곧 20조원대 이상을 유지했으나, 지난달 21일 결국 19조원대로 내려앉았다. 지난 6일 코스피가 2292.01에 장을 마치며 1년 8개월 만에 2300선 아래에서 마감하자 이튿날 신용거래융자 잔고는 17조4946억원까지 떨어지기도 했다. 이는 2020년 9월 15일(17조5684억원) 이후 최저 수준이었다. 최근 국내 증시가 상승세를 보이면서 저점 통과에 대한 기대감이 생기자 소위 ‘빚투’를 비롯한 투자 심리가 되살아나는 것으로 보인다.
신용거래 반대매매 규모를 공식 집계한 통계는 없으나, 증시 회복세에 따라 미수금 대비 반대매매 금액도 감소했다. 전날 반대매매 규모는 112억3000만원으로, 올해 최고치였던 지난달 15일의 315억6000만원 대비 약 64.42% 감소했다. 이달 20일의 하루 반대매매 금액은 99억9000만원으로, 지난 3월 24일(95억5000원) 이후 약 4개월 만에 100억원 아래로 내려왔다.
주식시장에서 빚투 열기가 한창인 가운데, 얼마 전 정부가 내놓은 금융 취약층 채무조정 지원대책이 ‘빚투’, ‘영끌’족을 위한 제도라는 비판이 확산하기도 했다. 정부는 지난 14일 제2차 비상경제민생대책회의에서 금융취약층의 부채 부담을 덜어주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125조원+α’ 규모의 채무부담 경감 프로그램을 발표한 바 있다.
다만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투자 실패자를 위한 제도가 아니다”며 “현실을 좀 더 생동감 있게 표현하다 보니 발표자료에 투자 손실 얘기가 들어갔다”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김 위원장은 “이번 취약계층 지원방안은 우리 금융시스템에서 운영 중인 채무조정 제도를 보완한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