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대재해처벌법, 시행 6개월 만에 수술대···처벌 기준 모호VS사망 사고 지속
상태바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6개월 만에 수술대···처벌 기준 모호VS사망 사고 지속
  • 이소현 기자
  • 승인 2022.07.25 15:4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상반기 건설업 사망사고 60%는 추락사, 예방 가능한 사고 비율 높아
새 정부 모호한 법령 '미세 조정' 나서자 노동계 '법안 후퇴' 우려
25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올해 사망사고가 2건 이상 발생한 건설사는 7개 중에서 5개 사는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후에도 사고가 발생했다. 서울의 한 재개발 현장에서 업무를 하는 건설 노동자들 뒤로 안전사고 관련 문구가 보인다. 사진=연합뉴스
올해 사망사고가 2건 이상 발생한 건설사는 7개 중에서 5개 사는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후에도 사고가 발생했다. 사진 속 서울의 한 재개발 현장에서 건설 노동자들 뒤로 안전사고 관련 문구가 보인다. 사진=연합뉴스
[매일일보 이소현 기자] #7월 4일 오전 10시 45분경 세종시 1-1생활권 B10, 11블럭의 공동주택 현장 노동자가 추락했다. 실내 공용계단실 2~3층 벽제 퍼터작업을 진행하다 사다리에서 떨어진 것. 사고 발생 이후 노동자는 세종충남병원으로 이송됐지만, 하루 뒤 숨졌다. 고용노동부는 중대재해법 및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여부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다.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 6개월 만에 수술대에 올랐다. 정부와 기업들은 명확한 기준이 없어 '선량한 피해자'가 발생할 수 있다는 입장이지만, 노동계는 건설현장 노동자의 사망사고가 지속되는 시점에서 법안 후퇴가 이뤄지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를 표하고 있다.  
25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올해 사망사고가 2건 이상 발생한 건설사는 7개 중에서 5개 사는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후에도 사고가 발생했다. 노동부는 계룡건설사업과 DL이앤씨, SK에코플랜트, 대우건설, 화성산업에 대한 감독을 진행할 예정이라면서, 사다리와 굴착기 등으로 인한 사망사고가 대형건설사의 시공현장에서 발생하는 것은 개선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표적인 후진국형 사고로 꼽히는 추락사는 올해 상반기 기준으로 전체 사망사고의 60%가량을 차지한 것으로 집계됐다. 법 시행을 앞두고 기업들이 안전관리조직 강화와 교육 확대 노력에 건설현장의 사망사고는 전반적으로 감소했음에도 안전 불감증에 대한 우려는 지속되는 중이다. 지난해 광주 학동과 화정동 건설현장의 연쇄적 붕괴 사고 이후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에 대한 요구도 커졌다. 상황이 이런 가운데 정부는 중대재해처벌법 손질에 착수했다. 노동부는 처벌 경감에는 거리를 두면서도 처벌에 앞서 예방을 위한 시스템을 마련하겠다는 방침이다. 지난달에는 전문가 태스크포스(TF)를 꾸리고 연내 시행령 개정을 위한 준비에 들어갔다. 처벌 관련 모호한 규정과 안전·보건 관계 법령 등을 구체화해 현장애로 및 법리적 문제에 대한 의견을 수용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다.
정부 행보에 앞서 제도를 손봐야 한다는 기업 요구가 거셌다. 전국경제인연합회(정경련)는 지난달 노동부에 법 개정을 요청하며 "경영책임자 등 정의부터 안전보건에 관해 인력, 예산 등의 최종 권한을 가진 최고안전책임자(CSO)가 있을 경우 대표이사 책임이 면책 가능한지 묻는 기업들이 많지만, 전문가의 의견은 각기 다르다”며 “중대재해처벌법이 강력한 형벌을 부과하고 있는 만큼 명확성에 대한 요구가 엄격할 수밖에 없다”고 밝히기도 했다.  친기업적인 성향의 정부 여당은 국회에 일부 개정안을 발의한 상황이다. 법안을 대표발의한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박대출 국민의힘 의원은 관련해 "안전 및 보건 확보를 위한 충분한 조치를 했음에도 재해가 발생한 경우 법률 적용의 다툼이 있을 수 있고 과도한 처벌로 인한 선량한 자의 억울한 피해도 발생할 수 있다"고 밝혔다. 법무부장관이 중대재해 예방에 관한 기준을 고시하고, 이를 이행하고 인증받으면 경영책임자에 적용하는 처벌 형량을 감경하자는 것이 개정안의 골자다. 정부와 기업들은 처벌 기준을 명확히 해 법적 대응이 가능해지도록 하고 예방 시스템을 구축하겠다는 입장이지만, 노동계는 독소 조항을 우려하며 반발하는 중이다. 일정 기준을 준수하면 처벌을 경감토록 한 국민의힘 개정안 또한 '법안 후퇴'라는 비판이다. 현재 시행 중인 안전인증 제도 등도 부실한 점이 많아 노동자들이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만큼 법망을 피하기 위한 개정이 될 수 있다는 것. 중대재해처벌법 개정 관련 정부와 노동계의 입장이 대립하면서, 향후 노정관계 경색이 심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은 오는 11월 전방위 총궐기를 예고했다. 중대재해법 개정 등 새 정부의 노동 정책에 대한 노동계의 목소리를 전달하기 위한 행보로 풀이된다. 민주노총 측은 중대재해처벌법 개정안 관련 "노동자 감시통제 강화를 안전인증과 처벌 면제로 연계시키는 내용까지 버젓이 들어가 있다"면서 "법의 엄정한 집행과 중대재해 감소의 근본대책 마련을 위해 끝까지 투쟁할 것"이라고 밝혔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